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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샵샵 아프리카] 남아공 수돗물값은 '엿장수 맘대로?'

송고시간2020-08-2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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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치 가격 책정한뒤 부정기적 검침…"과다 계상 가능성" vs "나름 정확"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수돗물값은 자칫 '엿장수 맘대로'일 수 있다.

수도 프리토리아(츠와네) 시청은 일부 가정에서 쓴 수돗물을 먼저 예상치로 책정해 수금하고 그다음에 실측에 따라 사후정산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집들은 검침원의 접근이 쉽지 않은 주택단지이거나 검침원을 가장한 강·절도 등 안전 우려 때문에 그렇게 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 서울과 같이 매월이나 격월 등 정기적 계량기 검침에 따라 그만큼 물값을 매기는 것이 아니고 사실상 두 번 일을 하는 셈이다. 전기도 대체로 마찬가지 계량기 시스템이나, 최근 비싼 전기료 때문에 체납이 많아지자 선납 시스템도 도입됐다.

남아공 수도 프리토리아의 주택 물 사용 청구서
남아공 수도 프리토리아의 주택 물 사용 청구서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프리토리아(츠와네) 시청에서 지난 5월 18일 청구한 물값 청구서를 28일 촬영한 사진. 연한 회색 그래프가 사용 추정치이고 진한 막대그래프가 검침으로 확인한 실제 사용 부분이다. 매달 추정치에 비해 실제 검침한 횟수가 훨씬 적음을 알 수 있다. 2020.8.29 [주남아공 한국대사관 관계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가령 이달에 하수도에 쓰는 물까지 보통 100㎘를 쓰는데 실제로 시에서 매기는 것은 120㎘에 해당하는 금액을 매겼다면 다음번 물값 계산에서는 초과된 20㎘에 해당하는 가격을 빼고 책정하는 것이다.

문제는 실측 즉 실제 계량기를 보고 계산을 하는 경우가 부정기적일 수 있고, 사후 정산이 구간별 물 사용에 따라 제대로 반영을 해서 과다 계상한 물값을 정확히 되돌려 주는지가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지난 17일(현지시간) 기자가 사는 프리토리아 한 주택단지의 관리인은 주민들에게 우리의 카카오톡에 해당하는 왓츠앱 메시지로 수돗물과 관련해 공지했다.

그는 "요 며칠 새 주민들을 따라서 센추리온에 있는 시청 민원센터에 갔다"면서 "내가 알게 된 건 대부분의 (물) 계정이 과다 책정되고 바가지를 씌우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많은 경우 계정의 잘못은 부풀린 '추정치'에 기초해 있고 실제 검침에서 물과 전기 계량기를 올바로 읽는 데 있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계정을 읽고 이해하는 것은 주민 여러분의 몫이니 부풀려진 계정이 있으면 즉시 시청에 가서 문제를 해결하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이에 월세를 사는 입장에서 직접 가서 따질 것은 아니라서 집주인에게 물어보니 자신도 계정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다만 우리 집의 경우 청구서가 정확히 나오는 편으로 안다며, 전기 검침도 매월 하는 편이라고 28일 직접 찾아와 전기 계량기 박스도 보여줬다.

남아공 프리토리아의 전기계량기 함
남아공 프리토리아의 전기계량기 함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 28일(현지시간) 남아공 수도 프리토리아 한 주택단지의 계량기함모습. 다섯 가구의 전기계량기가 이 함 속에 있으며 자물쇠가 굳게 채워져 있다. 남아공에선 계량기도 도난우려가 있다고 한다. 2020.8.29

그러나 물 사용 계량기는 땅에 묻혀 있었고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정기적으로 체크가 안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땅속에 묻혀 있는 물 사용 계량기
땅속에 묻혀 있는 물 사용 계량기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 28일(현지시간) 남아공 수도 프리토리아 한 주택단지 집의 상수도 계량기가 땅속에 묻혀 있다. 집 주인 얘기로는 시청 검침원이 와서 본다고 하나 이렇게 땅속에 묻힌 것을 일일이 파서 확인하는 수고를 감당할지 의문이 든다. 2020.8.29

주남아공 한국대사관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실제 검침이 들쭉날쭉해 두 달이나 8개월 만에 할 때도 있다"면서 평균 석 달에 한 번꼴로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사관 관계자는 자신도 집주인이 갖다주는 물 사용 영수증을 꼼꼼히 따져보니 8개월간 시에서 예상치 가격을 한 달에 1천 랜드(약 7만원) 이상씩 높게 물었다고 말했다.

또 물값이 실제 사용량보다 많이 나온 것 같은데 알고 보니 상수도관이 샌 것을 발견하고 그에 따른 시정과 반영을 요구했지만, 실제 자신의 물 사용량에 대한 시의 추정치가 근접하게 되는 데 거의 1년이 걸렸다고 말했다.

그는 "물의 실제 사용량에 따라 구간별 세금과 단가가 다를 텐데 나중에 정산할 때도 추정치에서 높게 매긴 만큼 정확히 계산해서 되돌려주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20년 정도 이곳에서 생활한 다른 대사관 관계자는 "나름대로 시스템과 규정이 있어서 물세와 수도세는 그래도 정확한 편"이라면서 "간혹 집 내부 파이프 파열 등으로 물이 새는 경우 물폭탄을 맞을 수 있다"고 말했다.

추정치 책정도 전년도 같은 달과 비교해 할 듯하다면서, 요즘은 시청 '계량기 읽기'(metre reading) 웹사이트에 자신이 숫자만 직접 입력하면 물을 사용한 만큼 청구가 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28일 기자와 만난 현지 언론인은 물값과 전기세 등 과다 청구 가능성을 시인하면서 "내 친구는 지난달 순환정전에 전기세와 무관하게 기름을 이용한 자체 발전기를 돌렸는데도 갑자기 전기료 3만 랜드(약 213만원) 통보를 받아 어처구니없어한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츠와네 시청은 18일 공지문에서 시민들에게 봄을 앞두고 물 부족 현상이 심각하다면서 낮에 정원에 호스로 물을 주지 말고 세차도 호스로 하지 말도록 하는 등 물사용을 자제하도록 당부했다.

물 부족하다는데...
물 부족하다는데...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 남아공 수도 프리토리아 시당국에서는 물 부족으로 아껴쓰라고 당부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14일 많은 물이 포장된 공터 위로 그냥 흘러가고 있다. 이런 모습을 왕왕 볼 수 있다. 주택단지 관리인은 인근 골프장 클럽의 산 위 저수지에서 넘쳐나는 물로 자기네 소관사항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실제 재활용되는지는 더 알 수 없었다. 2020.8.29

sung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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