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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구체적 시장개방 조치 없이 '주체적 개혁' 강조

송고시간2018-12-18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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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개방 확대 다짐했지만 "국유기업 지원 강화" 기존 정책도 고수

"누구도 중국인에 지시 못 해" 목소리 높여…내부 결속 의식한 듯

구체적 조치 안 내놔 "예상밖" 평가 지배적…중앙경제공작회의에 눈길

개혁개방 40주년 연설하는 시진핑…"다자무역 지지·패권추구 안해"
개혁개방 40주년 연설하는 시진핑…"다자무역 지지·패권추구 안해"

(베이징 AFP=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8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중국 개혁개방 40주년 기념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시 주석은 이날 연설에서 다자무역체제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고 중국은 영원히 패권을 추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천명했다. ymarshal@yna.co.kr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18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개혁개방 40주년 경축대회' 중요 연설은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지만, 미국을 비롯한 서방이 기대했던 '구체적 개방 조치'는 없었다.

당초 시 주석이 미국과 격렬한 무역 전쟁을 치르다가 지난 1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90일간의 '휴전'에 합의한 만큼, 휴전 기간의 협상을 성공으로 이끌만한 상당한 양보안을 내놓지 않겠느냐는 기대가 컸다.

더구나 무역 전쟁으로 중국 경제가 침체 위험을 겪는 만큼 개혁개방 40주년이라는 역사적인 기념일을 잘 살려 대대적인 시장개방 약속을 할 것으로 전망됐다.

실제로 이날 시 주석은 미국과의 협상을 의식한 듯 유화적인 발언을 꽤 많이 내놓기는 했다.

1시간 30분에 걸친 연설에서 시 주석은 "중국의 발전은 세계를 떠날 수 없으며 세계도 번영을 위해 중국이 필요하다"며 "중국은 적극적인 개방정책을 통해 전면적인 개방 구조를 형성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이어 "상호 존중과 협력 공영이라는 신형 국제관계 구축을 추구해야 한다"며 "중국은 결코 다른 나라의 이익을 희생시켜 발전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사업과 남중국해 등에서의 군사적 패권 추구에 대한 비판을 의식한 발언으로 읽힌다.

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등에 대대적인 인프라 투자와 경제협력을 하는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은 그 대상국이 '빚의 덫'에 빠질 것이라는 비판과 함께 '제국주의 추구'라는 서방 국가의 비난을 받고 있다.

시 주석은 "중국은 방어적 국방 정책을 견지하고, 중국의 발전은 어떤 국가에도 위협을 주지 않을 것이며, 중국은 영원히 패권을 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 이러한 비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이었다.

트럼프 "나는 관세맨"…미·중 휴전후 혼란 진화 (CG)
트럼프 "나는 관세맨"…미·중 휴전후 혼란 진화 (CG)

[연합뉴스TV 제공]

하지만 이날 시 주석의 연설은 예상 밖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무엇보다 이날 연설에서 미국을 달랠 수 있는 구체적인 시장개방 조치를 내놓을 것이라는 기대가 컸으나, 시 주석의 연설은 원론적인 개혁개방의 원칙을 천명하는 '말 잔치' 수준에 그쳤다.

미국이 그동안 "중국은 시장개방을 하겠다고 떠들어댈 뿐, 구체적인 정책과 시간표를 내놓지 않는다"고 비판해왔다는 점에서 이날 연설의 개혁개방 약속은 더욱 공허하게 들릴 수밖에 없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연설을 보도하면서 "시 주석이 개혁 실행을 주창했지만, 구체적인 조치는 나오지 않았다(Chin's Xi calls for reform implementation, offers no new measures"라는 제목을 뽑기도 했다.

나아가 시 주석은 강경한 어조로 미국이 비판하는 기존 정책을 고수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시 주석은 "그 누구도 중국에 무엇을 해야 할지, 하지 말아야 할지를 지시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다"고 미국의 압박을 정면으로 비판하는 듯한 발언을 했고, AFP통신은 시 주석의 이 발언을 속보로 전하기까지 했다.

또한, 그는 "우리는 흔들림 없이 국유경제의 발전을 강화하고, 흔들림 없이 비국유 경제의 발전을 지지하고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이 중국 정부의 국유기업 지원을 '비(非)시장적 조치'의 첫 번째로 꼽는다는 점에서 국유경제의 발전을 강조한 시 주석의 이날 발언은 미국의 심기를 건드리는 것을 괘념치 않는 발언이라고 할 수 있다.

전반적으로 이날 시 주석의 연설은 미국을 의식해 시장개방과 개혁을 약속하는 유화적인 발언을 하면서도, 자존심을 지켜 중국 내부의 지지와 결속을 꾀하려는 이중적인 계산이 깔린 연설이라고 볼 수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은 미국에 상당한 양보를 해야 하지만, 이것이 나약한 모습으로 비치지 않을까 두려워한다"며 "지나치게 양보했다는 인상을 주면 국내 정치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한다"고 전했다.

시 주석이 이날 구체적인 시장개방 조치를 내놓지 않으면서 19일부터 21일까지 3일 동안 열릴 것으로 전망되는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이러한 조치가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중국 지도부는 연말 한 차례 여는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그해의 경제 성과를 결산하고 이듬해 경제운영 방침을 확정한다.

명보 등 홍콩 언론은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외국인 투자자의 권리 확대, 외국 기업의 지식재산권 보호 강화, 서비스 분야 개방 확대 등이 천명되고, 시장개방의 대상이 되는 업종과 구체적인 개방정책이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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