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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최악 취직빙하기…대학 대신 '공시족' 선택하는 10대들

송고시간2017-02-11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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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5년간 9급 공채 18~19세 응시자 2배 이상 급증
부모와 노량진 공시학원 찾아 상담하는 고교생 많아

(전국종합=연합뉴스) 김형우 기자 = "대학에 진학할지, 공시족(공무원시험 준비생)이 될지 진지하게 생각해 선택한 길입니다. 대학은 나중에 다시 도전해도 되잖아요."

올해 고등학교를 졸업한 A(19)양은 자신이 원하던 대학 진학에 실패한 뒤 부모님과 함께 진로에 대해 고민을 거듭하다 최근 재수 학원 대신 공무원시험 준비 학원에 등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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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을 나와도 절반 가까이가 백수가 되는 사상 최악의 청년 고용 한파 속에서 일찌감치 공무원시험에 매달리는 게 낫다는 판단에서였다.

사회에서 아직은 대학 졸업장이 있어야 무시당하지 않는다며 그녀의 결정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컸다.

A양은 "넉넉지 않은 형편에 학자금 대출을 받아 빚을 지고 대학에 들어간 이후 취업을 못 할 바에야 조금이라도 빨리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게 빠른 길"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사상 최악의 취직 빙하기가 도래하면서 A양처럼 일찌감치 대학 진학을 포기한 채 공무원시험에 올인하는 10대 청년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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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수험생 대부분이 대학생이나 직장인이었던 청주의 한 행정고시학원에는 연초부터 10명 가까운 고교 졸업생이 찾아와 공부하고 있다.

이 학원 관계자는 "과거에는 대학에 진학해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던 18∼19살 학생들이 많이 들어와 공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부모의 손에 이끌려 상담하는 고교 3학년 숫자도 부쩍 늘었다.

노량진의 한 9급 전문학원 관계자는 "수능을 치른 뒤인 12월부터 1월까지 부모님과 함께 학원을 찾아 공무원시험 준비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묻는 수험생들이 과거보다 50% 이상 늘어났다"고 귀띔했다.

11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대졸 학력을 지닌 실업자는 45만6천명으로 1년전보다 3만1천명 증가했다.

대졸 실업자 규모는 2000년 관련 통계가 개편된 이래 가장 많았고 전체 실업자 중 대졸자가 차지하는 비중 역시 45.1%로 사상 최고 기록을 썼다.

실업자 2명 중 1명은 대졸자라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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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분위기는 실제 공무원시험 응시생 숫자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지난해 4월 치른 국가직 9급 공채에 무려 22만2천650명이 원서를 냈으며 평균연령은 28.5세였다.

18∼19세 지원자는 총 3천156명으로 전체의 1.4%를 차지했다.

전체 응시자 중 18∼19세의 비율이 0.7%를 기록했던 5년 전인 2012년보다 두 배 이상 껑충 뛴 셈이다.

특이한 건 30∼39세 응시자(3.8%P 감소)를 제외한 나머지 연령대의 비율이 모두 조금씩 늘었다는 점이다.

공무원이 인기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연금개혁이 이뤄지기는 했지만, 일반 사기업보다 직업 안정성이 뛰어난 데다 육아휴직 등의 복지제도가 잘 갖춰져 있다 보니 구직자들에게 인기가 높을 수밖에 없다.

거기에다 학벌이나 편법이 적용되지 않는 시험을 통한 선발은 청소년들을 끌어당기는 강력한 유인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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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의 송민정 연구원은 "10대 청소년들은 대학 졸업장이 더는 우리 사회에서 좋은 일자리를 담보하지 않는다는 것을 다양한 언론매체를 통해 접하고 있다"며 이 현상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청소년들이 공무원시험에 매몰되는 현상이 국가경쟁력을 저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표했다.

그러면서 근본적으로 고용불안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전 연령대에 걸쳐 나타나는 공시 열풍이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원은 "노동시장에서 유연성과 더불어 직업의 안정성도 굉장히 중요한 데 우리 사회는 안정성 측면이 매우 취약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재취업의 기회 제공이나 실업급여 수준을 보다 강화하는 정부 노력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공시 열풍은 계속해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vodcas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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