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올린 중원 쟁탈전…'反文연대' 기치로 합종연횡 가속

(서울=연합뉴스) 이승우 기자 = '문재인 독주 체제'가 굳어지는 듯하던 대권 구도가 다시 요동치기 시작했다.

양강 구도를 형성했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지지율이 최근 하락세를 보이면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독보적 선두로 치고 나가자 '문재인 대세론' 형성을 우려한 후발 주자들 간의 합종연횡이 설 연휴를 기점으로 본격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기 대선 가능성을 염두에 둔 시점에서 문 전 대표라는 '공동의 적'이 부상하자 서로 행보를 함께하기 어려워 보였던 주자들까지도 물밑에서 끊임없이 접촉하며 일단 '공동의 활로'를 모색하는 형국이다.

'정치는 생물(生物)'이란 말처럼 앞으로 어떤 형태의 연대와 제휴가 일어날지 한 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안갯속 구도가 예고된 셈이다.

무엇보다 '제3지대', '중원' 등의 용어로 표현되는 중간 지대를 놓고, 문재인 전 대표와 '정통 보수'를 지향하는 세력을 뺀 나머지 대권 주자들의 선점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확실한 주인이 없는 '블루 오션'이라는 매력은 있지만, 과거 누구도 성공하지 못했던 전인미답의 길이자 '어정쩡한 포지셔닝'이라는 약점을 동시에 가진 '제3지대'에서 현재 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는 주자는 역시 반 전 총장이다.

반 전 총장은 이번 설 연휴를 전후로 공식 외부일정을 자제하고 이른바 '반문(反文·반문재인)·반박(反朴·반박근혜)' 세력과 여야를 초월해 두루 접촉하면서 '제3지대의 구심점'이 되겠다는 의지를 여실히 드러냈다.

손학규 국민통합주권회의 의장,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바른정당 김무성 대표와 오세훈 최고위원,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 정운찬 전 국무총리, 정의화·박관용 전 국회의장, 김한길 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등을 연쇄 면담해 연대 가능성을 타진하는 광폭 행보를 보였다.

반 전 총장은 이번 접촉을 통해 중도 세력의 '빅 텐트'를 세운 뒤 서서히 영토를 넓혀 간다는 계획이었지만 시작부터 암초를 만났다. 손 의장과 박 대표 등 야권 인사들이 '보수'와의 절연을 요구하며 일단 부정적 반응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반 전 총장은 중간 지대에 머물며 자신과 뜻을 같이하는 인사들만이라도 우선 규합해 '스몰 텐트'를 세우고 점차 이를 '빅 텐트'로 확대한다는 복안으로 전략을 수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문' 세력으로 규정되는 야권 주자들 역시 반 전 총장이 쳐놓은 '텐트'에 들어가기보다는 각자 자신의 집을 짓겠다는 열망을 드러내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국민의당을 중심으로 야권 주자들 간에 연대가 먼저 이뤄지면서 야권 반문 주자들의 스몰 텐트와 반 전 총장의 스몰 텐트가 '반문 연대'와 개헌을 연결 고리로 합쳐 '빅 텐트'를 이루는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야권에서는 특히 가장 먼저 '제3지대'의 깃발을 올렸지만, 점차 선점 효과가 희미해지고 있는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의 움직임이 주목된다.

안 전 대표는 설 연휴 마지막 날인 30일 정운찬 전 국무총리를 만나 공정성장 및 동반성장 실현과 결선투표제 도입, 4차 산업혁명 시대 대비를 위한 낡은 기득권과의 결별 등에 나서기로 뜻을 함께했다.

안 전 대표는 손학규 의장과도 연대를 모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2007년 옛 한나라당을 탈당해 '제3지대'를 구축하려다 참담한 실패를 맛봤던 손학규 의장도 다시 한 번 탈이념·탈지역의 중도 세력 규합에 재도전했다.

손 의장 역시 반 전 총장, 박지원 대표 등을 접촉하며 보폭을 넓히고 있다.

다만 이른바 '반문 빅텐트'의 건설이 실패로 돌아가면 이번 대선은 춘추전국시대처럼 문 전 대표와 나머지 여러 명의 주자가 난립하는 구도로 잠시 흐를 가능성도 없지 않다.

leslie@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17/01/31 11:57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