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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지구촌에 '제국주의 향수' 엄습…식민통치 용인 정치인 득세

송고시간2016-12-3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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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피용·르펜, 영국 존슨·패라지, 미국 트럼프, 러시아 푸틴 등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열강의 식민통치를 미화하는 정치인들이 득세하면서, 새해 지구촌에 제국주의 향수가 퍼지고 있다.

31일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과거 식민통치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주요국 유력 정치인들의 승승장구를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우선 내년 5월 프랑스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할 것으로 관측되는 프랑수아 피용 공화당 대선후보가 대표적 사례다.

피용은 프랑스가 식민지에 저지른 과오를 학생들이 부끄럽게 여기도록 하는 교과서가 개탄스럽다는 견해를 올해 8월 한 연설에서 피력했다. 그는 "프랑스는 아프리카, 아시아, 북미와 문화를 공유하려고 한 데 대해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WP는 이를 두고 억압·폭력·착취를 기반으로 하는 제국의 식민주의 역사를 '문화 공유'로 규정하는 인식이 놀랍다고 지적했다.

프랑수아 피용 프랑스 공화당 대선후보[AP=연합뉴스 자료사진]

프랑수아 피용 프랑스 공화당 대선후보[AP=연합뉴스 자료사진]

공화당과 대권 경쟁을 하는 국민전선은 식민지 정착자들이 제국주의를 미화하며 설립한 극우당으로 낙인이 찍힌 지 오래다.

마린 르펜 국민전선 대표의 부친이자 국민전선의 설립자인 장마리 르펜은 인종차별이 당연하다고 믿는 인물이다.

그는 알제리가 프랑스를 상대로 독립전쟁을 치를 때 알제리 반군을 고문했다고 떠벌리고 다니기도 했다.

프랑스 여론조사기관들은 피용과 마린 르펜이 내년 4월 대선 1차 투표에서 사회당 후보를 따돌리고 5월 결선에 진출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결선에서 피용이 이길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WP는 "피용의 승리는 프랑스의 언저리 이데올로기가 주류가 되는 것을 의미한다"고 해설했다.

마린 르펜 프랑스 극우정당 국민전선 대표[EPA=연합뉴스 자료사진]

마린 르펜 프랑스 극우정당 국민전선 대표[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영국에서도 이와 비슷한 추세가 확인된다.

지난 6월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에서 찬성 진영을 진두지휘한 보리스 존슨 외교장관이 첫 손에 꼽힌다.

브렉시트 찬성 진영은 국민투표 유세 때 '해가 지지 않는 대영제국'의 자긍심을 강조하며 EU의 규제를 굴욕처럼 매도하곤 했다.

저소득, 저학력, 고령, 시골 유권자들을 중심으로 탈퇴 투표가 이뤄졌고 정권을 잡은 찬성진영은 3월까지 탈퇴 절차를 개시할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탈퇴파의 수장 존슨 장관은 정계 입문 전 보수논객 시절에도 제국을 찬양했고 파푸아뉴기니인들을 '식인종'으로 부른 적도 있다.

그는 "지금 아프리카 문제의 핵심은 우리가 한때 아프리카를 통치했다는 게 아니라 더는 통치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라는 글을 쓰기도 했다.

존슨과 더불어 브렉시트 결정을 주도한 나이절 패라지 영국독립당 대표도 제국주의 향수를 노출하는 유력 정치인이다.

영국독립당은 "EU를 벗어나면 세계가 우리 밥이 되고 (과거 식민지이던) 영연방국가는 우리 꿀이 된다"는 브렉시트 슬로건을 내걸었다.

패라지 대표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부친이 과거 우리 식민지이던 케냐 출신이라서 영국에 반감이 있다"고 주장한 적도 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세계관이 비슷해 막역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그 덕분에 최근 영국 내의 유력 정치인으로 급부상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나이절 패라지 영국독립당 대표[AP=연합뉴스 자료사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나이절 패라지 영국독립당 대표[AP=연합뉴스 자료사진]

오는 1월 20일 대통령에 취임하는 트럼프 당선인도 제국주의를 용인한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고 WP는 분석했다.

일단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든다'는 구호 자체가 다자외교나 자유주의 세계질서에 관심이 없다는 점을 방증한다는 지적이다.

WP는 트럼프가 대선 유세 때 과거 미국의 필리핀 식민통치를 거론할 때 신나는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당선인이 돼지 피에 적신 총알로 필리핀 무슬림들과 싸웠다는 한 미군 장교의 식민시절 무용담을 거푸 소개한 사실도 거론했다.

러시아의 동유럽 세력 확장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제국주의 향수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공영라디오 NPR은 "다른 구소련 독립국과 달리 러시아는 정체성을 구소련과 같은 '제국'으로 설정하고 있다"며 "1991년 소련 해체로 제국을 잃은 트라우마가 오늘날 러시아의 위세 과시로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AP=연합뉴스 자료사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AP=연합뉴스 자료사진]

평화헌법 개정을 통해 전쟁할 수 있는 보통국가로 나아가려고 애를 쓰고 있는 일본도 예외는 아니다.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아베 신조 정부의 여성 각료인 다카이치 사나에 총무상, 이나다 도모미 방위상은 신나치 추종 정황으로 곤욕을 치른 바 있다.

이들은 홀로코스트, 난징대학살을 부정하는 야마다 가즈나리 국가사회주의일본노동자당 대표와 함께 촬영한 사진 때문에 지난 9월 국내외의 지탄을 받았다.

야마다는 하켄크로이츠(나치 문양)가 새겨진 완장을 차고 다니면서 세계대전을 일으킨 아돌프 히틀러를 찬송한 인물이다.

이나다 방위상은 아베 총리가 미국 하와이 진주만을 찾아 전쟁 희생자를 추모한 다음 날인 지난 30일 세계대전 전범의 위패가 있는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왼쪽)와 이나다 도모미 방위상[AFP=연합뉴스 자료사진]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왼쪽)와 이나다 도모미 방위상[AFP=연합뉴스 자료사진]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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