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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사형' 10년…유지ㆍ폐지 `원점 맴맴'(종합)

송고시간2007-12-30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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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폐지 기원 행사
사형폐지 기원 행사

(서울=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30일 서울 명동성당 앞에서 천주교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사형제도 폐지소위원회 주최로 사형제도 폐지기원 행사가 열리고 있다. 다음달 30일까지 사형이 집행되지 않으면 우리나라는 국제 엠네스티기준으로 '실질적 사형폐지 국가'가 된다.
uwg806@yna.co.kr

김대중ㆍ노무현 정부 집행없어 `실질적 폐지국'
이명박 당선자 "선고 죄목 제한하되 유지 필요"

(서울=연합뉴스) 강의영 기자 = 마지막으로 사형이 집행된 지 10년 째가 되는 30일 우리나라가 국제 인권단체인 앰네스티가 분류하는 `실질적 사형 폐지국' 반열에 오르게 됐다.

그러나 국회에서는 의원 과반수가 폐지 법안에 서명하고서도 제대로 논의조차 하지 않고 있고 주무 부처인 법무부는 여전히 폐지 또는 존치에 대해 `원점 검토' 중이다.

특히 종교계를 중심으로 폐지를 강력히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고 노무현 대통령도 31일 단행될 예정인 특별사면에서 일부 사형수를 무기징역으로 감형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는 `사형제 존치' 입장을 밝힌 적이 있어 당분간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 사형 집행 10년째 `보류' = 김영삼 정부 시절인 1997년 12월30일 23명을 형장의 이슬로 보낸 게 우리나라에서 마지막으로 이뤄진 사형 집행이다.

다음 정권에 부담을 주지 않으려 정권이 바뀌기 직전 사형을 대거 집행했던 관행에 따른 것.

그러나 1980년 신군부에 의해 사형을 선고받았던 적이 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은 집권 기간 내내 사형을 집행하지 않았고 노무현 정부에서도 사형 집행은 계속 보류됐다.

현재 국내 사형확정자는 64명이다.

세계적으로는 195개국 중 133개국이 사형제를 폐지했거나 집행을 하지 않고 있는 반면 미국, 중국 등 66개국은 유지하고 있다.

지난 10월 열린 사형제 폐지 선포식에 참석한 워릭 모리스 영국 대사는 "사형폐지가 세계적인 경향이다. 한국이 사실상 사형 폐지국의 지위를 얻게 된 것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사형폐지국가 기념 비둘기
사형폐지국가 기념 비둘기

(서울=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3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사형폐지국가기념식에서 참석자들이 사형수 64명을 상징하는 비둘기 64마리를 날리고 있다.
xyz@yna.co.kr

앰네스티는 법적으로 사형제도를 유지하면서도 10년간 사형을 집행하지 않는 나라를 `실질적 사형 폐지국'으로 간주하며 유럽연합(EU)은 사형제 폐지가 가입 조건이다.

유엔 총회는 지난 18일 `사형집행 유예 결의안'을 채택하기도 했다.

◇ 사형 폐지 운동 활발 = 지난 10월 김대중 전 대통령과 안경환 국가인권위원장, 지관 조계종 총무원장 등은 "대한민국이 사실상 사형 폐지국이 됐다"는 점을 국제사회에 선포했다.

국내에서 사형제 폐지 운동이 시작된 것은 1974년으로, 앰네스티 한국지부 이사장이었던 이병민 변호사 등이 "사형제도는 인간 존엄성을 위협한다"고 강연했다.

그러나 바로 다음 해인 1975년 인혁당 사건으로 8명이 대법원에 의해 사형이 확정된 지 불과 20시간 만에 집행되기도 했다.

앰네스티가 1989년을 `사형 폐지의 해'로 정해 대대적인 폐지 운동을 시작하면서 국내에도 사형폐지운동협의회가 생겼고 2000년대 들어서는 15ㆍ16ㆍ17대 국회에서 사형 폐지 법안이 잇따라 제출됐다.

지난해 5월 국가인권위원회는 공식적으로 사형제와 관련한 의견을 내고 폐지를 권고했다.

문장식 목사(기독교)와 정상덕 교무(원불교), 진관 스님(불교), 최기산 주교(천주교) 등 종교계 원로들과 2003년 10월 연쇄살인범 유영철에게 팔순 노모와 아내, 4대 독자 등 3명의 가족을 한꺼번에 잃었던 고정원씨 등도 적극 폐지 운동에 앞장서고 있다.

유인태 의원 등은 30일 오후 국회 본청 앞마당에서 `사형폐지국가 기념식'을 열어 사형폐지국가 선포문을 낭독하고 사형수를 상징하는 비둘기 64마리를 날리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 31일 특사에 `사형→무기징역' 포함 = 노 대통령은 이런 분위기를 감안해 31일 단행할 특별사면에서 일부 사형수를 무기징역으로 감형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특사에는 노 대통령과 참여정부의 가치를 드러내는 사면 기준이 적용될 것"이라며 "인권적 가치 등을 고려해 사형수에 대한 감형 조치를 추진하는 방안이 논의돼 왔고 이번 사면 때 포함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감형 대상자는 한자릿수로, 10년 이상 복역한 모범수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감형 조치는 `실질적 사형폐지국'이 된 시기에 단행하는 상징적 조치라는 점에서 차기 정부의 사형 집행에도 영향을 주는 것은 물론 사형제 존치ㆍ폐지 공론화도 재점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사형없는 나라를 위해
사형없는 나라를 위해

(서울=연합뉴스) 안정원 기자 = 24일 서울 을지로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사형수에게 희망을' 이란 주제로 열린 이벤트에서 국가인권위 관계자들이 사형제가 법적으로 폐지될 수 있도록 노력하자는 뜻에서 수감중인 사형수 64명을 의미하는 장미꽃 64송이를 나눠주고 있다. 이날 행사는 오는 30일까지 사형이 집행되지 않을 경우 10년간 사형집행이 이뤄지지 않아 국제사면위원회가 인정하는 사실상의 사형제 폐지국가가 됨에 따라 사형제가 법적으로 폐지될 수 있도록 홍보하기 위해 열렸다.
jeong@yna.co.kr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2년 12월30일 특사 때 강도살인 등 중대범죄를 저지르고 뒤늦게 잘못을 뉘우치며 적극 교화에 응한 사형수 4명을, 또 1999년 8ㆍ15 특사 때는 형행 성적이 우수한 사형수 5명을 각각 특별 감형한 바 있다.

1987년 이후 사형확정자 감형 조치는 이처럼 2차례에 그쳐 이번이 3번째가 되는 셈이며 건국 이후로 치면 모두 42명이 `죽음의 문턱'에서 일어섰다.

참여정부에서도 2005년 8ㆍ15 대사면을 앞두고 열린우리당이 사형 대기자 60명을 무기징역으로 감형하는 방안을 건의했으나 실현되지는 않았다.

◇ 정부ㆍ국회는 `검토ㆍ발의' 되풀이 = 사형제도폐지특별법은 15대 국회에서 처음 발의돼 1999년 12월 국민회의 유재건 의원 등 여야 의원 90여명이, 16대에서는 2001년 10월 민주당 정대철ㆍ한나라당 이부영ㆍ자민련 오장섭 의원 등 155명이, 17대에서는 2004년 12월 열린우리당 유인태 의원 등 175명이 잇따라 국회에 제출했다.

16ㆍ17대의 경우 과반수 의원이 법안에 서명했지만 법사위에서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법무부는 "계속 사형제를 원점에서 연구ㆍ검토하고 있는 중"이라고만 밝히고 있다.

2006년 2월 당시 천정배 장관이 사형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한 뒤 한때 찬반 논란이 가열된 적이 있으나 여전히 같은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천 전 장관은 당시 법무부 변화전략계획 발표회에서 "사형제 문제점이 무엇이고 범죄예방적 기능이 어떤 것인지 실증적으로 연구해 국회 등에서 사형제 존폐와 관련한 토론이 이뤄지는 데 도움을 주겠다. 법무부가 어떤 입장을 정한 것은 아니고 선입견 없이 심층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다"라고 설명했다.

김성호 전 장관은 지난 4월 기자간담회에서 "국민적 공감대가 필요하다. 80% 이상의 여론이 사형제 폐지 반대로 나오는데 이를 무시할 수도 없다"고 했고, 현 정성진 장관은 지난 10월 서울대 특강에서 "개인적으로 폐지가 옳다고 생각하지만 여론과 세계 추세 등을 감안해야 하는 법무부 장관으로서는 법률안이 국회에 계류 중인 만큼 `두고보자'는 입장을 밝힐 수 밖에 없다"고 했다.

법무부는 지난 5월 국가인권 로드맵인 `국가인권정책 기본계획'(NAP) 확정 때도 사형제에 대한 입장 표명을 유보하고 "현행법상 사형 규정의 타당성을 검토하고 절대적 종신형 도입 등의 타당성을 분석해 국회 계류 중인 `사형제 폐지 특별법'의 심사에 반영한다"고 밝힌 바 있다.

◇ 이명박 당선자 `유지'에 무게 =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는 한나라당 대선후보 시절 한 언론 인터뷰에서 "사형제는 범죄 예방이라는 국가적 의무를 감안할 때 유지돼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다만 "사형을 선고할 수 있는 죄목이 지나치게 많은 점은 형법 개정을 통해 고쳐야 한다. 극형 선고는 인명 살상이나 반인류적 범죄 등으로 제한할 필요가 있다"는 단서를 달았다.

따라서 이 당선자의 집권 기간 사형 집행 또는 유보에 대한 `결단'과 내년 4월 총선 결과 등이 우리나라에서 사형제가 유지되느냐, 폐지되느냐를 결정하는 갈림길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최근 개정된 형사소송법도 사형에 해당하는 범죄의 공소시효를 15년에서 25년으로, 무기징역 해당 범죄는 10년에서 15년으로 각각 강화했다.

keyke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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