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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훈정 "'신세계' 흥행..한국 누아르 개척하길"

송고시간2013-03-06 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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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신세계' 각본·감독.."'대부' 닮고 싶었다"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투자사들이 '누아르'라고 하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어요. 그래서 '신세계'가 꼭 성공했으면 좋겠습니다. 누아르도 된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영화 '신세계'는 개봉 12일 만에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의 한계를 극복하고 260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 중이다. 하지만, 이 영화의 각본을 쓰고 연출한 박훈정 감독(39)은 아직 갈 길이 멀다고 했다. 그는 "최소한 400만 관객은 넘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5일 압구정동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흥행에 대한 욕심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욕심은 사실 그보다 더 큽니다. 그 이유는 이 영화가 국내 누아르 장르에서 꺼내 들 수 있는 카드는 모두 꺼내 든 작품이라고 보기 때문이에요. 스토리도 관객들이 볼 때 이해하기 쉽게 만들었으니까 상업적으로 최소한의 성과가 있어야될 거라고 봐요. 만약 이게 안 되면 '우리나라에서 역시 누아르는 안 되는구나'라는 소릴 들을까 봐 걱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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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또 "이 배우들을 데리고 그 정도 성과는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민식 씨가 '강과장'을 하기로 하면서 대척점의 '정청'을 누가 할 거냐 할 때, 뭘로 봐도 최민식에 밀리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이었어요. 그래서 황정민은 최고의 선택이었죠. 문제는 '자성'인데, 둘 사이에 끼어 있어야 하는 인물이어서 누가 하려고 하겠나 싶었죠. 고민을 많이 했는데 다행히 이정재 씨가 하겠다고 해서 마음을 놓았죠. 이자성이 중후반부까지 되게 수동적인 캐릭터인데, 또 후반부엔 카리스마를 보여줘야 하니까 어린 배우는 절대 반대했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힘든 상황을 삶의 굴곡을 겪어봤던 사람이 해야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면에서 이정재 씨가 딱이었죠."

그는 특히 '튀는' 캐릭터인 '정청'에 비해 무거운 캐릭터를 잘 소화해준 최민식과 이정재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강과장은 작품 전체의 베이스를 깔아줘야 하니까 연기가 도드라지면 작품이 무너진다고 생각했어요. 자성은 애초에 뭘 할 수가 없는 캐릭터이고, 오히려 뭔가를 하면 '오버'가 되는 상황이에요. 대단히 정적으로 가야 하는 캐릭터죠. 영화를 막 흔들어주는 건 정청밖에 없는 거죠. 그 밸런스를 세 배우가 워낙 잘 맞춰줘서 아주 만족스럽습니다."

세 배우 사이에서 감독이 조율해야 할 부분은 없었느냐는 질문에는 "워낙에 잘하는 사람들이고 놔두면 알아서 하니까 조율할 필요가 없었다"고 했다. "영화는 처절하나, 촬영현장은 굉장히 즐거웠다"고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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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강과장으로 대표되는 경찰 조직을 비정하게, 범죄조직의 두목인 정청을 인간적으로 그린 것은 개인의 선악을 얘기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조직의 책임자로서 강과장은 인간적이면 안 되죠. 경찰이 해야 할 일은 어떻게든 해야 하는 것이고 그걸 원칙대로 하다 보니 희생이 따르는 거죠. 그럼 '목적은 선한데 과정은 악해도 되느냐' 하는 딜레마가 생기는데, 답은 없다고 봐요. 저는 그 어떤 조직도 선하지 않다고 봅니다. 조직은 어떤 목적이 있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거든요. 그래서 그 안에서 개인은 괴롭죠."

정청을 여수 출신 화교로 설정한 데는 나름의 배경이 있다.

"소수자로 설정하고 싶었어요. 우리나라에서 지역적으론 전라도가 그렇고 화교가 특히 그렇더라고요. 화교 중에서도 인천이나 부산보다는 여수 화교가 소수자라고 봤고요. 그런 소수자가 국내 최대 조직 2인자까지 올라갔으면 어마어마한 인간일 거라고 생각했죠."

영화에서 특히 웃음을 주는 '연변 거지들' 캐릭터에도 뒷얘기가 있었다.

"북한군이었다가 탈북한 인물들을 생각했어요. 사는 것과 죽는 것에 초연해서 동료 한 명이 죽어도 신경 안 쓰고 돈 되는 거면 뭐든지 다하는 이들로 그리고 싶었죠. 언젠가 북한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는데, 강물에 시체가 둥둥 떠내려가는데도 신경 안 쓰고 강물을 마시고 있더라고요. 연변에서 유명한 킬러가 된 이들에게 남한은 동경의 대상일 거고 자기들 딴에는 최대한 멋을 부리고 온 건데 아주 촌스러운 느낌으로 의상이나 분장을 주문했죠. 영화가 하도 무겁고 진지해서 이게 코믹이 되는 건데, 사실 그걸 의도하진 않았어요."

그가 이 각본을 쓴 것은 3년 전 가을. 오래전부터 주인공이 신분을 감추고 어떤 조직에 잠입하는 '언더커버(undercover)' 이야기에 끌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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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커버'는 자신의 삶이 아닌 삶을 살아야 된다는 게 참 흥미로웠어요. 어떻게 보면 연기를 하면서 살아야 하는데, 단 한시도 마음 놓고 살 수 없고 자다가도 잠꼬대를 할까 봐 걱정하고 신경쇠약 직전까지도 갈 수도 있고 그런 아슬아슬한 삶을 사는 사람의 이야기가 설정을 극단으로 몰고 갈 수 있죠. 극적으로 재미있지 않나요(웃음)?"

경찰이 범죄조직에 잠입하는 설정이 국내 관객들에게 익숙한 홍콩영화 '무간도'와 비슷하단 세간의 지적에 대해서는 수긍이 간다면서도 애초 의도와는 조금 거리가 있다고 했다.

"'무간도' 외에도 그런 영화가 많거든요. '폭풍 속으로'부터 시작해서 '무간도'의 원전인 '헬스 키친'이나 그런 영화들이 굉장히 많죠. 저도 되게 좋아하는 영화들이고요. 비슷하단 얘기들은 분명히 있겠다 싶었는데, 사실 '이스턴 프라미스'의 영향을 더 많이 받았어요. 한국에서는 잘 알려진 게 '무간도'밖에 없으니까 그쪽으로 얘기가 더 나오는 것 같아요."

영화의 전체 분위기나 일부 장면이 갱스터 누아르 영화의 대명사인 '대부'나 홍콩영화 '흑사회'와 닮았다는 얘기에도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대부'와 '흑사회' '이스턴 프라미스' 이 세 작품은 되게 닮고 싶은 영화였어요."

박훈정 감독은 이 영화가 흥행하기 전에 '부당거래'(류승완 감독), '악마를 보았다'(김지운 감독)의 시나리오 작가로 더 유명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신세계'까지 모두 누아르의 성격을 띤 영화들이다. 왜 그렇게 이 장르만 계속 하는지 물었다.

"그런 류의 영화가 좋아요. 밝은 영화들도 좋아하긴 하는데, 밝은 영화들은 제가 아니라도 워낙 하는 분들이 많고, 제가 잘할 자신이 없어요. 그나마 이런 어두운 걸 잘하는 것 같아요."

충무로에서 워낙 글을 잘 쓰는 작가로 유명했던 터라 그간 써놓은 시나리오만도 상당하다고 알려져 있다.

"그걸로 먹고 살았으니까요. 써놓은 건 누아르 말고도 다양하게 많아요. 로맨틱코미디나 코미디 빼고는 모든 장르가 다 있어요(웃음)."

첫 연출작 '혈투'의 실패는 금세 잊었다고 했다.

"한 번은 겪고 넘어갔어야 할 일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상황이 많이 안 좋았고 감독들이 현장에서 한 번씩 겪을 수 있는 일들을 저는 한 번에 몰아서 겪었다고 나중에 들었어요. 아쉬움도 있지만, 더 오래 생각하진 않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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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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