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은 숫자일 뿐"…시청률이 못잡는 드라마 인기도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네이버에 개설된 인터넷 카페 '고양이라서 다행이야'는 고양이 카페 중 높은 인지도와 긴 역사를 자랑한다.

고양이 이야기만으로도 바쁜 이곳에서도 배우 조인성(33)·공효진(34) 주연의 SBS 수목극 '괜찮아, 사랑이야'는 최고 화젯거리 중 하나다.

카페 게시판에는 DMB 화면 앞에 다소곳이 앉아 드라마를 관람 중인 '열혈 시청묘(猫)' 사진이 올라오는가 하면 드라마 내용을 묻고 답하는 글도 끊이지 않는다.

'괜찮아, 사랑이야' 시청률은 지상파 3사 수목극 중 가장 낮다. 하지만 이처럼 각별한 애정을 가진 시청자들이 곳곳에 숨어 있다.

기존 시청률 지표는 담아내지 못하지만 뜨거운 인기를 누리는 드라마들이 종종 있다. 주로 TV가 아닌 다른 매체로 드라마를 감상하는 젊은층의 호응이 큰 작품들이다.

◇ '괜찮아 사랑이야', 가상 모의고사 등장… 극중 시집도 인기

'재열이 해수와의 첫 데이트 때 손에 들었던 먹을거리는? 1번 와플. 2번 맥주. 3번 아이스크림. 4번 직접 만든 샌드위치'.

최근 온라인에서 화제가 된 '괜사탐구영역' 문제 중 하나다.

'괜찮아, 사랑이야' 애청자들로서는 드라마 내용을 토대로 만들어진 가상의 모의고사를 풀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디시인사이드에 개설된 '괜찮아, 사랑이야' 갤러리에는 '해열제' 연인으로 불리는 지해수(공효진 분)-장재열(조인성)의 일거수일투족, 장재열의 병에 대한 분석 등을 공유하는 글들이 하루에도 50건 넘게 올라온다.

누리꾼들은 드라마를 쓴 노희경 작가의 대본집 1권이 예약판매를 시작했다는 소식을 나누는가 하면 제목에서 일부 글자를 딴 반지 제작과 공동구매까지 진행하고 있다.

지난 14일 방송에 나온 도종환 시인의 시화선집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는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교보문고 시 부문에서 영업점과 온라인 합산 판매량 1위를 2주째 지키고 있다.

종영까지 4회 남겨 둔 '괜찮아, 사랑이야' 시청률은 대체로 10%에 못 미친다.

하지만 CJ E&M·닐슨이 공동 개발한 콘텐츠파워지수(CPI)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괜찮아, 사랑이야'는 8월 둘째주 기준으로 전체 프로그램을 통틀어 콘텐츠파워지수 1위, 뉴스구독순위 3위, 직접 검색 순위 2위 등을 차지하며 실질적인 인기를 증명했다.

한 누리꾼은 "'괜찮아, 사랑이야'가 공략하는 젊은층은 휴대전화든 컴퓨터든 대부분 바쁜 현대인을 배려하는 서비스들을 이용하기 때문에 드라마 시청률이 비교적 낮은 편"이라며 안타까워했다.

◇ 애청자들이 재발견한 '연애의 발견'

KBS 2TV 월화극 '연애의 발견'도 숨은 애청자들이 많은 드라마다.

지난 18일 6.3%(닐슨코리아 전국기준)로 출발한 '연애의 발견'의 시청률은 2회 6.3%, 3회, 5.6%, 4회 6.2%로 좀처럼 6% 전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동시간대의 MBC 퓨전사극 '야경꾼 일지' 시청률의 절반 수준이다.

하지만 '연애의 발견'은 인터넷에서 20~30대를 중심으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매력적인 한여름(정유미)과 전·현 남자친구간의 밀고 당기는 사랑 싸움, 짧으면서도 통통 튀는 대사, 영화 같은 화면 등이 젊은층의 마음을 얻고 있다.

'연애의 발견' 관련 사회관계망서비스(SNS)는 방송 1주 만에 가입자수가 전체 10만 명을 넘어섰다는 게 드라마 홍보사측 설명이다. 이들 SNS를 만든 것도 팬들이다.

'연애의 발견'도 '괜찮아, 사랑이야'와 마찬가지로 누리꾼들의 지대한 관심을 끌고 있다.

첫 방송이 나간 이달 3주차를 조사한 줌인터넷의 'TV 인터넷 관심도'에 따르면 '연애의 발견'은 관심도 8038.4 포인트로 전체 1위를 기록했다. KBS 1TV 장수 프로그램인 '개그콘서트'와 시청률 30%를 돌파한 MBC 주말극 '왔다! 장보리'마저 제쳤다.

'TV 인터넷 관심도'는 누리꾼들의 인터넷 검색과 방송사 홈페이지 방문, 미리보기·다시보기 이용정보 등을 종합한 것이다.

모바일·인터넷 영상 플랫폼인 티빙에서는 지난 25일 방영된 '연애의 발견' 3회 시청률이 31.3%를 기록했다. 이런 인기를 반영하듯 4회 방송에 출연한 '당구여신' 차유람이 주요 포털사이트의 상위 검색어에 한동안 올라 있는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airan@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14/08/31 09:00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