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야지만 창문 못 열어요' 기장 정관신도시 악취 민원 빗발
송고시간2016-08-23 11:55
아파트단지에서 200m 거리에 의료폐기물 소각장 가동
(부산=연합뉴스) 조정호 기자 = "열대야에도 아파트 창문을 열지 못합니다."
부산 기장군 정관신도시 N사 의료폐기물 소각장에서 발생하는 악취와 환경오염물질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는 민원이 군청에 빗발쳤다.
한 주민 요청으로 22일 오후 소각장을 찾아간 기자는 입구에서 메케한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소각장 굴뚝에서 연기 또는 수증기는 보이지 않았다.
의료폐기물을 실은 화물차가 좁은 진입로를 따라 드나들었다.
소각장과 가장 가까운 정관신도시에 들어선 아파트단지와 직선거리로 200m에 불과할 정도로 눈앞에 보였다.
이 소각장은 정관읍에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들어서기 이전인 2005년 Y사가 낙동강환경유역청으로부터 허가를 받아 만들어졌다.
부산에서 발생하는 의료폐기물의 10%에 해당하는 하루 9.8t을 이 소각장에서 처리하고 있다.
지난해 이 소각장은 기준치를 초과하는 악취와 환경오염물질을 배출해 75일간 영업정지와 시설개선명령 등 행정처분을 받았다.
당시 배출구에서 발생한 악취가 기준치를 11배 초과했고 먼지도 2.5배 초과했다. 염화수소, 크롬 등도 기준치를 넘었다.
Y사로부터 소각장을 매입한 N사는 20억원을 들여 소각 시설을 개선하고 올 3월부터 운영에 들어갔다.
하지만 악취 민원은 멈추지 않았고, 집에서 창문을 열어두는 여름철을 맞아 더 늘어났다.
기장군이 야간과 새벽 시간 등 무작위로 소각장을 찾아 측정을 해보니 악취와 각종 환경오염물질은 모두 기준치 이내인 것을 확인했다.
주민들은 "정관읍은 악취가 빠져나가지 않는 분지 형태이기 때문에 소각장에서 발생한 악취가 바람을 타고 4∼5㎞ 이상 이동한다"며 "악취로 인해 두통과 피부병 등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다"고 주장했다.
한 아파트 입주자 대표는 "소각장에서 연기가 안 보이는 야간에 몰래 폐기물을 태우는 것 같다"며 "시설개선 이후 기준치 이내에 있다는 행정당국 검사결과도 신뢰할 수 없어 소각장 경계부지에 24시간 악취와 환경오염물질 측정이 가능한 장비를 설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N사는 "20억원을 들여 시설개선을 한 이후 연기나 수증기가 생기지 않고 냄새도 거의 안 난다"며 "악취 민원 때문에 유관기관으로부터 지금까지 30차례 이상 조사와 점검을 받았으나 모두 기준치 이내로 나타났다"고 해명했다.
N사는 "소각장 내부 온도가 850도를 유지해 고무 타는 냄새는 발생할 수 없고 소각장 굴뚝에서 나오는 배출가스 수치가 실시간으로 행정당국에 전송되는 등 모두 기준치 이내에서 엄격하게 관리되고 있다"고 말했다.
기장군 관계자는 "배출허용기준 이내지만 악취와 먼지, 질소산화물이 배출되기 때문에 민원이 발생하고 있다"며 "혐오시설 이어서 신규허가가 어려워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c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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