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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이 라마 "사랑·자비·연민이 새 세상 열 것"

송고시간2016-09-0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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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한추진위·취재진 접견…"방한은 시간문제, 느긋한 마음 가져야"

(다람살라=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아시아 국가들 가운데 일본 빼고 나머지 국가는 방문을 못 했어요. 불교 국가인데도 못 가는 이유는 제가 비구이기 때문인가요?" (웃음)

티베트의 '정신적 지주' 달라이 라마(81)는 환한 미소로 한국 취재진을 맞이하며 가시 돋힌 인사말을 건넸다.

중국의 압력으로 인해 한국 정부가 자신의 방한을 불허하고 있는 현실을 겨냥한 것이 분명했다.

지난달 30일 오전 인도 다람살라의 '달라이 라마궁' 접견실에서 한국의 달라이라마방한추진회(방한추진회) 관계자들과 취재진을 만난 달라이 라마는 환하게 웃는 낯으로 "(한국에 가려면) 도대체 몇 년을 더 기다려야 합니까?"라고 되레 묻기도 했다.

달라이 라마는 단순히 티베트의 종교 지도자를 넘어 메마른 현대 사회에 영적 자양분을 제공해온 몇 안 되는 정신적 지도다. 특히 불교의 자비 정신을 근간에 두고 비폭력 투쟁으로 티베트 독립운동을 이끌어 1989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처럼 인류의 큰 스승으로 손꼽히는 그이지만 아직 한국 땅과는 인연이 없었다. 한국 불교계는 그동안 방한을 추진해 왔지만, 중국과의 관계를 의식한 정부의 입국 불허로 매번 방한이 무산됐다.

그러나 달라이 라마는 방한 가능성에 대해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그는 "중국 정부에서 변화가 있기 전에는 (방한이) 어려울 것 같다"고 운을 뗀 뒤, 내년에 열리는 제19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를 언급하며 "좋은 방향으로 변화가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또 "중국 정부가 더 큰 시각에서 계획을 세우고 있는 듯하다"며 중국의 종교 정책에 변화의 기류가 있음을 암시했다.

이어 달라이 라마는 자신이 티베트 정치에서 완전히 손을 뗐음을 거듭 강조했다.

달라이 라마는 "400년 전통을 이어온 티베트의 법왕 체제(종교 수장이 국가원수를 맡는 체제)를 선뜻 내려놓고 은퇴했다"며 "내 입장에서는 일절 속이는 바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가 여전히 티베트 정치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중국 측의 의심을 불식하기 위해 상당히 신경을 쓰는 모습이다.

지난 2011년 티베트 망명정부는 투표를 통해 총리를 선출했으며 달라이 라마는 국가원수 지위를 총리에게 이양하며 모든 정치적 권한을 내려놓았다.

달라이 라마는 방한추진회에 감사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달라이 라마는 "방한추진회가 수년 전부터 애써줘서 고맙다"면서 "한국 불자들의 신심이 깨끗하고 서약에 어긋남이 없다면 방한은 시간문제일 뿐 반드시 한국 방문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또 "느긋한 마음을 가져달라"며 되레 방한추진회 관계자들을 위로했다.

이날 달라이 라마 접견에는 방한추진회 공동 상임대표인 금강·진옥 스님, 사무총장 목종 스님 등 10여 명이 함께 자리했다.

방한추진회는 달라이 라마에게 초청장을 전달하고 특별 제작한 팔만대장경 반야심경 경판을 선물했다. 달라이 라마는 한국을 방문하게 되면 해인사를 방문해 팔만대장경에 참배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한편 달라이 라마는 한국 불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로 '배움과 수행의 종교'로서의 불교를 강조했다.

그는 "불자 대부분이 전통에 따라 독송과 예불을 하고 있지만 배움과 수행을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런 관습이) 시대에 뒤처지는 부분이 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했다.

달라이 라마는 "지혜로운 사람은 본성을 관찰하지만, 근기(根機·교법을 받을 수 있는 능력)가 낮은 사람은 신심(信心)만으로 수행하려 한다"며 "신심만으로는 불교가 미래에도 지속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분석과 관찰을 통해 수행해야만 불교가 앞으로도 수천 년을 이어갈 수 있다"며 "한국의 도반들도 불교를 배우고 공부하는 데 힘써야 한다"고 거듭 당부했다.

아울러 "한국은 조상 대대로 불자의 나라이고 불교에 관심을 가져줘서 고맙다"고 했다.

그는 또 한반도를 비롯한 아시아 각국의 긴장과 갈등에 대해 "10년, 20년 혹은 30년 안에 뭔가 변할 것이라고는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달라이 라마는 미래 세대를 위한 사랑과 연민의 교육을 강조했다. 그는 "유치원 때부터 사랑과 자비와 연민을 심어줄 수 있다면 그 아이들이 사회에 진출해 새로운 세상을 열 것"이라며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달라이 라마는 접견 내내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어떤 어려움을 무릅쓰고라도 한국으로 모시겠다"는 금강 스님의 말에 달라이 라마는 "한국에 가고 못 가고는 정치적 부분이다. 정치는 소수의 사람 손에 달려있다"면서 "정치가 바뀌면 이곳에서 델리로 가고, 델리에서 한국으로 비행기를 타면 된다. 얼마나 쉬운 일인가?"라며 함박웃음으로 답했다.

한편 인도 다람살라에서는 지난달 29일부터 나흘간 아시아인들을 위한 특별 법회가 열렸다.

달라이 라마는 매일 오전 법문을 낭독하고 법회에 참석한 대중과의 질의, 응답을 통해 부처님의 법을 설파했다.

그는 지난달 29일 법회에서는 용수 보살의 '보만론'(寶蔓論)을 주제로 공성(空性)과 보리심(菩提心)에 대한 불법을 전했다. 또 법문 중에는 과학과 종교의 문제, 종교 간 갈등과 평화의 문제를 다루기도 했다.

특히 그는 "지구 상의 물질적 수준은 천문학적으로 발전했으나 여전히 폭력이 횡행하고 생명을 가볍게 여기는 모습은 바뀌지 않았다"며 "각각 법을 앞세워 종교 간에 싸움만 벌이는 게 부끄럽고 수치스럽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종교 간 공존과 평화를 위해 "신심과 존중을 구별해야 한다"고 불자들에게 당부했다. 자신이 믿는 종교에 대해서는 신심을 가져야 하지만 신심을 근거로 다른 종교를 차별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이번 아시안 법회에는 한국과 일본, 대만, 태국 등 아시아 각국에서 사부대중 1천200여 명이 참석했다. 또 포르투갈, 스페인, 러시아 등 유럽에서 온 푸른 눈의 수행자들도 다수 눈에 띄었다. 이밖에 다람살라 현지인을 포함해 총 3천여 명이 남걀사원에 몰려들어 인산인해를 이뤘다.

달라이 라마의 법문은 한국어, 일본어, 중국어, 태국어, 영어, 포르투갈어, 스페인어 등 7개국 언어로 동시 통역됐다.

kih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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