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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정가제 2년> ①서점 살렸지만 책값 올라…'절반의 성공'

송고시간2016-11-2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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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도서 발행↑…"도서 가격 낮추려면 정가제 강화해야"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모든 도서의 할인율을 정가의 15% 이내로 제한하는 개정 도서정가제가 21일로 시행 2년을 맞는다. 개정 도서정가제는 발행일이 1년 6개월 지난 구간(舊刊) 도서와 참고서도 대상에 포함하고, 최고 할인율을 4%포인트 낮춘 것이 골자다.

도서정가제는 출판물의 과도한 가격 경쟁 지양, 위기에 처한 동네서점의 활성화, 출판 도서 다양화를 위해 도입됐다. 일부 소비자들은 도서정가제가 저렴하게 책을 구매하는 길을 막는 불합리한 제도라고 비판하지만, 출판계에서는 제도가 안착해 가면서 긍정적인 효과가 부작용보다 크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연합뉴스 자료사진]

도서정가제의 순기능으로는 서점과 출판사들이 치열하게 펼쳤던 할인율 인하 경쟁이 거의 사라지고, 서점 감소세가 둔화하고 있다는 점이 꼽힌다.

특히 대형 서점과 온라인 서점에 밀려 고사 직전까지 갔던 중소형 서점들은 도서정가제가 '가뭄에 단비' 역할을 했다고 입을 모은다. 또 차나 술을 팔거나 다양한 강연을 여는 특성화된 서점, 주인이 책을 골라 추천하는 '큐레이션 책방'을 창업하는 사례도 눈에 띄게 늘었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관계자는 "지난 2년 6개월 동안 동네서점 100여개가 새롭게 문을 연 것으로 추산된다"며 "동네서점도 가격경쟁력이 생기면서 누구나 책방을 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참고서 판매에 의존하던 기존 동네책방들은 공공기관과 도서관에 책을 대량으로 팔 수 있게 되면서 다소나마 운영에 숨통이 트였다. 도서정가제 시행 이전에는 대형 서점과 전문 납품업체가 독점하다시피 했던 공공기관 도서 계약에 동등한 조건으로 참여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올해 상반기 전자조달시스템인 '나라장터'와 '학교장터'의 도서 계약을 분석한 결과, 공공기관의 53.6%가 지역 서점으로부터 책을 공급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사회과학과 철학, 예술 분야를 중심으로 신간 도서가 늘어난 것도 눈에 띄는 변화다.

대한출판문화협회가 국립중앙도서관과 국회도서관의 납본(신간 제출) 도서를 기준으로 작성한 통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에 발행된 책은 2만8천349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8.0% 증가했다.

유철상 상상출판 대표는 "도서정가제 전후를 비교하면 확실히 서점에 내놓는 책의 종류가 많아졌다"며 "다만 이전에는 초판본을 3천부 정도 찍었는데, 지금은 2천부 안팎을 제작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도서정가제가 책값을 내리는 데는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한 것으로 분석됐다. 출협은 신간 도서의 평균 정가가 2014년 1만5천631원에서 2015년 1만4천929원으로 약간 하락했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1만7천356원으로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관계자는 "올해 납본 제도가 바뀌면서 대한출판문화협회가 도서관에 제출하는 도서에 값비싼 학술서와 예술서가 다수 포함됐다"며 "대형 서점에서 유통되는 도서를 바탕으로 한 통계에서는 올해 신간 도서 가격이 지난해와 비교해 1.1% 올랐다"고 말했다.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는 "도서정가제로 책값의 거품은 다소 제거됐지만, 초판본 인쇄 부수가 감소하면서 제작 단가가 올라갔다"며 "지금처럼 책이 안 팔리면 가격은 상승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책값을 낮추기 위해서는 도서정가제의 최고 할인율을 하향 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현행 도서정가제의 최고 할인율인 15%를 적용하는 곳은 자본력이 있는 대형 서점과 온라인 서점에 불과하고, 몇몇 온라인 서점은 제휴 신용카드로 결제하면 추가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식으로 시장질서를 흐트러뜨리고 있기 때문이다.

도서정가제는 2003년 도입 이후 대상 도서를 늘리고 최고 할인율을 내리는 쪽으로 변해왔는데, 책을 할인 판매하지 않는 진정한 의미의 도서정가제가 시행돼야 동네서점으로 향하는 발길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박효상 한국출판인회의 유통위원장은 "도서정가제는 서점, 출판사, 소비자 순으로 혜택을 받게 돼 있다"면서 "소비자로서는 불만이 있을 수도 있지만, 도서정가제의 궁극적인 취지는 저평가된 책의 가치를 끌어올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백원근 대표는 "도서정가제 2년을 돌아보면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고 평가할 수 있다"면서 "출판사와 서점, 독자가 상생하는 건강한 출판 생태계를 만들면 좋은 책이 더 많이 출간되고 책값도 안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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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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