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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정가제 2년> ②'이해 충돌'…공급률 조정 숙제로

송고시간2016-11-2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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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점·대형-중소형 대립…'기업형' 중고서점도 갈등요인

서울에 남은 서점, 이것뿐입니다
서울에 남은 서점, 이것뿐입니다

서울 중구 서울시청 지하 시민청에서 열린 '서울 서점 120년 전시회'에 나온 서울 서점 지도.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 개정 도서정가제기 시행 2년이 지나면서 출혈 경쟁으로 얼룩진 출판시장이 어느 정도 질서가 자리 잡혔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이 제도가 안착하려면 풀어야 할 숙제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도서정가제 소관 법인 출판문화산업진흥법에서 3년 마다 도서정가제의 유지 여부를 검토하도록 하고 있어 제도 도입 3년차를 맞는 내년에는 제도 개선 논의가 활발해질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우선 제기되는 사안으로 출판사와 서점간 공급률 조정 문제가 있다. 공급률은 출판사가 서점에 납품하는 책 단가의 정가 대비 비율이다. 정가가 1만원인 책을 출판사가 서점의 마진을 감안해 6천원에 넘긴다면 공급률은 60%가 된다.

개정 도서정가제로 책의 할인율이 15%로 제한됨에 따라 공급률을 높일 여지가 생겼다는 것이 출판사의 입장이다.

예전에는 서점에서 큰 폭으로 할인된 가격에 팔릴 것을 염두에 두고 출판사가 낮은 공급률로 책을 넘겼는데, 이제는 그 할인 가격으로 팔 수 없으니 공급률도 조정돼야 한다는 논리다.

예컨대 서점이 1만원짜리 책을 8천원에 팔 것을 고려해 출판사가 6천원에 책을 줬다면 도서정가제 도입으로 서점이 8천500원 이하(할인률 15%·간접할인도 포함)로 팔 수 없게 됐으니 그 차액인 500원만큼 단가를 인상할 여력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할인율이 커 상대적으로 낮은 공급률로 책을 넘겼던 온라인 서점에 대한 출판사들의 조정 요구가 컸다.

실제로 예스24와 알라딘 등 온라인 서점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많이 늘어나 출판계의 주장에 무게감이 실렸다.

출판사들의 모임인 한국출판인회의는 올해 2월 예스24에 공급률 조정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온라인 서점 측은 독서 인구 감소로 책 시장 자체가 위축되고 있어 공급률을 올리는 것이 여의치가 않다는 입장을 보였다.

온라인·대형 서점에 비교해 상대적으로 높은 공급률(낮은 마진율)로 책을 받는 중소형 서점은 오히려 온라인·대형서점과 형평을 맞춰달라며 공급률 인하를 요구하기도 했다.

최근 들어 온라인 서점과 출판사간 공급률 조정 협상이 벌어지고 있으나 양측 간 입장 차이는 쉽게 좁혀지고 있지 않다.

일각에서는 기준 공급률을 설정하자는 주장도 한다. 주로 중소형 출판사·서점 측이 이를 지지한다.

중소형 출판사는 온라인·대형 서점을 상대해 자신들의 이익을 관철하기 어려운 상황이니 차제에 가이드라인을 설정하자는 것이고, 중소형 서점은 온라인·대형 서점과 비교해 차등 대접을 받을 바야 아예 일률적으로 정하자는 입장이다.

한 소형 출판사 대표는 "공급률 조정이 가장 우선돼야 한다"며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좋은 책을 내기가 힘들다"고 호소했다.

연주회·인형극·책맥...'동네서점의 변신'
연주회·인형극·책맥...'동네서점의 변신'

[연합뉴스TV 제공]

중고서점도 논란거리다. 대개 중고서점은 소규모 형태로 운영돼왔는데 최근 들어 온라인 서점이 이 분야에 뛰어들어 '기업형' 중고서점이 생겨나고 있다.

알라딘은 2011년 9월에 종로에 중고서점 1호점을 낸 데 이어 현재 30개점을 운영 중이고, 예스24도 올 3월과 8월 중고매장을 연이어 냈다.

중고서점은 온라인 서점 입장에서 수익 다각화를 위해 충분히 할 수 있는 선택이고, 독자 입장에서는 책을 저렴하게 살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하지만 온라인 서점의 진입으로 중고 책 시장이 확대되면 신간 시장이 위축될 소지가 높고 도서정가제의 취지도 흔들릴 수 있다. 신간이 나온 지 얼마 안 있어 중고서점에서 살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지면 독자들은 신간을 사기를 주저하고 정가에 대한 가격저항도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도서정가제 시행으로 가격 할인이 제한돼 있어 가격 제한이 없는 중고서점으로 독자들이 몰릴 소지도 커졌다.

온라인 서점 측은 신간이 바로 중고서점으로 나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인정해 출간 6개월 이내의 책은 중고서점에 유통시키지 않기로 했다.

출판인회의 관계자는 "신간을 내도 잘 안 팔리니 신간을 낼 동력이 손실될 우려가 있어 기업형 중고서점이 지나치게 생겨나는 것에 반대하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도서정가제가 좋은 책이 나올 수 있는 기반을 만들자는 취지인데 중고서점의 기업화는 그런 기반을 흐트러트릴 수 있다"며 "서점이 아닌 고물상으로 등록하는 중고서점은 대기업이 진출할 수 없게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는 것이 맞다"고 덧붙였다.

반품된 책 중 책표지에 흠이 나거나 포장 끈에 눌려 되팔기 어려운 책인 '리퍼 도서'도 해결해야 할 숙제로 꼽히고 있다.

리퍼 도서는 소비자에게 팔린 책이 아니어서 중고 책이 아니다. 법상 새 책으로 간주돼 도서정가제가 적용되지만 흠결이 있는 책을 소비자가 살 리가 만무하다. 예전에는 이런 책들을 할인해서 팔 수 있었지만 도서정가제 시행으로 폐지 처분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은 "도서전이나 책의 날 등 일정 시기에 이런 훼손된 도서를 할인해서 처리할 수 있는 문을 열어주는 것이 필요하다"며 "잘라서 버리는 것보다 낫지 않나"고 지적했다.

제휴카드에 의한 편법 할인을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온라인 서점은 제휴카드를 통해 정가의 40%까지 추가로 할인해준다. 도서정가제가 허용한 할인 폭까지 더하면 제휴카드가 있는 소비자는 책을 반값에 살 수 있다.

하지만 카드사가 추가 할인에 따른 비용부담을 낸다면 이는 도서정가제 위반이 아니다. 가격 할인을 온라인 서점이 해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법에 저촉되는 것은 아니지만 할인 폭을 15%로 정한 제도 취지에는 어긋나는 셈이다.

아울러 도서관이 사는 책에도 도서정가제가 적용됨에 따라 도서관의 도서구매 예산 확충문제가 대두하고 있고, 도서정가제 위반에 따른 제재가 과태료 300만원에 불과해 판매중지 등 강력한 수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pseudoj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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