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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취하는 숙대 학생들에게 김장 김치 선물한 '미화원 어머니'

송고시간2016-12-12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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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담은 곳에 보람있는 일 하고 싶어서"

(서울=연합뉴스) 박경준 기자 = "집에서 나와 살다 보니까 흰 쌀밥에 김치가 너무 그리워지더라고요. 직접 담그신 김치 맛보고 싶어요."

"매일 편의점에서 도시락용 김 사서 밥이랑 먹어요. 김치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지난주 숙명여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의 페이스북 계정에는 학생들이 올리는 댓글 사연을 보고 추첨을 통해 김장김치를 나눠준다는 글이 올라왔다.

그러자 위와 같은 댓글이 수십 개 달렸다. 지방에서 올라온 학생의 글이 대다수였다. 다들 '엄마 손맛'이 느껴지는 김치가 그립다고 했다.

진짜 '엄마'는 아니었지만, 비대위가 준비한 김치는 평소 숙대 학생들이 '어머니'라고 부르는 청소용역 미화원들이 담근 것이었다.

숙대에서 6년 넘게 미화원으로 일해 온 심현주(63·여) 씨는 12일 "학교에서 일하는 동안 뭔가 보람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고 이야기했다.

"학생들이 있으니까 뭘 할까 고민하다가 언젠가 기숙사 학생들이 아는 사람한테 김치를 받고 좋아하는 모습 보니까 나도 김치를 담가줘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아들이 하나뿐인 심씨는 숙대 재학생들이 딸같이 느껴져서 그렇게 예뻐 보일 수가 없다고 말했다.

자기 뜻으로 선행을 마음먹은 지라 주변 사람들에게 선뜻 손을 벌리기도 어려웠다는 심씨는 사비로 김장 재료를 마련했다.

김장 날이 다가오자 심씨의 용역 회사와 동료 미화원, 교내 보안을 담당하는 방호원 등도 돕겠다고 나섰고 학교 측도 금일봉을 전달했다.

이달 6일 교내에서 열린 김장 행사에서는 미화원들과 교수, 재학생, 외국인 유학생들이 한데 어우러져 김치를 담그는 훈훈한 장면이 펼쳐졌다.

숙명여대 '사랑의 김장나눔' 봉사활동 [연합뉴스 자료사진]
숙명여대 '사랑의 김장나눔' 봉사활동 [연합뉴스 자료사진]

김장김치 250포기 중 학교 주변 독거 어르신 등에게 전달된 양을 뺀 70여 포기 정도가 재학생 서른 명에게 전달됐다.

김치를 받은 학생들은 하나같이 '엄마'의 손맛에 감동했다.

정장희(21) 씨는 "편의점에서만 김치를 사 먹다 보니 비싸기도 하고 질리기도 했는데 미화원 어머니들이 담가주신 김치는 맛있었다"면서 "정말 감사하다고 말씀드렸다"고 전했다.

선물을 받은 총학 비대위도 조그만 정성을 표하기로 했다.

한 해를 마무리하며 재학생들을 위해 일한 미화원과 방호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자 진행된 모금에 적지 않은 성금이 모였다. 이 돈으로 겨울방학 전 선물을 사서 전달할 예정이다.

kj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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