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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훈의 골프산책] '팀 쭈타누깐'과 '외로운 늑대' 박성현

송고시간2018-11-0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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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GA투어 양강구도를 구축한 박성현(왼쪽)과 쭈타누깐.
LPGA투어 양강구도를 구축한 박성현(왼쪽)과 쭈타누깐.

(서울=연합뉴스) 권훈 기자 = 에리야 쭈타누깐(태국)이 한국의 박성현(25)을 제치고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의 여왕 자리를 예약했다.

올해의 선수는 확정했고 상금왕도 사실상 굳혔다. 평균 타수 1위도 유력하다. 박성현에게 넘겨받은 세계랭킹 1위를 연말까지 지킨다면 2018년은 쭈타누깐이 평정하는 셈이다.

쭈타누깐이 개인 타이틀을 싹쓸이했다지만 LPGA투어 판도는 쭈타누깐과 박성현의 양강 구도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박성현과 쭈타누깐은 이번 시즌 나란히 3승씩을 나눠 가졌다. 올해 LPGA투어에서 3승 이상을 거둔 선수는 둘밖에 없다.

3승 가운데 1승은 메이저대회라는 사실도 똑같다. 세계랭킹 1위를 주고받은 건 두 선수의 1인자 경쟁을 상징적으로 말한다.

올해 쭈타누깐의 손에 들어가게 된 올해의 선수와 상금왕은 지난해 박성현 몫이었다.

이렇게 1인자를 놓고 경쟁하는 박성현과 쭈타누깐은 사실 닮은 점이 많다.

장타를 앞세운 공격적인 경기 스타일이 빼닮았다.

둘에 앞서 여왕 자리를 경쟁하던 박인비(30), 리디아 고(뉴질랜드)가 섬세하고 감각적인 여성적 골프를 한다면 둘은 사뭇 남성적이다.

시원한 장타에 강력한 스핀을 먹이는 높은 탄도의 아이언샷은 박성현과 쭈타누깐의 주무기다.

박성현과 쭈타누깐은 '좌절'을 딛고 일어난 점에서도 닮았다.

2013년 혼다 클래식 때 쭈타누깐은 최종 라운드 17번 홀까지 2타차 선두였지만 마지막 홀에서 트리플보기를 적어내 역전패를 당했다.

쭈타누깐은 2016년 메이저대회 ANA 인스퍼레이션에서도 71번째 홀까지 선두를 달리다 72번째홀에서 1타를 잃어 우승을 눈앞에서 놓친 적이 있다.

2015년 박성현은 롯데칸타타여자오픈 최종 라운드 18번 홀에서 1m 챔피언 퍼트를 놓쳐 연장전에 끌려 들어가 생애 첫 우승 기회를 날렸다. 박성현은 한국에서 뛸 때 'OB 여왕'이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도 달고 다녔다.

승부처에서 허둥대며 실수를 연발하고 1m 퍼트 앞에서도 쩔쩔매는 유약한 심리도 둘은 꽤 흡사했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다른 점도 적지 않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쭈타누깐은 '팀'으로 움직이지만 박성현은 '나홀로'라는 사실이다.

쭈타누깐의 1살 터울 언니 모리야는 동생과 함께 LPGA투어 무대에서 뛴다. 기쁨과 아픔을 늘 같이 나누는 언니는 누구보다 든든한 지원군이다.

스윙 코치와 트레이너뿐 아니라 심리 코치까지 쭈타누깐을 돕고 있다. 쭈타누깐이 LPGA투어에 진출한 지 3년 만에 최고 선수로 성장하는 데는 이들 '팀 쭈타누깐'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박성현은 '외로운 늑대' 스타일이다. 박성현에게는 스윙 코치도, 심리 코치도 없다.

있다면 어머니 뿐이다. LPGA투어 진출 초기엔 로드 매니저가 있었지만 잠깐이었다.

대신 박성현은 치열하게 혼자 연구하고, 훈련한다. 확고한 자기 주도형이다.

'팀'을 믿고 의지하는 쭈타누깐이나 '나홀로'를 고수하는 박성현이나 누가 더 낫다고 할 수는 없다. 각자 개성과 입맛에 맞는 방식일 뿐이다.

다만 분명한 건 올해는 쭈타누깐이 박성현보다 더 풍성한 수확물을 거뒀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쭈타누깐과 박성현의 승부는 어디서 갈렸을까.

쭈타누깐은 폭발력에서도 박성현과 비슷했지만, 훨씬 안정적으로 시즌을 운영했다.

그는 15번이나 톱10에 입상했고 컷 탈락은 한 번도 없었다.

박성현은 6차례 톱10에 들었을 뿐이다. 무려 7번이나 컷을 통과하지 못했다.

이런 차이는 기술적인 면에서 단서가 드러난다.

롱게임에서는 박성현이 낫지만, 쭈타누깐은 그린에 가까이 갈수록 박성현에 앞섰다.

박성현은 그린 적중률 8위(73.9%)로 25위(71.8%)의 쭈타누깐을 앞질렀다.

장타 순위도 박성현은 6위(평균 270.54야드), 쭈타누깐은 12위(평균 267.65야드)로 나타났다. 쭈타누깐이 드라이버를 거의 쓰지 않았다지만 박성현은 드라이버샷 정확도에서도 93위(70.31%)를 찍어 120위(67.12%)의 쭈타누깐보다 앞서는 등 장타의 이점은 더 누렸다.

하지만 그린 위에서는 얘기가 달랐다.

정규타수 만에 그린에 도달했을 때 쭈타누깐은 홀당 1.722개로 1위에 올랐다. 60위(1.799개)의 박성현을 훌쩍 넘었다. 쭈타누깐이 박성현보다 버디 기회를 훨씬 더 많이 살렸다는 뜻이다.

18홀 평균 퍼트에서도 쭈타누깐은 28.74개로 2위를 달렸다. 박성현은 113위(30.17개)에 머물렀다.

심지어 쭈타누깐은 벙커샷에서도 26위로 91위에 그친 박성현을 압도했다.

아직 시즌은 끝나지 않았지만, 박성현이 내년 시즌에 쭈타누깐에게 LPGA투어 1인자 자리를 탈환하려면 무엇을 해야 할지는 분명하다.

늘 치열하게 고민하고 해결책을 찾고자 노력하는 박성현이기에 내년이 기대된다.

kh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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