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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부시 "당신은 멋진 아버지"…찬사·유머로 마지막 작별인사(종합)

송고시간2018-12-06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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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도문 낭독 "천개의 불빛 중 가장 밝은 빛…하늘에서 어머니 손잡고 있을것"

"두번 죽을뻔 했지만 신의 다른 계획 있어 살아"…유머섞어 추모객에 웃음도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립대성당에서 치러진 아버지 조지 H.W. 부시 전 대통령의 장례식에서 추도사를 낭독하는 모습 [EPA=연합뉴스]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립대성당에서 치러진 아버지 조지 H.W. 부시 전 대통령의 장례식에서 추도사를 낭독하는 모습 [EPA=연합뉴스]

(워싱턴=연합뉴스) 강영두 특파원 = "지난 금요일, 아버지가 사실 날이 몇 분밖에 안 된다는 말을 듣고 전화를 걸었습니다…저는 '아버지, 사랑해요. 당신은 아주 멋진 아버지(wonderful dad)였어요'라고 말했습니다. 그가 지구상에서 마지막으로 한 말은 '나도 사랑한다'였습니다."

5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립성당에서 치러진 조지 H.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의 장례식에서 장남인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추도사에서 아버지의 마지막 순간을 전해 추모객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아들 대통령'이 '아버지 대통령'을 회고하는 역사적인 추모사에서 그는 "역사는 아버지를 위엄있고 명예롭게 직무를 수행한 위대한 인물이자 신사로 기록할 것"이라며 존경심을 감추지 않았다.

부시 전 대통령은 아버지로부터 공직의 신성함에 대해 큰 가르침을 받았다고 술회했다. 그는 "아버지는 자신이 사는 지역사회와 국가에 되돌려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굳게 믿었고, 남을 섬기는 것이 그 사람의 영혼을 풍요롭게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우리에게 그는 천 개의 불빛 중에서 가장 밝은 빛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고인을 위대한 대통령이자 자랑스러운 아버지로서뿐 아니라 사랑스러운 남편과 할아버지의 역할 모델로서도 칭송했다.

아들 부시 전대통령의 '침묵'
아들 부시 전대통령의 '침묵'

(워싱턴DC EPA=연합뉴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향년 94세로 타계한 조지 H.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의 국장이 거행된 5일 워싱턴DC 국립성당 장례식에서 장남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추모사 도중 북받치는 감정을 못 이긴 듯 말을 잇지 못하고 있다.
bulls@yna.co.kr

부시 전 대통령은 "아버지는 3살 때 백혈병으로 죽은 딸(로빈)을 위해 매일 기도하고 그를 안아주고 싶어했다"라면서 "지난 4월 어머니(바버라 부시 여사)가 돌아가셨을 때는 어머니의 손을 다시 잡고 싶다고 말씀하셨다"고 회고했다.

그는 슬픔 속에서도 고인의 행적을 유머러스하게 전해, 장례절차로 숙연하고 무거운 공간에 웃음이 번지게 했다.

그는 "아버지는 10대에 포도상구균에 감염돼 죽을 뻔했고, 몇 년 뒤 군 복무 시절에는 구조대원들이 자신을 찾길 기도하며 태평양에서 혼자 구명보트를 타고 있기도 했다"며 "신은 그 기도에 응답했는데, 조지 H.W. 부시에 대한 다른 계획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미국의 41대 대통령이 될 운명 때문에 두 번이나 '젊어서 죽을' 뻔 했으나 살아남았다는 의미다. 고인은 이 때문에 삶의 선물을 소중히 여기고 매일 최선을 다해 살았다고 그는 전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이어 "아버지는 우리에게 거의 완벽에 가까웠다. 그러나 완전히 완벽하진 않았다"면서 "그의 (골프) 쇼트 게임과 춤 실력은 형편없었다. 이 남자는 채소, 특히 브로콜리를 못 먹었는데, 이 유전적인 결함은 우리에게 전달됐다"고 말해 추모객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또 아버지가 85세에 쾌속정을 타고 대서양에서 속도를 즐기고, 90세에 낙하산을 메고 하늘에서 뛰어내린 일, 또 90대 들어 오랜 친구인 제임스 베이커 전 국무장관이 병실에 몰래 들여온 보드카를 마신 일화도 소개했다.

또 고인을 인생의 멘토로 여긴 아널드 슈워제네거, 퇴임 후 고인과 친구처럼 가까이 지낸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등을 거명하며 "우리 형제들은 이 그룹의 남자들을 엄마가 다른 형제들이라고 부른다"고도 했다.

아들 부시 전 대통령의 흐느낌
아들 부시 전 대통령의 흐느낌

(워싱턴DC 로이터=연합뉴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향년 94세로 타계한 조지 H.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의 국장이 거행된 5일 워싱턴DC 국립성당 장례식에서 아들 조지 W. 부시(가운데) 전 대통령이 흐느끼고 있다. bulls@yna.co.kr

그는 끝으로 '미래 세대에 물려줄 것은 큰 차와 거액의 통장잔고가 아니라 신의와 사랑'이라고 강조한 고인의 41대 미 대통령 취임사를 인용한 뒤 "아버지, 우리는 정확하게 그리고 그 이상으로 당신을 기억할 것이고 그리워할 것"이라며 "당신의 품위와 성실, 친절은 영원히 우리와 함께할 것"이라고 힘을 줬다.

이어 목이 멘 듯 잠시 말을 잇지 못하던 그는 감정을 추스르고 "슬픔 속이지만 이제는 웃읍시다"라며 "아버지는 로빈을 안고, 어머니의 손을 다시 잡고 있을 것"이라고 말해 숙연케 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추도사를 마치고 내려와, 마치 고인의 어깨를 다독이듯 그가 잠든 관을 두 번 두드리고 자리로 돌아갔다. 이때 부인 로라 여사는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고 있었다.

[로이터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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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Y1zQNfSP1Mg

k02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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