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연합뉴스 최신기사
뉴스 검색어 입력 양식

김금희 "재밌는 연애담? 소중한 '무언가'와 결별하는 이야기"

송고시간2018-12-12 10:00

이 뉴스 공유하기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본문 글자 크기 조정

중편소설 '나의 사랑, 매기' 출간

소설가 김금희
소설가 김금희

ⓒ신나라 [창비 제공]

(서울=연합뉴스) 김은경 기자 = 옛날에 금잔디 동산에, 매기. 같이 앉아서 놀던 곳, 물레방아 소리 들린다, 매기, 내 사랑하는 매기야.

재훈에게 매기는 대학 시절 앓은 사랑의 추억이다.

그 추억과 수년 후 맞부닥친 재훈은 '마치 빗물이 손바닥을 적시듯 인생으로 툭툭 떨어져 내린' 매기에게 빠져든다.

유부녀인 매기와 아슬아슬한 사랑을 시작한 재훈은 가끔은 슬프고, 가끔은 절망스럽지만 가끔은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그러나 그들이 사랑한 오늘이 미래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재훈은 결국은 매기를 놓고, 담담히 결별의 과정을 밟아나간다.

12일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만난 김금희 작가는 "나의 사랑, 매기'(현대문학)를 "나의 '무언가'와 결별하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김 작가는 "연애 문제는 한 사회를 드러내는 데 중요한 지표이니 그 둘을 동시에 다룰 수 있는 상황을 만들고 싶었다"며 "이 소설을 구상한 2017년에 한국 사회가 과거와 결별하는 중이었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런 상황을 연애라는 구조로 담아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결별을 선택하게 된 이유가 그냥 '이 사람이 싫어졌어'가 아니라 중요한 자기 안 문제와 결부됐다는 사실을 그려내 한국 사회의 분위기 또한 담고 싶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소설에는 재훈이 매기의 애칭을 생각해내는 장면에서 '적폐', '청산' 등 단어를 언급하는 장면이 나온다.

하지만 결국 '옛날에 같이 앉아 놀던 내 사랑하는 매기'로 결정한다.

김 작가는 "이 노래는 어떤 시기를 다 지난 사람이 그 시기를 다시 생각하며 부르는 이미지"라며 "독자들에게 자기가 사랑하는, 혹은 꿈꾸는 '무언가'와 결별하는 과정으로 사고를 확장하게 하고 싶었는데 특정 이름을 쓰면 재훈의 연인으로 고정될 수 있어 '매기'로 정했다"고 말했다.

단순히 재밌지만 불편한 연애담이라고 여기지 말고 타인에게는 불편하지만, 자신에게 소중한 것 - 그것이 세계관이든 질서든 - 을 떠올리며 읽었으면 한다는 것이다.

"이야기 자체를 전달하고 싶기도 했지만 그것이 불러일으키는 파장이 넓었으면 좋겠어요. 사회문제로도 읽혔으면 좋겠고요."

가장 마음에 드는 대목으로는 군대 PX에서 윤 병장이 재훈에게 매기가 준 포스터를 건네주는 장면을 꼽았다.

"PX에서 찹찹찹 먹는 소리가 들리잖아요. 식욕이라는 말초적인 욕구를 실현하는 공간에서 매기가 또 다른 말초적인 욕구인 성욕에 대해 '내가 왜 이걸 지연 시켜야 해'라고 전한 메시지를 재훈이 읽어야 하는 상황. 욕망의 실현이 불가능한 군대라는 공간 속에서 욕망의 실현을 얘기하는 것이 사랑과 연애에 관해 이야기할 때 자주 느끼는 억압이기도 한 것 같아 두루두루 흥미롭다고 만족했어요."

올해 중순 첫 장편 '경애의 마음'으로 많은 주목을 받은 김 작가는 다음 작품으로 또 다른 장편을 구상한다.

가파도에서 다른 예술가들과 3개월 지낸 경험에서 다음 장편 소설 주제를 착안했다.

김 작가는 "예술가의 존재가 끊임없이 생활과 일상에 치이는 존재라는 생각이 들어 이를 소설로 쓰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막연히 들었다"며 "그곳에서 겪은 인상적인 경험들이 왜 내 마음에 남았는지 생각해보면서 예술과 생활 등에 대한 기록을 할까 한다"고 말했다.

나의 사랑, 매기[현대문학 제공]

나의 사랑, 매기[현대문학 제공]

bookmania@yna.co.kr

댓글쓰기
에디터스 픽Editor's Picks

영상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