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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트오프 "서로를 만난 게 행운이었어요"

송고시간2018-12-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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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EP '마지막 밤' 발매…"쓸쓸하고도 홀가분하죠"

나이트오프 이이언(왼쪽)과 이능룡(오른쪽)
나이트오프 이이언(왼쪽)과 이능룡(오른쪽)

[나이트오프 제공]

(서울=연합뉴스) 박수윤 기자 =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뜨겁던 유자차가 차게 식었다. 노트북을 닫으며 밴드 나이트오프(Night Off)에 물었다. 언젠가 두 사람이 함께하는 마지막 밤이 오면 어떤 이야기를 해주고 싶냐고.

"힘들긴 했는데 우리 같이하길 잘했다. 그거 정말 잘 만든 앨범이었지?"(이이언), "형을 만난 건 행운이었어."(이능룡)

나이트오프 이이언(왼쪽)과 이능룡(오른쪽)
나이트오프 이이언(왼쪽)과 이능룡(오른쪽)

[나이트오프 제공]

2인조 프로젝트 밴드 나이트오프는 외출이 허락된 밤이라는 사전적 의미처럼 태생부터 외유(外遊)의 성격을 갖고 있다.

밴드 못을 이끄는 이이언(43)과 언니네이발관 출신 기타리스트 이능룡(40)의 우연한 만남에서 화학작용이 발생했다. 완벽주의자였던 두 사람은 좀 더 설렁설렁 느슨하게 음악을 해보고 싶었다. 마침 언니네이발관이 지난해 무기한 활동중단에 들어가면서 시간이 났다. 나이트오프는 올해 6월 싱글 '리뷰'와 '오늘의 날씨는 실패다'를 내며 킥오프를 했다.

나이트오프는 지난 11월 30일 첫 EP '마지막 밤'을 냈다. 최근 홍대 카페에서 마주 앉은 두 사람은 독한 감기에 시달리면서도 홀가분한 얼굴이었다.

"완성도에 아주 만족해요. 활동 방식에서 새롭게 접근하고 싶어서 격월로 싱글을, 마지막에 음반을 냈죠. 띄엄띄엄 공개하다 보니 오래 고민할 시간이 생기더라고요. 사람 욕심에 계속 작업물을 붙잡고 있게 되고, 사실 고생스러웠어요.(웃음)"(이이언)

"앨범 제목이 '마지막 밤'이라고 해서 나이트오프 마지막 활동은 아니고요. 첫 번째 시즌을 마무리한다는 뜻을 담았어요. 막연한 기대로는 나이가 많이 들어서 서로 떨어져 지내더라도 기회가 되면 또 이렇게 만나고 싶어요. 새로운 시대의 아티스트와 협업도 하고요."(이능룡)

나이트오프 이이언(왼쪽)과 이능룡(오른쪽)
나이트오프 이이언(왼쪽)과 이능룡(오른쪽)

앨범에는 6월 싱글 두 곡과 8월에 낸 '우린 매일매일', 10월에 낸 '예쁘게 시들어 가고 싶어 너와', 신곡 '잠'·'해프닝'까지 6곡이 담겼다.

'우린 매일매일'은 나이트오프가 자신에게 하는 얘기다. '말이 없는 것은 말이 없고/ 보고 싶은 것은 보고 싶고/ 어리석은 것은 어리석고'라는 가사가 입가를 맴돈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는 뜻이냐는 질문에 이이언은 고개를 내저었다. 그는 "염세주의나 비관으로 가는 건 아니다. 힘들어도 우린 매일매일 괜찮게 살아가고, 그게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답했다.

'예쁘게 시들어 가고 싶어 너와'에는 '너와'라는 단어가 스무번 넘게 반복된다. 가제도 '너와'였다. '이 미운 세상에 너만이 좋았어/ 해로운 희망을 다 끊고서 예쁘게 시들어 가고 싶어'라는 가사가 마음을 문지른다.

"삶 자체가 기본적으로 피곤하고 비극적이에요. 사람은 결국 죽게 돼 있고 생은 힘겨운 싸움 같은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어떤 시점이 지나면 '내가 어떻게 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가능성을 열어놓는 것 자체가 괴로울 수 있거든요. 헛되고 해로운 희망을 품느니 가망 없는 큰 기대는 정리하고, 내 삶을 풍요롭게 해줄 무언가에 집중하고 살고 싶어요."(이이언)

"젊은 친구들에게 '너와 흐드러지게 피고 싶어'라고 해야 하는데, 우리는 '너와 시들어 가고 싶어'라고 말했네요. 너무 나이든건가요.(웃음) 젊었을 땐 다치면 낫고 우린 죽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나이가 들면서 다치면 낫지 않을 수도 있겠단 생각을 해요. 그런 게 노래에 녹아 나왔나 봐요."(이능룡)

신곡 '잠'은 '나 조금 누우면 안 될까, 잠깐 잠들면 안 될까'라는 가사가 지친 마음을 위로한다.

"이 가사를 쓸 때 많이 힘들었어요. 물리적으로 피로가 왔고 깨어있기 싫었죠. 아 다 모르겠고 잠들고 싶다…. 맘대로 잘 수 있으면 좋은데 삶이 그렇게 내버려 두지 않잖아요. 살아가려면 회사를 가건, 창작하건 뭔가 해야 하죠. 그래서 더 다 내려놓고 쉬고 싶다는 충동이 드는 것 같아요. 어찌 보면 가사가 우울해 보일 수 있지만 오히려 이걸 쓰면서 홀가분했어요. 내 의지와 상관없이 불가항력적으로 한 시절 끝을 맞이하는 순간, 그 끝에서 느끼는 홀가분함이 온 거죠."(이이언)

나이트오프 이이언(왼쪽)과 이능룡(오른쪽)
나이트오프 이이언(왼쪽)과 이능룡(오른쪽)

[나이트오프 제공]

한참 이야기를 나누면서 두 사람의 합이 눈에 들어왔다. 한 사람이 말문이 막혀 단어를 고르면 다른 사람이 물 흐르듯 대화를 이어갔다. 서로 오래 관찰하고 배려하면서 만들어진 습관인 듯했다.

이능룡은 "우리의 파동은 평소 잔잔하다. 대신 살짝만 흔들려도 눈치챈다. 주로 카카오톡 메신저로 작업하는데, 답장이 없으면 '아 지금 뭔가 마음에 안 드는 게 있구나' 감이 온다"며 "그러면 서로의 마음에 청진기를 대고 예민하게 주시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그렇게 서로에게 집중하는 게 나이트오프의 목표이기도 했다. 처음 시작할 때부터 서로에게 부속이 되는 음악은 하지 않기로 했다. 제가 누군가의 기타리스트가 되거나 이언이 형이 누군가의 보컬이지 않은, 서로가 만나야만 만들어질 수 있는 음악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의견충돌은 없었냐고 묻자 두 사람은 씩 웃었다. 사실 '잠' 녹음 과정에서 처음으로 부딪혔다고 한다. 이이언이 보낸 보컬 녹음본을 들은 이능룡은 데모곡 때 느낌과 너무 이질적이어서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믹싱 일정이 촉박해 재녹음이 불가능했다.

"데모본은 '못'이나 '이이언 솔로'에 어울리게 감정이 끈적하게 들어가 있었어요. 하지만 완성본에선 감정을 걷어냈죠. 그게 더 나이트오프에 맞다고 생각했거든요. 게다가 일정 탓에 재녹음하기도 어려웠죠. 결국 능룡이가 양보를 해줬죠."(이이언)

"처음엔 일단 갈등을 이불로 덮었어요. 그런데 무작정 덮으면 상처가 곪거나 튀어나올 수 있거든요. 저는 형 설명이 납득이 갔고, 결국 데모버전보다 완성곡이 더 낫더라고요. 제가 놓칠 수 있던 지점을 대화로 짚어내 다행이었어요."(이능룡)

나이트오프 이이언(왼쪽)과 이능룡(오른쪽)
나이트오프 이이언(왼쪽)과 이능룡(오른쪽)

[나이트오프 제공]

나이트오프는 이번 앨범 발매 이후 당분간 휴식에 들어간다. 공연 계획은 없다. 농반진반 '무대 체질이 아니어서'라는 이유를 들었다. 이능룡은 내년쯤 솔로 앨범 작업을 고민 중이다.

두 사람은 팬들에게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남겼다.

"'잠' 가사처럼 홀가분하면서 쓸쓸하고, 저희가 할 건 다했다는 느낌이에요. 팬들의 응원 하나하나가 이렇게 힘이 된 적이 있었던가 싶을만큼 고마웠던 나날이었어요. 재충전해서 다시 좋은 음악, 열심히 들려드리겠습니다. 저희 마음을 잘 들어주시고 다시 만나요."

cla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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