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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박한 사회 무고·모욕 판친다…법원·검찰은 `철퇴'

송고시간2018-12-13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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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무태만 징계 두려워 상사를 성추행 고소했다가 도주

"사법질서 침해 범죄에 엄중한 처벌 필요"

대법원 정의의 여신(CG)
대법원 정의의 여신(CG)

[연합뉴스TV 제공]

(전국종합=연합뉴스) 최근 피해자의 고통과 수모는 아랑곳하지 않는 무고와 모욕 범죄가 잇따르면서 각박한 세태를 잘 반영하고 있다. 법원과 검찰은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고 모든 것을 잃을 수도 있게 하는 이런 범죄들에 대해 징역형 등 엄벌을 내리고 있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연인이거나 불륜이던 남녀가 헤어지거나 이해관계가 엇갈리며 상대방에게 성폭행 누명을 씌우는가 하면, 돈을 뜯어낼 목적으로 무고를 일삼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젊은 사람이 노인에게, 혹은 운전 중 시비가 붙어 욕설하거나 인터넷을 통해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의 명예를 함부로 훼손하다 처벌되는 경우도 있다.

인천지법은 지난 9월 사귀던 직장상사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허위 신고를 한 혐의로 기소된 회사원 A(53)씨에 대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24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다.

조사결과, A씨는 직장상사와 내연 관계였으며 둘 사이에 강제추행이나 성폭행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직장에서 호감을 품은 상대방에게 성폭력의 누명을 씌웠다"며 "피해자는 참담한 고통과 수모를 겪었고 자칫 모든 것을 잃을 수렁에 빠질 수 있었다"고 밝혔다.

부산지법은 지난 11월 회사 동료와 연인관계로 지내다 수차례 성폭력을 당했다고 고소한 여성을 무고혐의로 징역 10월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수원지검 성남지청은 합의 후 성관계를 했음에도 성폭행을 당했다고 남자친구를 고소한 B(20)씨에게 최근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그는 아버지에게 꾸중을 듣자 성범죄 피해자 행세를 했다가 법의 엄중한 심판을 받았다.

회사원 C(40)씨는 직장상사가 8차례에 걸쳐 자신을 성추했다고 고소했다가 무고 사실이 드러나자 도주했다. 검찰 조사결과 C씨는 근무태만으로 징계를 받게될 상황에 놓이자 자신의 업무를 관리·감독하던 상사를 거짓으로 고소한 것으로 밝혀졌다.

대구에서는 남자친구가 흉기로 위협하고 성폭행했다고 신고한 20대 여성이 무고 혐의로 1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조사결과 이 여성은 남자친구와 팔짱을 끼고 걷는 CCTV 영상이 나오고 범행 도구로 지목된 흉기에서 남자친구의 지문이 나오지 않는 등 주변 정황상 무고로 판단됐다.

지난 4월에는 부산에서 채팅 사이트를 통해 만난 남성들을 유인, 신체접촉을 유도한 뒤 성폭행을 당했다고 신고해 돈을 뜯어낸 부부가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부산지법은 무고와 공갈 혐의로 기소된 부인(31)에게 징역 1년 2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남편(29)에게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범행은 피해 남성이 강제추행, 강간 혐의로 처벌을 받을 경우 사회적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큰 무고죄로 죄질이 무겁다"고 설명했다.

법원과 검찰
법원과 검찰

[연합뉴스TV 제공]

특별히 공익적 목적도 없이 상대를 비방하는 모욕죄에 대한 엄중한 판결도 이어지고 있다.

춘천지법은 지난 10월 특정 한의원을 비방하는 글을 수차례 게시한 인터넷 카페 운영자에게 1천9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한의원 정보공유 카페 운영자인 D씨는 '내원자의 절반을 특정 체질로 낸다', '돈독만 오른 의사 매장해야'라는 내용의 글을 게시하는 등 특정 한의원 원장의 명예를 훼손하고 업무를 방해한 혐의다.

D씨는 게시글이나 댓글이 모두 진실이고 오진으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명예훼손과 모욕, 업무방해 등이라고 판단했다.

인천에서는 어린이집 야외활동을 하다 연못에 빠져 사경을 헤매던 2살 아이에 대해 모욕적인 글을 올린 누리꾼 E씨가 벌금 100만원과 손해배상 200만원 판결을 받았다.

E씨는 물에 빠진 아이의 기사가 링크된 인터넷 카페에 '오늘 들은 이야기로는 그 아이가 자폐증 증상이 있어 혼자 길을 갔다고 하더라. 보통은 보호자랑 떨어지면 울거나 가던 길을 멈출 텐데…'라는 내용의 댓글을 달았다.

인천지법은 "피고는 댓글로 망인의 인격적 가치에 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하는 모욕 행위를 저질렀다"고 판시했다.

욕설로 처벌받는 사례도 있다.

대구에서는 차량 운전 중 다른 운전자와 다툼을 벌이던 60대가 욕설을 한 사실이 인정돼 30만원의 벌금형을 받았고, 강원도 홍천에서는 자신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노인과 이장에게 욕설한 40대가 100만원의 벌금형에 처해졌다. 이 40대는 70대 할머니에게 "XX야 통풍 맞아라, 차에 깔려라"라고 말하고, 이장과 말다툼 후 사람들 앞에서 이장을 욕한 혐의다.

대구시교육청은 최근 교사들에 대한 모욕 범죄가 늘어나자 교원이 업무 중 일어난 예기치 않은 사고에 대한 법률상담 비용과 소송 비용 등 최고 2억원까지 배상받을 수 있는 교원배상책임보험에 가입했다.

법원과 검찰은 사법질서를 저해하고 사회 혼란을 초래하는 모욕·무고사범에 대한 엄중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는 공통된 입장을 밝히고 있다.

광주지검 관계자는 "무고·위증사범을 지속해서 단속해 '거짓말은 반드시 대가를 치른다'는 인식이 확립되도록 노력하겠다"며 "적발된 무고·위증사범은 상응하는 처벌을 받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준범 울산지법 공보판사도 "무고는 국가 사법질서를 적극적으로 침해하고 피무고자로 하여금 처벌을 받을 수 있는 위험에 처하게 하는 중대한 범죄여서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지욱 변호사는 "댓글 등으로 인한 사이버 명예훼손 사건 빈도가 늘어나고 있고 모욕 혐의를 받는 사람도 과거에는 젊은 사람들이 많았다면 요즘은 SNS 사용이 증가하며 중장년층도 느는 추세"라고 말했다.

(박철홍 최종호 손현규 박지호 김도윤 이재현 허광무 류성무 김선경 김선호 정경재 기자)

jay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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