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연합뉴스 최신기사
뉴스 검색어 입력 양식

예멘인 난민인정 제주서 '다문화' 시트콤 '대박'…시청률 9%

송고시간2018-12-15 09:30

이 뉴스 공유하기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본문 글자 크기 조정

KCTV제주방송 '하이퐁 세 가족' 김정혁 PD 인터뷰

"다문화 현실을 그대로 담아내고 싶었다"

KCTV 다문화시트콤 '하이퐁 세 가족'
KCTV 다문화시트콤 '하이퐁 세 가족'

[김정혁 PD 제공]

(서울=연합뉴스) 오수진 기자 = 대한민국에서 이제 다문화 가정을 만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우리 사회 구성원이 된 지 오래지만 미디어는 이들을 수동적 대상으로 바라보고 '아픔과 눈물'이라는 틀에 가두는 경우가 많다.

다문화 가정의 어두운 모습을 걷어내고 웃음과 감동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 시청률 '대박'을 낸 지역 채널 프로그램이 있다. 지난 10월 종영한 KCTV제주방송 시트콤 '하이퐁 세 가족'이다.

KCTV 다문화시트콤 '하이퐁 세 가족'
KCTV 다문화시트콤 '하이퐁 세 가족'

[한국케이블TV협회 제공]

시트콤은 베트남 관광도시 하이퐁에서 제주로 시집온 다문화 가정 여성이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겪는 이야기를 그려냈다.

다큐멘터리보다 더 리얼하고, 웬만한 코미디 프로그램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재미도 있는 하이퐁 세 가족은 마트, 음식점, 길거리 등 우리가 수없이 지나다니며 만났던 다문화 가정의 이야기를 현실적으로 풀어냈다.

올해 난민 이슈로 어느 대한민국 국민보다 다문화 사회에 대해 깊이 고민했던 제주도민들은 하이퐁 세 가족에 높은 관심을 보였고 덕분에 최고 시청률이 9.3%까지 치솟기도 했다.

프로그램을 제작한 KCTV제주방송 김정혁 PD는 연합뉴스와 이메일 인터뷰에서 "솔직히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게 될지는 몰랐다"며 "평균 시청률이 4∼6%를 기록하며 시청자들의 반응이 나타나기 시작해 저 또한 깜짝 놀랐다. 너무 과분한 사랑을 받은 것 같다"고 17일 감사해했다.

KCTV 다문화시트콤 '하이퐁 세 가족'
KCTV 다문화시트콤 '하이퐁 세 가족'

[김정혁 PD 제공]

김 PD는 "다문화 프로그램은 방송사별로 많이 제작했지만 시청자들이 '다문화'하면 슬픈 내용이겠지 생각해 지나쳐버린다"며 "다문화는 왜 슬픔이라는 프레임을 만들어 가둬야 하는가 생각했고 시트콤을 제작해보자고 결심했다"고 제작 배경을 소개했다.

시트콤에는 결혼이주여성이 사용하는 베트남어를 비롯해 외국인들이 쓰는 어색한 한국어, 같은 한국어가 맞나 의심이 들 정도로 억양이 다른 전라도·경상도·제주도 사투리까지 등장한다.

'언어의 다문화'에 빠져 이들이 그려내는 다문화 가정의 다양한 에피소드를 보다 보면 30분짜리 한 회가 금세 끝난다.

KCTV 다문화시트콤 '하이퐁 세 가족' 촬영 모습
KCTV 다문화시트콤 '하이퐁 세 가족' 촬영 모습

[김정혁 PD 제공]

아시아 지역 출신 외국인이 화면에 등장하는 것은 국내 프로그램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장면이다.

실제로 하이퐁 세 가족에는 베트남과 캄보디아에서 온 실제 이주민인 후엔, 옥나리 씨도 참여해 리얼리티를 살렸다.

김 PD는 "동남아 지역에서 한국으로 시집온 여성들이 많기 때문에 동남아 지역 분들을 꼭 섭외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 장면 촬영에 보통 3∼4번 정도 찍는데 여러 각도에서 찍을 때마다 눈물을 흘리는 연기를 보여준 외국인 배우도 있었다"며 "그분이 평상시 생활하면서 느낀 감정이 연기로 나온 것이라 생각하니 촬영 내내 마음이 짠했다"고 떠올렸다.

김 PD는 한국 사회에서 다문화 가정이 겪는 어려움을 슬픔으로 포장하기보다는 갈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정면돌파' 방식을 택했다.

시트콤 중간중간마다 외국인을 깔보거나 다문화 가정 자녀들을 비하하는 대사들이 가감 없이 등장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는 "프로그램 기획 단계부터 '다문화 애환을 현실 그대로 담아내자'는 목표를 잡았고 전문가를 찾아가 에피소드를 수집했다"며 "시트콤이라는 장르를 통해 방송되다 보니 시청자들에게 다문화 가정의 애환을 잘 표현했다고 오히려 응원을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제39회 케이블TV 지역채널 우수프로그램 시상식에 참여한 김정혁 PD(오른쪽)
제39회 케이블TV 지역채널 우수프로그램 시상식에 참여한 김정혁 PD(오른쪽)

[한국케이블TV협회 제공]

시청률로 인기를 입증한 하이퐁 세 가족은 지난 11월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가 주최한 '제39회 지역 채널 우수프로그램 시상식'에서 특집 분야 수상작으로 선정되는 성과를 거뒀으며 수출의 문도 두들기고 있다.

실제로 김 PD는 지난 5일부터 7일까지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 최대 규모 콘텐츠 마켓 ATF(Asia Television Forum)에 이 프로그램을 들고 가 좋은 반응을 얻었다.

특히 하이퐁 세 가족은 ATF 공식 팸플릿에 소개되면서 포럼에 참가한 방송 관계자와 마케팅 담당자에게 눈길을 끌었다고 한다.

김 PD는 "콘텐츠 수출은 아직 초기 단계"라며 "스페인, 베트남 등에서 관심을 보이지만 앞으로 진행할 작업이 많다"고 겸손해했다.

그는 다문화 가정을 바라보는 시선을 바꾸기 위해 다문화 관련 콘텐츠를 꾸준히 생산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김 PD는 "다문화 프로그램은 한 해만 제작해 모든 사람이 변화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구체적인 단계는 아니지만, 내년에는 다문화 문제를 다룬 드라마를 제작하려고 구상 중"이라고 설명했다.

sujin5@yna.co.kr

댓글쓰기
에디터스 픽Editor's Picks

영상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