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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인 성추행 부산대 여자기숙사…"첨단 보안시설 갖췄다더니"

송고시간2018-12-16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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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숙사 경비원은 '쿨쿨'…시험 앞두고 '통금'도 해제

출입패스 있으면 누구나 출입…사설경비시스템·CCTV 무용지물

외부인 성추행 사건 발생한 부산대 '자유관'
외부인 성추행 사건 발생한 부산대 '자유관'

(부산=연합뉴스) 만취 상태로 부산대학교 여자기숙사에 침입해 여대생을 강제로 성추행하고 주먹까지 휘두른 2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사진은 부산대 여성 전용 기숙사인 '자유관' 출입문 모습. 2018.12.16 [연합뉴스TV 제공] wink@yna.co.kr

(부산=연합뉴스) 김선호 기자 = "최첨단 보안시설을 갖춰 안전하다던 여자기숙사가 이렇게 허술할 수가…"

2013년 부산대 기숙사에 괴한이 침입해 잠자던 여대생을 성폭행한 사건이 발생한 지 5년 만에 부산대 여자기숙사에 또 20대 남성이 침입해 강제로 추행하고 주먹을 휘두른 일이 벌어졌다.

부산대는 그동안 여성전용기숙사를 만들어 최첨단 보안시설을 갖췄다고 공언했지만 개관한 지 한 학기도 안 돼 침입 사건이 발생, 학생들의 비난을 받고 있다.

부산대 내 남자 전용 기숙사생으로 알려진 A씨는 16일 새벽 만취 상태로 여성 전용 기숙사인 '자유관'에 여대생이 출입 카드를 찍어 문을 열고 들어간 사이 뒤따라 침입했다.

이어 복도에서 만난 여대생을 강제로 입을 맞추는 등 성추행하려다가 반항하자 얼굴을 주먹으로 폭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목격자에 따르면 A씨는 기숙사 방문을 두드리는가 하면, 문을 강제로 열려고 했다는 증언도 속출했다.

사건 발생 시간은 이날 오전 1시 50분께.

여자 전용 기숙사에 외부 남성이 침입했지만 이를 제지하는 경비원은 없었다.

1천380명을 수용하는 자유관(A·B동)에는 야간에 경비원 1명과 시설관리자 1명 등 총 2명이 근무하지만, 자정부터 오전 5시까지 휴식을 취해 A씨 출입을 막지 못했고 출입사실도 나중에서야 알았다.

만취 남성이 침입한 부산대 여성 전용 기숙사
만취 남성이 침입한 부산대 여성 전용 기숙사

(부산=연합뉴스) 만취 상태로 부산대학교 여자기숙사에 침입해 여대생을 강제로 성추행하고 주먹까지 휘두른 2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사진은 부산대 여성 전용 기숙사인 '자유관' 출입문 모습. 2018.12.16 [연합뉴스TV 제공] wink@yna.co.kr

더군다나 평소 오전 1∼4시까지인 자유관 통행금지 시간이 기말고사를 앞두고 지난 8∼22일 한시적으로 해제돼 출입카드만 있으면 누구나 출입이 가능했다.

일부 기숙사생은 기말고사 때문에 야간 통금이 해제됐다면 경비원도 당연히 연장근무를 했어야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학교 예산을 들여 계약한 사설경비시스템은 무용지물이었고, 내부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도 사건이 이미 발생한 이후 증거자료 역할밖에 하지 못했다.

기숙사 측이 외부인 침입이 있었다는 사실을 2차례 기숙사 내부에 알리긴 했지만 이미 경찰이 도착한 뒤였다.

이 때문에 경찰이 A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할 때까지 자유관에 있던 여대생들은 공포에 떨어야만 했다.

부산대 여자기숙사에서는 2013년 8월에도 이 학교 남학생이 침입해 잠자던 여대생을 성폭행하고 다른 방에 들어가 또 성폭행을 저지르려다가 미수에 그치고 도주했다가 하루 만에 붙잡혔다.

당시 부산대 기숙사 측은 외부인 침입 사실을 알고도 경찰에 신고하지 않은 채 자체 수색을 하다가 결국 범인을 놓쳤다.

부산대는 이후 기숙사 출입통제시스템 보완, 경찰 핫라인 개설 등 성폭력 사건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놨다.

부산대는 또 성폭행 사건이 발생한 노후 기숙사를 허물고 '자유관'이라는 여성전용기숙사를 지어 지난 2학기에 개관했다.

접근성이 좋은 자유관을 여성전용으로 결정하자 일부 남학생들이 반발하는 등 논란이 있었지만 학교 측은 보안과 안전문제 때문에 여성전용 기숙사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부산대 신축 기숙사
부산대 신축 기숙사

[부산대 제공]

한 부산대생은 "대학본부는 자유관에 첨단 보안시설을 갖췄다고 주장해왔지만 실상은 이전 기숙사 보안시스템과 별반 다를 바 없다는 것이 이번 사건으로 입증됐다"며 "누군가 분실한 출입카드로 기숙사에 들어온다면 속수무책"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부산대 대학생활원 관계자는 "시험시간에도 예외없이 통금 시간을 지키든지, 인력을 증원해 24시간 경비체제로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win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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