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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이매진] 은빛 갯벌 끼고 걷는 대부해솔길

송고시간2019-01-14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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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연합뉴스) 임동근 기자 = 이처럼 다채롭고 아름답고 고요한 길이 있을까. 그 길은 갈대밭과 모래밭, 소나무숲, 방조제, 산과 마을을 지난다. 그 길을 따라서는 한낮의 태양에 은빛으로 반짝이는 드넓은 갯벌의 끝자락에 풍력발전기가 휘휘 도는 멋진 풍경이 펼쳐진다. 적막하도록 조용한 그 길에서는 바람과 새와 갈대의 소리만이 들린다. 바로 대부해솔길 6코스다.

대부해솔길 6코스에서 바라본 갯벌 [사진/전수영 기자]

대부해솔길 6코스에서 바라본 갯벌 [사진/전수영 기자]

경기도 안산 대부도는 수도권 최고의 여행지 중 하나로 꼽힌다. 최근 람사르 습지로 등록된 풍요롭고 드넓은 갯벌, 붉은빛 황홀한 해넘이를 선사하는 탄도항과 낙조전망대, 여행자의 달콤한 휴식처인 수많은 펜션, 문화체험 공간인 유리섬박물관, 전통 옹기 판에서 천일염을 생산하는 동주염전, 바지락 칼국수와 조개구이 등 여행자를 만족시킬 것들이 지천이다. 하지만 대부도는 두 발로 디뎌야 제맛이다. 그래야 그곳이 품은 멋과 아름다움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정답은 대부해솔길을 따라 걷는 것이다.

대부해솔길은 대부도의 해안선을 따라 조성한 총 길이 74㎞의 걷기 여행길이다. 저마다 매력적인 풍광과 낭만을 품은 7개 코스로 구성돼 있다. 코스의 길이가 5.1∼16.8㎞로 다양해 취향에 따라 또는 체력에 맞춰 선택해 걸을 수 있다. 대부도의 남서 해안, 펜션타운(선감도 입구)부터 탄도항을 남북으로 잇는 6.8㎞의 6코스를 선택했다.

대부도 펜션타운 인근 풍경 [사진/전수영 기자]

대부도 펜션타운 인근 풍경 [사진/전수영 기자]

◇ 시간이 멈춘 듯한 평화로운 풍경

갑작스레 공기가 싸늘해진 겨울 들머리. 탄도항 주차장에 자동차를 두고 안산 123번 버스에 올랐다. 대부해솔길은 출발지로 돌아오는 원점 회귀 코스가 아니어서 출발지점까지 버스로 이동해야 한다. 탄도항에서 8번째 정류장인 '보은용사촌. 펜션단지' 정류장에서 내리면 6코스의 출발지점인 대부도 펜션타운이다.

펜션타운은 수영장, 스파, 복층 등 다양한 시설을 갖춘 펜션 250여 개가 있는 국내 최대 펜션단지여서 펜션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눈이 즐겁다. 이곳에서 6코스의 출발점을 굳이 찾을 필요는 없다. 이정표를 찾기가 어렵기도 하지만 펜션타운 동편 참살이4길을 따라 남쪽으로 향하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펜션타운을 벗어나자 이내 서정적인 풍경 속으로 들어선다. 오른쪽으로 갈대가 잔잔한 수변을 에워싼 수채화 같은 풍경이 나타나고, 왼쪽으로는 가을걷이를 끝내고 휴식하는 겨울 들판이 펼쳐진다. 시간이 멈춘 듯 고요하고 평화로운 정경이다.

자동차도로를 따라 100여m를 간 후 경기창작센터에서 오른쪽 길로 접어들자 이제 드넓은 들판이 펼쳐진 시골길이다. 오른편에 원두막처럼 생긴 조망대에 올라서자 엄청난 갈대군락이 황금빛으로 일렁거린다. 갈대군락에는 길을 잃은 조각배가 멈춰 있고, 무엇인지 알 수 없는 나무 조형물들도 서 있다.

10여 분을 걷자 선감어촌체험마을이 나타났다. 봄부터 가을까지 갯벌에서 조개를 잡고 고구마 캐기, 포도 따기 체험을 하고 낙지요리와 바지락 칼국수를 맛볼 수 있는 마을이다. 철 지난 마을에는 갯벌체험용 트랙터가 멈춰 서 있었다.

◇ 은빛으로 반짝이는 광활한 갯벌

선감마을에서 200여m를 걸어 나오자 검은 갯벌이 광활하게 펼쳐진다. 이제 길은 모래사장을 걷는 해변 길로 이어진다. 갯벌 뒤편으로 멀리 풍력발전기와 제부도가 건너다보이고, 푸른 하늘을 향해 하얀 연기를 내뿜는 당진 화력발전소도 시야에 잡힌다. 잠시 미세먼지를 걱정해봤지만, 공기는 차갑고 상쾌할 뿐이다. 해변을 따라 쌓인 하얀 눈과 황금빛 갈대, 햇살을 받은 은빛 갯벌이 어우러져 몽환적인 분위기를 전했다.

옆구리에 갯벌을 끼고 걷는 해안 길에는 동화 속에나 있을 법한 펜션들이 띄엄띄엄 나타나 눈길을 끌고, 쉬어가기 좋은 낭만적인 모습의 쉼터가 군데군데 마련돼 있다. 갯벌 위에 다리를 고정한 쉼터에 앉아 반짝거리는 갯벌을 감상하며 간식을 먹는다. 햇살이 얼굴을 부드럽게 간지럽히고, 멀리서는 갈매기들이 은빛 갯벌 위를 맴돌았다.

해안선을 빠져나와 포도나무가 즐비한 마을과 경기도청소년수련원을 지나자 길은 다시 해안 길로 접어든다. 이번 길은 숲길이다. 길에는 지난가을 떨어진 마른 이파리가 한가득 쌓여 폭신거렸다.

얼어붙은 논과 춤추는 갈대 [사진/전수영 기자]

얼어붙은 논과 춤추는 갈대 [사진/전수영 기자]

◇ 무아지경 춤을 추는 갈대들

숲길을 빠져나가 불도방조제를 건너자 산길이 앞을 가로막는다. 경사가 가팔라 6코스 최고의 난코스라 할 수 있지만 10여 분이면 넘을 수 있으므로 안심해도 좋다. 비탈을 따라 산을 넘자 바지락 칼국수와 꽃게, 매운탕, 회 등을 파는 식당이 즐비한 거리가 나타난다. 돌연 시장기가 밀려왔지만, 다시 힘껏 걸음을 내디뎌 본다.

도로를 건너 모텔 뒤편으로 들어서자 갈대숲 사이를 지나는 길이 나타났다. 갈대들은 바람결에 쏴~ 쏴~ 거리며 끄덕끄덕 무아지경의 춤사위를 보여준다. 갈대의 모습이 마치 커다란 새가 앉아 있는 것처럼도 보인다. 갈대의 춤에 취해 걷다 보니 어느덧 365 대부도 캠핑시티다. 야영 데크와 캠핑 캐러밴이 대규모로 들어서 있는 곳이다.

캠핑시티를 가로질러 도로를 건너자 완만한 비탈의 산길이 나타났다. 푸른 소나무가 우거지고 갈대가 마중하는 길이다. 산길 끝 전망대에 서자 탄도항과 풍력발전기, 누에섬이 바로 눈 앞에 펼쳐진다. 풍요로운 갯벌은 끝을 모르게 광활했다.

대부해솔길 6코스에는 이정표가 설치돼 있지만, 방향이나 거리가 잘못 표기된 것이 있어 주의해야 한다. 곳곳에 걸린 주황색과 갈색 리본을 찾아가면서 걸으면 길을 잃지 않고 갈 수 있다. 펜션타운에서 탄도항까지는 쉬엄쉬엄 걸어도 2시간 30분이면 족하다.

6코스 끝자락에서 바라본 풍경 [사진/전수영 기자]

6코스 끝자락에서 바라본 풍경 [사진/전수영 기자]

※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19년 1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dkl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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