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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사건 그 후] ⑧중학생 추락사…조폭 뺨치는 10대들의 폭력성

송고시간2018-12-19 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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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 넘게 무차별 집단폭행…바지·속옷 벗겨 수치심 줘

범죄심리 전문가 "어른들의 무관심으로 일어난 사건"

인천 중학생 집단폭행 10대들 검찰 송치 (CG)
인천 중학생 집단폭행 10대들 검찰 송치 (CG)

[연합뉴스TV 제공]

(인천=연합뉴스) 손현규 기자 = "이렇게 맞을 바에는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

14살 중학생은 15층 아파트 옥상 난간을 붙잡고 매달렸다. 1시간 넘게 또래 4명으로부터 집단폭행을 당한 직후였다. 잠시 뒤 그는 난간을 붙잡고 있던 두 손을 스스로 놓았다.

'쿵'하는 소리를 들은 아파트 경비원이 112에 신고했고 피해자와 옥상에 함께 있던 A(14)군과 B(16)양 등 남녀 중학생 4명이 경찰에 긴급체포됐다.

"도망가면 더 의심받을지 모르니 자살하기 위해 뛰어내린 것으로 하자"

A군 등 가해 학생 4명은 집단폭행은 숨기고 피해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말을 맞췄다.

그러나 경찰 조사가 시작되자 붙잡힌 10대들은 하나둘 사실을 실토하기 시작했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 4명 중 2명이 먼저 폭행 사실을 털어놓았다"며 "나머지 2명은 반성하는 태도 없이 계속 혐의를 부인하다가 나중에서야 결국 사실관계를 인정했다"고 말했다.

영상 기사 [영상] '인천 중학생 집단폭행 추락사'…가해 중학생 4명 구속 기소
[영상] '인천 중학생 집단폭행 추락사'…가해 중학생 4명 구속 기소

수사 결과 숨진 중학생 C(14)군은 올해 11월 13일 오후 5시 20분께 인천시 연수구 한 15층짜리 아파트 옥상에서 A군 등 4명으로부터 집단폭행을 당했다.

C군이 가해자 중 한 명의 아버지 얼굴에 대해 험담을 했다는 게 이유였다.

A군 등은 사건 발생 당일 새벽 혼내주려고 C군이 있던 PC방을 찾아갔다가 "너희들과 노는 것보다 게임을 하는 게 중요하다"는 말을 듣자 더 격분했다.

피해자를 공원 3곳에 데리고 다니며 1차 집단폭행을 했다. C군은 14만원 상당의 전자담배를 빼앗겼고 코피를 심하게 흘릴 정도로 맞다가 현장에서 도망쳤다.

A군 등은 C군이 입고 있던 패딩점퍼에 피가 묻자 벗으라고 한 뒤 불에 태우기까지 했다.

C군은 "전자담배를 돌려주겠다"는 말에 10시간가량 지난 당일 오후 가해자들을 다시 만났고, 아파트 옥상에서 2차 집단폭행을 당한 뒤 견디다 못해 추락사했다.

이들은 아파트 옥상에서 집단폭행을 하며 C군의 온몸에 침을 뱉었다. 바지와 속옷을 모두 벗게 해 심한 수치심도 줬다. 가해자 4명에 포함된 한 여학생도 지켜보던 상황이었다.

검찰 관계자는 "집단폭행뿐 아니라 심한 수치심을 준 게 피해자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결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숨진 학생의 패딩 누리꾼들의 분노 (CG)
숨진 학생의 패딩 누리꾼들의 분노 (CG)

[연합뉴스TV 제공]

A군은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할 때 피해자의 패딩점퍼를 입어 논란을 일으켰다.

피해자의 러시아인 어머니가 인터넷 게시판에 "저 패딩도 내 아들의 것"이라는 글을 러시아어로 남기면서 이 사실이 알려졌고, 이후 경찰 조사를 통해서 확인됐다.

A군은 사건 발생 이틀 전 자신의 집으로 C군을 불러 "내가 가진 흰색 롱 패딩이 일본 디즈니랜드에서 산 옷"이라고 거짓말을 했다. 시가 10만원도 안 되는 자신의 옷으로 시가 25만원 상당의 피해자 패딩과 바꿔 입었다.

검찰은 A군에게 공갈죄를 적용할지 검토했으나 옷을 바꿔 입는 과정에서 강제성은 없었다고 보고 사기죄를 추가로 적용했다.

마치 폭력조직원 같은 범행을 저지른 10대들의 이번 사건이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지자 누리꾼들은 공분을 일으켰다.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가해자들을 비판하는 글이 잇따랐다.

이 사건 이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제발 소년법(청소년법)을 없애주세요'라는 글에는 3만1천여명이 동의했다.

최근 한 시사프로그램 방송을 통해 구치소에 있는 피고인들의 근황도 전해졌다.

이들을 면회한 지인은 "(가해자가) 웃고 즐거워 보이고 아주 편해 보였다. 구치소에 누워서 TV도 볼 수 있고, 오후 9시에 자서 아침에 일어나 콩밥을 먹고…그냥 편하다고 했다"고 말했다.

다른 지인도 "구치소에서 나오면 제대로 살라고 했는데 '너나 잘살라'며 웃었다"면서 "가해자들은 후회도 반성도 없어 보였다"고 기억했다.

'집단폭행 추락사 중학생'…인천교육청 대책 발표
'집단폭행 추락사 중학생'…인천교육청 대책 발표

[연합뉴스 자료사진]

동급생들로부터 집단폭행을 당하기 전 C군은 학교 측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올해에만 누적된 무단결석 일수가 총 60일을 넘었지만 관리 대상인 장기결석 학생으로 분류되지 않아 생활지도 등 관리를 받지 못했다.

9일 이상 연속으로 결석해야 관리 대상에 오르지만 C군은 학교에 띄엄띄엄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올해 수업 일수의 3분의 1을 채우지 못한 C군은 10월 30일 학교에 나와 학업유예 서류를 제출했고 11월 5일 정원외관리 대장에 올랐다. 정원외관리 대장에 오른 지 8일 만에 동급생들로부터 집단폭행을 당했고 결국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인천시교육청은 C군의 무단결석이나 유급 사실 등을 사건이 발생한 이후 학교와 교육지원청으로부터 보고받았다.

장기결석이 아니라 간헐적으로 결석한 학생들은 결석 일수가 누적돼 유급되더라도 교육 당국의 안전망 바깥에 방치될 수밖에 없었던 셈이다.

인천시교육청은 사건 발생 후 뒤늦게 학교폭력 방지 대책을 발표했다. 짧은 기간의 무단결석을 반복하는 학생도 집중관리대상에 올려 소재를 확인하겠다고 했다.

범죄 심리 전문가는 사전에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사건이 사회의 무관심 탓에 일어났다고 분석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19일 "다문화가정 그것도 한부모가정의 아이가 계속해서 결석을 반복하는데도 학교나 교육 당국은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못했을까"라며 "장기결석 일수를 채우지 않았다며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냐"고 지적했다.

이어 "1차 책임은 가해 학생들에게 있지만 어른들의 무관심으로 이번 사건이 일어났다"며 "교육 당국의 학생 관리는 직무유기 수준으로 심각했다"고 말했다.

상해치사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A군 등 4명의 첫 재판은 다음 달인 내년 1월 15일 오후 2시 인천지법 324호 법정에서 열린다.

s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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