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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사건 그 후]⑩ 무엇을 상상하던 그 이상…양진호 '슈퍼갑질'

송고시간2018-12-21 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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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음란물 유포에서 삭제까지…구조적 모순 악용해 막대한 이득

직원 폭행·엽기행각 동영상 공개로 국민 공분…'범죄 종합세트' 확인

고개 숙인 양진호 회장
고개 숙인 양진호 회장

(수원=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 폭행과 강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체포된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이 7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경기남부지방경찰청으로 압송되고 있다. 2018.11.7 xanadu@yna.co.kr

(수원=연합뉴스) 강영훈 기자 = 지난 10월 말 한 언론을 통해 공개된 양진호 한국미래기술회장의 직원 폭행 동영상은 순식간에 인터넷에서 퍼져나갔다.

양 회장은 두 손을 모으고 고개 숙인 직원의 뺨을 손찌검한 데 이어 무릎 꿇고 사죄하는 직원의 머리를 강하게 내려쳤다.

동영상 속 넓은 사무실 안을 가득 채운 직원들은 자기 일을 할 뿐, 양 회장을 말리기는커녕 '짝', '짝' 소리가 이어지는 폭행 현장으로 곁눈질조차 하지 않았다. 아니, 분위기 상 '못했다'는 쪽이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위디스크' 양진호 회장, 전 직원 폭행 영상 논란
'위디스크' 양진호 회장, 전 직원 폭행 영상 논란

(서울=연합뉴스)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이 웹하드업체 위디스크 전 직원을 폭행하는 영상이 공개돼 논란에 휩싸였다. 양 회장은 위디스크의 실소유주로 알려졌다.
30일 뉴스타파는 양 회장이 지난 2015년 위디스크의 전 직원을 폭행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을 공개했다. 2018.10.31 [뉴스타파 홈페이지 화면 캡처] photo@yna.co.kr

사내에서 무소불위 권력을 휘둘러 온 양 회장의 위세를 가늠케 하는 장면이었다.

이튿날 공개된 또 다른 동영상 속 양 회장은 직원들에게 석궁이나 일본도로 산 닭을 잡도록 하는 엽기행각을 강요했다.

영화에서나 볼 법한 양 회장의 이런 초갑질 행위는 그가 가진 1천억대의 자산에서 비롯된 힘과 권력에서 나왔다는 분석이 대체적이다.

'폭행 논란' 위디스크 양진호 회장, 회사 워크숍서 엽기행각
'폭행 논란' 위디스크 양진호 회장, 회사 워크숍서 엽기행각

웹하드업체 위디스크 직원 워크숍에서 중년 남성 직원들에게 머리를 초록색, 빨간색 등으로 염색하도록 강요한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 뉴스타파 제공 영상 캡처]

그는 이른바 '웹하드 카르텔'의 정점에서 불법 음란물 피해자들의 피눈물로 막대한 부를 쌓아 올렸다.

이는 '양진호 사건'의 핵심이다. 앞서 알려진 사내 폭행·강요 행위는 양 회장의 혐의 중 빙산의 일각에 불과했다.

웹하드 카르텔이란 각종 영상물 등 자료 유통 플랫폼인 웹하드 업체와 방대한 자료를 제공하는 헤비 업로더, 불법자료를 거르고 삭제하는 필터링 업체와 디지털장의업체 등이 한통속이 돼 음란물을 비롯한 불법 영상자료를 조직적으로 담합해 유통하고 삭제하는 것을 일컫는다.

양 회장은 국내 웹하드 업체 1·2위격인 위디스크와 파일노리를 운영하면서 '리벤지 포르노(연인 간 복수 목적으로 촬영된 영상물)'를 포함한 불법 음란물을 유통했다.

양진호 웹하드 카르텔 구조 (CG)
양진호 웹하드 카르텔 구조 (CG)

[연합뉴스TV 제공]

웹하드 회원들에 의해 '○○녀'라는 딱지가 붙은 피해 여성들은 단돈 몇백원에 불특정 다수에게 팔려나갔다.

하루아침에 나락으로 떨어질 위기에 몰린 피해자들은 수사기관보다 영상물과 사진 등을 삭제·차단 조치해주는 디지털 장의사에게 먼저 달려갔다.

수치심에 고통받는 피해자 입장에서는 유포자에 대한 처벌보다 영상물의 삭제가 우선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실권도 양 회장이 쥐고 있었다.

양 회장이 운영하는 디지털장의업체는 불법 음란물 피해자들로부터 돈을 받고 영상물을 삭제해 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처럼 불법 음란물 유통부터 삭제까지, 피해자들에게 병과 약을 동시에 주는 구조적 모순을 통해 막대한 이득을 올렸다.

양진호 수사결과 (CG)
양진호 수사결과 (CG)

[연합뉴스TV 제공]

검·경은 양 회장이 2013년 12월부터 최근까지 리벤지 포르노 등 100여 건을 포함, 음란물 5만 2천여 건과 저작권 영상 230여 건을 유포해 71억원을 벌어들인 것으로 보고 현재까지 수사 중이다.

일각에서는 각각 25%, 60% 수준인 위디스크와 파일노리의 영업이익률이 네이버(약 25%)와 비슷한 점을 들면서 양 회장이 웹하드 카르텔의 정점에서 땅 짚고 헤엄치는 식으로 돈벌이를 했다고 지적했다.

이후 수사과정에서는 대마초와 성폭행 등 예상치 못했던 범죄 사실도 숱하게 드러났다.

범죄 종합세트 양진호 (CG)
범죄 종합세트 양진호 (CG)

[연합뉴스TV 제공]

양 회장이 받는 혐의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폭행 ▲강요 ▲동물보호법 위반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저작권법 위반 ▲총포·도검·화약류 등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 업무상 횡령 등이다.

그가 '범죄 종합세트'라고 불리는 이유다.

이번 사건은 양 회장의 피해자, 그리고 그들의 증언이 담긴 언론 보도가 수사로 이어져 사실로 드러나는 수순을 밟아왔다.

양 회장 체포 이후 상황을 예로 들면, 지난달 8일 전직 직원 인터뷰를 바탕으로 보도된 도·감청 프로그램 개발 의혹, 같은 달 13일 기자간담회 내용을 토대로 보도된 비자금 조성 및 횡령 등은 일부 사실로 확인돼 수사가 한창이다.

'양진호 사건' 공익신고자 기자회견
'양진호 사건' 공익신고자 기자회견

(서울=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 '양진호 사건'의 공익신고자 A씨가 13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 뉴스타파에서 열린 뉴스타파-셜록-프레시안 공동 주최 기자간담회에서 제보 내용과 관련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8.11.13 utzza@yna.co.kr

최근에는 양 회장이 법조계는 물론 검·경에 로비를 하는 등 줄을 대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 의혹 또한 사실로 밝혀질 경우 유착 대상과 규모에 따라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검·경은 지난 5일 양 회장을 구속기소 하는 한편, 웹하드 카르텔과 관련한 범죄 혐의에 대해서는 추가 수사를 마무리하는 대로 기소할 방침이다. 또 지금껏 제기된 횡령과 로비 등 여러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일 계획이다.

양진호회장 직원 회유 및 협박 (CG)
양진호회장 직원 회유 및 협박 (CG)

[연합뉴스TV 제공]

정부와 국회 등은 수사와는 별개로 우리 사회 어딘가에 있을지 모를 또 다른 '양진호'를 뿌리 뽑기 위한 각종 법률·제도 정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불법 음란물을 유통하는 웹하드에 과징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연내에 마련하기로 하고, 음란물 유통 사업자에 부과하는 과태료를 현행 최고 2천만원에서 상향하고 징벌적 과징금을 부과하는 등의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정치권에서는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있는 불법 촬영물 유포의 경우 벌금형을 없애고 5년 이하의 징역으로, 영리 목적의 유포는 7년 이하의 징역으로 처벌한다는 내용의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과 불법 촬영물로 얻은 이익의 몰수 근거를 담은 '범죄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법 개정안' 등 계류된 안을 조속히 처리하기로 했다.

고용노동부는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 물의를 일으킨 사업장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으로 대응키로 했다. 또 가해자 징계 등을 규정한 관련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위해 노력할 방침이다.

양 회장이 재판에 넘겨지면서 사건은 일단락됐지만, 그가 자행한 폭행이나 불법 음란물 유통으로 인해 피해자들의 가슴에 남은 상처는 온전히 치유되지 않은 상태이다.

양진호 폭행 피해자 "법의 심판 받게 할 것"
양진호 폭행 피해자 "법의 심판 받게 할 것"

(수원=연합뉴스) 최종호 기자 =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으로부터 폭행당한 피해자인 웹하드 업체 '위디스크' 전직 직원 강모 씨가 3일 피해자 신분 조사를 받기 위해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 출석해 심경을 밝히고 있다. 2018.11.3 zorba@yna.co.kr

이번 사건을 촉발한 폭행 피해자는 경찰에 출석해 "양 회장이 지금껏 자신이 저지른 과오에 대해 공정한 법의 심판을 받게 되길 간절히 원한다. 엄청난 부와 명성으로 무뎌진 그의 죄의식이 다시 세워져 죄를 깊이 반성했으면 한다"는 말을 남겼다.

ky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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