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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씨가 300m를 날아가"…혹한에 도깨비불과 밤새 싸운 대원들

송고시간2019-01-02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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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서 기자
박영서기자

뜬눈으로 불길 쫓으며 확산 저지에 총력…인명·재산피해 막아

필사의 산불 진화
필사의 산불 진화

(양양=연합뉴스) 이종건 기자 = 지난 1일 오후 강원 양양군 서면 송천리에서 발생한 산불이 밤새 확산해 이틀째에 접어든 2일 오전 송천리 마을 주변에서 진화대원들이 길옆까지 내려온 산불을 진화하고 있다. 2019.1.2 momo@yna.co.kr

(양양=연합뉴스) 이종건 박영서 기자 = "바람이 잦아드는가 싶더니 갑자기 세게 불면서 불씨가 도로를 넘어 300m를 훌쩍 날아갔습니다. 강풍이 밤새 불었으면 큰일 날뻔했습니다."

강원 양양에서 발생한 산불 진화에 나선 산불진화대원과 소방대원, 경찰, 공무원 등은 새해 첫날부터 뜬눈으로 밤을 꼬박 새웠다.

행여나 '불이 민가로 옮겨붙지는 않을까' 집 사이사이마다 진화 차량을 두고 집 주변에 물을 뿌리며 피해 방지에 온 힘을 쏟았다.

'도깨비불'처럼 바람을 타고 여기저기로 확산하는 불길을 쫓아다니기를 수차례. 이튿날 오전 9시가 돼서야 교대한 이들의 몸은 그야말로 녹초가 됐다.

잦아드는가 싶다가도 바람을 타고 번지기를 수차례 반복하는 야속한 불길에다 해가 저물면서 기온까지 뚝 떨어져 밤새 악전고투가 이어졌다.

산불 진화차는 호스가 가는 탓에 진화대원들은 호스가 얼지 않도록 20분 이상 호스를 놓지 못했고, 뿌린 물은 금세 얼어붙어 도로변은 얼음판으로 변했다.

도로변까지 내려온 산불
도로변까지 내려온 산불

(양양=연합뉴스) 이종건 기자 = 전날 오후 강원 양양군 서면 송천리에서 발생한 산불이 밤새 확산해 이틀째에 접어든 2일 오전 송천리 마을 도로변까지 산불이 내려와 있다. 2019.1.2 momo@yna.co.kr

산림당국은 불길이 56번 국도와 44번 국도가 만나는 논화리 방향으로 번지자 국도 주변으로 진화인력을 집중적으로 배치하며 저지선을 구축했으나 불씨는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오전 5시께 강풍을 타고 도로를 넘어 산에서 산으로 300m를 날아가 옮겨붙었다.

이에 양양군은 불길이 논화리, 상평리 방향으로 번질 것에 대비해 상평리 4·5반 48가구 주민 103명에게 상평리 마을회관으로 대피할 것을 명령하기도 했다.

산불은 단순히 능선을 따라 확산하지 않는다. 산불 확산의 주범은 '바람'으로 불씨가 바람에 날아가 새로운 산불을 만드는 비화'(飛火) 현상은 산불 진화에 있어 가장 큰 장애물이다.

바람이 산불 확산 속도를 올리는 데다 마치 '도깨비불'처럼 수백m를 옮겨붙게 하는 탓에 한시도 긴장을 놓을 수 없는 화마(火魔)와의 싸움이 곳곳에서 펼쳐진다.

다 껐다고 생각할 때 곳곳에 숨어있던 불씨가 강풍을 만나 재발화를 일으키기도 한다.

산불 진화 투입되는 군병력
산불 진화 투입되는 군병력

(양양=연합뉴스) 이종건 기자 = 지난 1일 오후 강원 양양군 서면 송천리에서 발생한 산불이 밤새 확산해 이틀째에 접어든 2일 오전 군 장병들이 산불 진화에 투입되고 있다. 2019.1.2 momo@yna.co.kr

산림은 도로시설이 없어 사람이 접근해 불길을 잡는 것은 불가능한 데다 야간에는 산불 진화 주력수단인 헬기마저 투입할 수 없어 번지는 방향을 지켜보며 최대한 확산을 막는 게 최선이다.

이번 산불은 한때 불줄기가 3㎞나 이어질 정도로 거셌다.

소기웅 강원도동해안산불방지센터 소장은 "불씨가 갑자기 300m를 점프하면서 옆 산으로 옮겨붙는 바람에 진화에 애를 먹었다"며 혀를 내둘렀다.

산림당국은 산불 발생 20시간 만에 불길을 모두 잡고 잔불 정리에 들어갔다.

다행히 바람은 잦아들었으나 혹시 모를 재발화 가능성에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헬기 8대가 계속해서 물을 뿌리고 있으며 지상 진화인력 1천600여 명은 등짐펌프와 갈퀴 등을 이용해 남은 불씨를 끄고 있다.

군 장병들도 삽을 들고 땅속에 숨은 불씨를 찾아내며 힘을 보태고 있다.

마을회관과 초등학교로 대피했던 주민 297명은 다친 곳 없이 모두 귀가했다.

양양산불로 축구장 면적(7천140㎡)의 28배가 넘는 20ha의 산림이 잿더미가 됐다.

산림당국 관계자는 "무엇보다 인명·재산피해가 없어 다행"이라며 "잔불 정리와 뒷불 감시를 철저히 해 더는 피해가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마을 턱밑까지 내려온 산불
마을 턱밑까지 내려온 산불

(양양=연합뉴스) 이종건 기자 = 1일 오후 4시 12분께 강원 양양군 서면 송천리 한 야산에서 발생한 산불이 마을 방향으로 번지고 있다. 2019.1.1 momo@yna.co.kr

conany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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