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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훈의 골프산책] 개정룰 성공 데뷔…소니오픈이 진짜 시험대

송고시간2019-01-08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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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 높이에서 드롭하는 모습.[AFP=연합뉴스]

무릎 높이에서 드롭하는 모습.[AFP=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권훈 기자 = 골프 역사상 가장 큰 규모로 바뀐 골프 룰이 성공적으로 데뷔했다.

7일(한국시간) 끝난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센트리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는 2019년 1월1일부터 시행된 개정 골프룰이 처음으로 적용된 프로 대회였다.

워낙 바뀐 게 많고, 파격적으로 바뀐 탓에 올해 센트리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는 누가 우승하느냐보다 개정 골프룰이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느냐가 더 큰 관심사였다.

우려도 적지 않았다.

가장 큰 우려는 그린에서 플레이 속도와 꼼수였다.

개정한 룰은 그린에서 깃대를 꼽아놓은 채 퍼트하게 허용했다. 또 종전에는 볼이 떨어진 자국만 수리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스파이크 자국도 평탄하게 고를 수 있다.

그린에 올라간 선수가 깃대를 뺄지 말지를 결정하려고 이리저리 살피거나 스파이크 자국을 수리하느라 시간을 허비할 것이라는 우려였지만 다행히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실험 정신이 강한 브라이슨 디섐보(미국)는 1라운드부터 상당수 퍼트를 깃대를 꽂은 채 했지만, 깃대를 뽑을 지 말지를 놓고 시간을 잡아먹지는 않았다.

대체로 오르막 퍼트일 때는 깃대를 뽑았고 내리막일 때는 꼽은 채였다. 의사 결정이 빨랐다.

많은 선수는 먼거리 퍼트를 할 때는 깃대를 꽂아놨다. 오히려 이 덕분에 불필요한 시간을 줄일 수 있었다.

또 스파이크 자국을 고치느라 분주하게 그린을 누비는 모습은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캐머런 챔프(미국)는 "그린에서 (수리가 필요한) 뚜렷한 스파이크 자국이 더러 있었지만 그걸 수리하느라 꾸물대는 경우는 없었기에 큰 걱정할 필요가 없을 듯하다"고 밝혔다.

새로운 골프룰은 자신의 볼을 확인하려고 볼을 집어 올릴 때 동반 선수에게 통보하지 않아도 된다고 규정했다. 볼을 찾다가 볼이 움직여도 벌타가 없다.

이런 규정 변화는 선수들이 속임수의 유혹에 빠질 수도 있다는 걱정을 낳았던 게 사실이다.

라이가 나쁜 볼을 일부러 집어 올리거나 건드린 뒤 제자리에 놓는다면서 슬쩍 더 좋은 곳에 내려놓는 꼼수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내려놓을 때 볼을 슬그머니 닦는 행위도 얼마든지 예상할 수 있었다.

하지만 센트리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에서 이런 꼼수로 의심할만한 상황은 눈에 띄지 않았다.

'모든 골퍼는 정직하다'는 골프 룰의 기본 원칙이 잘 지켜진 셈이다.

혼선도 예상됐지만, 선수들은 새로운 골프룰에 빠르게 적응한 모습을 보였다.

물론 바뀐 골프룰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해 벌어진 해프닝도 없지 않았다.

더스틴 존슨(미국)이 버려진 볼을 자신의 볼로 오인하고 쳤다가 벌타를 받은 것은 바뀐 룰을 몰라서였다.

그는 "룰을 잘 몰랐다. 이제 알았으니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룰을 몰랐다는 사실을 시인했다.

1라운드 때는 무릎 높이에서 드롭하도록 바뀐 사실을 깜빡 잊고 종전처럼 어깨높이에서 드롭하려다 동반 선수에게 지적을 당한 사례도 있었지만 2라운드부터는 모두 무릎 높이에서 드롭하는 데 익숙해졌다.

프란치스코 몰리나리(이탈리아)는 취재진에게 "골프룰이 크게 바뀌었다고 하지만 적어도 프로 대회에서는 큰 변화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웨브 심프슨(미국)은 큰 변화를 실감했다.

러프에서 볼을 찾던 심프슨의 발에 볼이 채여 크게 움직였지만, 벌타를 받지 않았다. 작년까지는 고의가 아니라도 이렇게 볼이 움직이면 무조건 벌타를 받았다.

아직 개정 룰이 연착륙했다고 단정짓기에는 이르다는 견해도 힘을 잃지 않았다.

센트리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는 출전 선수가 33명에 불과했다. 출전 선수 33명은 모두 세계 최정상급 기량을 지닌 유명 선수들이었다. 게다가 컷도 없었다.

또 PGA투어 경기위원회는 사전에 선수들을 상대로 개정 룰 설명회를 여러 번, 그리고 집중적으로 했다. 경기위원을 대거 투입해 4라운드 내내 눈을 부라리고 지켜봤다.

이 때문에 개정 골프룰의 진짜 시험대는 오는 11일 개막하는 PGA투어 소니오픈이 될 전망이다.

소니오픈은 개정 골프룰이 적용되는 첫 풀필드(full-field) 투어 대회다.

출전 선수가 144명이고 2라운드 결과에 따라 3라운드 진출 여부가 갈리는 컷이 있다.

출전 선수의 기량 차이와 지명도는 센트리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와 비교할 수가 없다. 컷이 있는 대회는 선수들이 1타에 목을 맨다. 룰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개정 룰에 대한 숙지 정도도 선수마다 차이가 클 것으로 보인다.

한국프로골프(KPGA) 김용준 경기위원은 "센트리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는 모든 출전 선수가 TV중계에 노출됐다. 하지만 소니오픈은 그렇지 않다"면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고 말했다.

깃대를 꽂은 채 퍼트하는 디섐보.[AFP=연합뉴스]

깃대를 꽂은 채 퍼트하는 디섐보.[AFP=연합뉴스]

kh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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