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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BI 방첩수사에 '통역노트 압수'…트럼프 '러 스캔들' 재점화

송고시간2019-01-13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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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2017년 코미 해임 직후 트럼프 상대 '방첩' 조사"…대통령 본인수사 사실 공개는 처음

WP "트럼프, 푸틴과 회담때 통역사 노트 압수했다"…푸틴과의 5차례 면담기록 남아있지 않아

트럼프 "FBI 수사는 완전한 불법행위" 분노의 트윗…뮬러, 이르면 내달 특검보고서 제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EPA=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한동안 잠잠하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러시아 내통' 의혹 파문이 다시금 확산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로 '방첩 수사'를 했다는 보도에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단독회담에 배석한 통역사의 노트를 '압수'했다는 보도가 이어진 데 따른 것이다.

미국 유력 뉴욕타임스(NYT)는 11일(현지시간) 익명의 전직 사법당국 관계자들을 인용해 FBI가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의혹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 본인을 직접 수사한 바 있다고 보도했다.

FBI가 이른바 '러시아 스캔들'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 본인을 수사한 사실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FBI가 현직 대통령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 시기는 2017년 5월 트럼프 대통령이 제임스 코미 전 FBI 국장을 해임한 직후다.

익명의 관계자들은 "FBI는 대선 기간부터 트럼프 후보와 러시아의 유착을 의심해 왔지만 정치적 파장이 크고 민감한 사안을 어떻게 조사해야 할 지 알 수 없어 수사를 미뤄왔다"며 "그러나 코미 국장 해임을 전후해 트럼프 대통령이 보인 행동이 수사를 촉발했다"고 말했다.

NYT에 따르면 FBI 방첩 요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2016년 7월 기자 회견에서 러시아가 힐러리 클린턴의 이메일을 해킹했으면 좋겠다고 했을 때부터 그의 언행에 주의를 기울여왔다.

또 트럼프 후보가 유세 현장에서 러시아를 비난하기를 거부하고 푸틴 대통령을 칭찬하는가 하면, 당시 공화당이 우크라이나 문제와 관련해 갑자기 친러시아 성향을 보인 것도 방첩 요원들의 우려를 키운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FBI는 현직 대통령을 조사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증거가 필요하며, 수사 내용이 언론에 유출될 위험도 고려해 수사에 착수하지 않았다.

그러나 코미 국장 해임 이후 상황은 급변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언행에 대한 우려가 커졌고, 그가 FBI 책임자로 수사를 방해하거나 축소할만한 인물을 임명하기 전 되도록 빨리 수사에 착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과 뉴욕타임스
트럼프 대통령과 뉴욕타임스

[정연주 제작] 사진합성·일러스트 (사진출처: EPA)

NYT는 FBI가 수사에 착수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트럼프 대통령이 코미 국장을 해고하기 위해 작성한 편지와 NBC 인터뷰였다고 전했다.

코미 국장을 해임하기 위해 작성한 편지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 수사를 언급했다. 로드 로즌스타인 법무부 차관이 힐러리 클린턴의 이메일 의혹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해임 사유가 충분하다고 조언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직접 편지에 '내가 러시아 수사 선상에 없다고 세 번이나 말해줘서 감사하다'며 비꼬는 문장을 추가했다.

두 번째 계기는 코미 국장이 해임된 지 이틀 후 NBC 뉴스와 한 인터뷰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인터뷰에서 "이 러시아 사건은 만들어낸 이야기다. 선거에 이길 것이라고 생각했다가 패한 민주당원들이 만들어낸 변명에 불과하다"며 러시아 수사를 언급했다.

며칠 뒤 트럼프 대통령이 집무실에서 러시아 관리들을 접견했을 때 FBI 관계자들은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옳은 결정이었음을 확신했다고 NYT는 전했다.

접견 내용을 요약한 문건에 따르면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방금 FBI 국장을 해임했다. 그는 미쳤고 정말 제정신이 아니다. 러시아 때문에 엄청난 압박을 받았지만 이제 다 끝났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FBI의 수사는 고의든 무의식적이든 러시아와 내통했는지와 관련 수사를 방해하기 위해 코미 국장을 해임했는지를 가리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전자는 방첩수사(Counterintelligence)에 해당하며 후자는 사법방해죄 수사에 해당한다.

FBI 수사는 오래가지 않았다. 2017년 5월 17일 로버트 뮬러 전 FBI 국장이 '러시아 스캔들'을 수사할 특별검사로 임명됐기 때문이다. 비록 짧은 기간이지만 FBI는 수사 내용을 뮬러 특별검사에게 전달했다.

NYT는 이 수사 내용은 러시아가 2016년 대선에 어떻게 개입했으며, 트럼프 캠프가 러시아와 공모했는지 등을 포함한 뮬러 특검의 광범위한 조사 중 일부라고 전했다.

트럼프·푸틴, 2017년 7월 함부르크서 양자회담
트럼프·푸틴, 2017년 7월 함부르크서 양자회담

[EPA=연합뉴스]

NYT 보도가 나온 다음날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과의 회담 때 통역사가 기록한 노트를 압수했다고 보도했다. 역사 기록의 기초자료인 '사초'를 빼앗은 셈이다.

WP는 2017년 독일 함부르크에서 푸틴 대통령과 회담한 트럼프 대통령이 통역사의 노트를 압수했으며, 통역사에게 당시 일어난 일을 다른 누구에게도 전하지 말라며 함구령까지 내렸다고 보도했다.

당시 회담에는 렉스 틸러슨 전 국무장관이 동석했으며 틸러슨 전 장관이 백악관 관리들에게 요약한 녹취록을 공유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통역사의 노트를 압수한 사실은 백악관 고문과 국무부 고위 관리가 틸러슨 전 장관이 공유한 내용 이외에 추가 정보를 파악하려고 하는 과정에서 알려졌다고 WP는 전했다.

한 고위 전직 관료는 "녹취록을 확보할 수 없어 좌절했었다"며 "당시 그들이 무슨 얘기를 나누고 합의하려 했는지는 오직 신만이 알 것"이라고 WP에 말했다.

제보자들은 결과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년간 5곳에서 푸틴 대통령과 대면해 나눈 대화의 상세기록들이 비밀문서 형태로도 남지 않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런 '정보 공백'은 역대 어느 행정부를 통틀어 볼 때도 이례적이라고 WP는 논평했다.

함부르크 회담 당시 배석했던 통역사의 신원은 공개되지 않은 상태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이 통역사로부터 통역 노트를 빼앗은 사례가 추가로 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 트위터 캡처
트럼프 대통령 트위터 캡처

트럼프 대통령은 FBI가 자신을 수사했다는 보도가 나온 후 분노에 가득찬 트윗을 날리며 FBI를 맹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와우, 망해가는 뉴욕타임스를 보고 알았는데, 몹시 나쁜 이유로 대부분 FBI에서 해고되거나 물러나야 했던 부패한 전임 고위 관리들이, 내가 거짓말을 일삼는 제임스 코미(전 FBI 국장)를 해임한 뒤 아무 이유나 증거도 없이 나에 대해 수사를 개시했다니 이건 완전한 불법행위(a total sleaze)다"라고 썼다.

또 "FBI는 코미의 형편없는 리더십 탓에 완전한 혼란 상태에 있었다"며 "내가 코미를 해고한 날은 미국에 완전히 좋은 날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러시아와의 관계에 대해 "나는 오바마, 부시, 클린턴 전 대통령들보다 러시아에 더 강경한 자세를 취해 왔다"며 "러시아와 친하게 지내는 것은 좋은 일이며, 언젠가 양국 관계가 회복되기를 기대한다"라고 강조했다.

러시아 스캔들 수사를 둘러싼 파문이 증폭되는 가운데 뮬러 특별검사는 이르면 다음 달 중 법무부에 수사결과 보고서를 제출할 것으로 알려져 정치적 논란이 가열될 것으로 전망된다.

보고서가 트럼프 선거캠프의 불법성을 확인할 경우 일각에서 거론 중인 트럼프 탄핵론이 탄력을 받는 등 워싱턴 정가에 파문이 일 것으로 보인다.

현재 법무부를 이끌고 매슈 휘터커 법무장관 대행과 윌리엄 바 법무장관 지명자 모두 뮬러 특검 조사에 비판적이나 민주당 측은 뮬러 특검의 보고서를 일반에 공개할 것이라고 다짐해왔다.

트럼프 대통령 측은 특검보고서 공개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의 법무팀과 변호인단이 보고서를 수정할 수 있도록 허용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kind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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