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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인텍 前지회장 "75m 고공농성보다 지상소식이 더 힘들어"

송고시간2019-01-14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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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6일 농성 홍기탁 전 지회장 "이재용 석방·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에 낙심"

"더위·추위와 싸우며 몸 굳지 않으려 좁은 공간서 매일 운동"

아직 갈 길 멀어…"노사합의안 평가하고 교섭 방향 논의해야"

홍기탁 전 금속노조 파인텍지회장
홍기탁 전 금속노조 파인텍지회장

(서울=연합뉴스) 김주환 기자 = 홍기탁 전 금속노조 파인텍지회장이 14일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 병실서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주환 기자 = "굴뚝 위에서 보낸 작년 1월은 여태껏 살면서 겪은 가장 추운 겨울이었습니다. 그런데 영하 21도의 추위보다도 지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더 힘겹게 다가오더군요."

14일 오전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 병실에서 만난 홍기탁 전 금속노조 파인텍지회장은 '굴뚝 위에서 무엇이 가장 힘들었나'라는 질문에 담담한 표정으로 이같이 대답했다.

오랜 농성으로 한때 체중이 50여㎏까지 떨어졌던 홍 전 지회장의 몸은 여전히 야위었지만, 굴뚝에서 막 내려온 3일 전과 비교하면 얼굴에는 한층 생기가 돌았다.

지난 6일부터 11일 농성 종료까지 무기한 단식에 들어갔던 그는 "입원 직후엔 미음만 먹다가 얼마 전 죽으로 넘어갔다. 2~3일 후에는 제대로 된 식사를 할 수 있을 거라고 한다"고 말했다.

고공농성 도중 단식을 결정한 데 대해 홍 전 지회장은 "지상에 있던 차광호 지회장의 단식기간이 25일을 넘었고, 많은 동지와 시민단체들도 뜻을 모아 함께하고 있었다. 하지만 당시 사측은 여전히 책임을 회피하고 형식적으로 교섭에 응했다"면서 "더는 이런 마음으로는 갈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당시 심경을 밝혔다.

굴뚝 위의 생활에 대해 그는 "여름에는 더위와의 싸움이었고, 겨울에는 추위와의 싸움이었다"며 "운동을 하지 않으면 몸이 굳어지니까 좁은 공간에서 매일 운동하는 것도 힘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가지고 올라간 스마트폰으로 굴뚝 아래 소식들을 확인할 때였다고 홍 전 지회장은 전했다.

그는 "지난해 1월만 해도 '여기서 버틸 수 있겠구나' 하고 자신감에 차 있었는데, 2월 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치소에서 석방됐다는 뉴스를 보고 실망에 빠졌다"며 "5월에 파인텍 공동행동 회원들이 스타플렉스 본사에서 청와대까지 오체투지를 할 무렵엔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를 담은)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입법됐다는 소식이 들렸다"고 전했다.

굴뚝 아래 소식을 접할 때마다 홍 전 지회장은 "이 세상은 여전히 노동자가 아니라 재벌과 '가진 자'들을 위해 굴러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 투쟁도 결코 쉽게 끝나지 않을 거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홍 전 진회장은 박준호 사무장과 함께 입원 치료를 받고 있으며, 이들의 퇴원 날짜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향후 계획을 두고 홍 전 지회장은 "당장 4월 말까지 사측과 체결하기로 한 단체협약 교섭을 준비해야 한다. 11일 맺은 합의안 내용을 평가하고 교섭 방향을 논의하는 등 한동안 바쁘게 움직일 것 같다"며 "합의안에 명시된 3년간의 고용 기간 보장 이후에도 고용이 유지될지가 쟁점 중 하나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마침내 굴뚝에서 땅으로'
'마침내 굴뚝에서 땅으로'

(서울=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 파인텍 노사 협상이 6차 교섭 끝에 극적으로 타결된 지난 11일 파인텍 노동자인 홍기탁씨가 서울 양천구 굴뚝에서 426일째 농성을 끝내고 내려오고 있다.

노사협상 타결로 기나긴 고공농성은 끝났지만 홍 전 지회장과 파인텍 노조는 아직 갈 길이 멀다. 홍 전 지회장은 "그래도 일단 퇴원하고 나서는 그동안 함께 연대해준 동지들을 만나 고맙다는 인사부터 전하러 가겠다"며 웃었다.

앞서 홍 전 지회장과 박 사무장은 파인텍 모회사인 스타플렉스 측에 고용 승계 등 단체협약 이행을 요구하며 2017년 11월 12일 서울 양천구 목동 열병합발전소 75m 높이의 굴뚝 위에 올라 426일간 농성을 벌였다.

juju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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