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연합뉴스 최신기사
뉴스 검색어 입력 양식

내일 브렉시트 합의안 승인투표…부결 유력 속 표차가 관건

송고시간2019-01-14 19:25

이 뉴스 공유하기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본문 글자 크기 조정

150표 이상 표차로 패배할 경우 메이 총리 미래도 불투명

100표 이하시 EU와 합의안 수정 후 재투표 추진 관측

브렉시트 합의안 영국 하원 승인 투표(PG)
브렉시트 합의안 영국 하원 승인 투표(PG)

[이태호 제작] 사진합성·일러스트

(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영국 하원이 오는 15일(현지시간) 오후 7시께 브렉시트(Brexit) 합의안에 대한 승인투표((meaningful vote)를 실시한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협정, '미래관계 정치선언' 합의안을 승인할지를 놓고 열리는 이번 투표는 최근 수십 년간의 영국 역사에 있어 가장 중요한 투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양측은 지난해 11월 브렉시트 전환(이행)기간, 분담금 정산, 상대국 국민의 거주권리 등에 관한 내용을 담은 585쪽 분량의 EU 탈퇴협정에 합의한 데 이어, 자유무역지대 구축 등 미래관계 협상의 골자를 담은 26쪽 분량의 '미래관계 정치선언'에도 합의했다.

합의안은 영국과 EU 양측 의회에서 비준동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와 관련해 영국은 지난해 제정한 EU 탈퇴법에서 의회의 통제권 강화를 위해 비준동의 이전에 정부가 EU와의 협상 결과에 대해 하원 승인투표를 거치도록 했다.

하원에서 합의안이 승인되면 이후 이행법률 심의를 거쳐 탈퇴협정의 정식 비준동의 절차를 진행한다.

탈퇴협정 비준동의는 정부가 의회에 제출한 뒤 21회기일 내에 반대 결의가 없으면 자동 통과된다.

당초 승인투표는 지난달 11일 예정됐으나 부결 가능성을 우려한 테리사 메이 총리가 이를 연기했다.

영국 의회는 오는 15일 닷새간의 브렉시트 토론을 마무리한 뒤 오후 7시께 투표를 실시할 예정이다.

영국 정가에서는 이번 브렉시트 합의안 승인투표 부결을 거의 확실시하고 있다.

브렉시트 합의안이 의회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영국 하원의원 650명 중 하원의장 등 표결권이 없는 인원을 제외한 639명의 과반, 즉 320명 이상의 찬성표를 획득해야 한다.

그러나 노동당과 스코틀랜드국민당(SNP), 자유민주당, 민주연합당(DUP), 웨일스민족당, 녹색당 등 야당이 일제히 반대 의사를 밝힌 데다, 집권 보수당 내 브렉시트 강경론자들 역시 이른바 '안전장치'(backstop) 방안에 불만을 품고 있다. 보수당은 317석을 확보하고 있는데 브렉시트 강경론자는 60~100명으로 추정된다.

英 의회서 노동당 코빈 대표 발언 지켜보는 메이 총리 [AFP=연합뉴스]
英 의회서 노동당 코빈 대표 발언 지켜보는 메이 총리 [AFP=연합뉴스]

앞서 영국과 EU는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간 '하드 보더'(Hard Border·국경 통과 시 통행과 통관 절차를 엄격히 적용하는 것)를 피하기 위해 미래관계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영국 전체를 당분간 EU 관세동맹에 잔류하도록 하는 내용을 브렉시트 합의안에 담았다.

문제는 일단 '안전장치'가 가동되면 영국이 일방적으로 협정을 종료할 수 없어 EU 관세동맹에 계속 잔류해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점이다. 보수당의 브렉시트 강경론자들은 이런 상황을 주권에 대한 침해로 인식하고 있다.

아울러 '안전장치' 하에서는 북아일랜드만 EU 단일시장 관할에 놓이게 되는데, 이 경우 영국 본토와 북아일랜드 간 통관규제 등이 적용되면서 영국의 통합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보수당과 사실상 연립정부를 구성해 온 북아일랜드 연방주의 정당인 민주연합당(DUP)은 영국 본토와의 사이에 어떠한 장벽도 놓여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메이 총리는 '안전장치' 방안과 관련한 이같은 우려 해소를 위해 EU에 '법적·정치적 확약'을 요구해왔으나 아직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브렉시트 구하기' 나선 메이 총리, 융커 EU 집행위원장 만나 [AP=연합뉴스]
'브렉시트 구하기' 나선 메이 총리, 융커 EU 집행위원장 만나 [AP=연합뉴스]

메이 총리는 크리스마스 휴가 기간 하원의원들이 지역구 여론을 듣고 합의안 찬성 쪽으로 돌아서기를 기대했지만 구체적인 움직임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승인투표에서 메이 총리가 이끄는 정부가 과반은커녕 큰 표차로 패배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영국 언론들은 오히려 가결 내지 부결보다는 과연 메이 총리가 얼마만큼의 표차로 패배하느냐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적은 표차를 기록할 경우 메이 총리가 다시 한번 합의안을 승인투표에 부칠 가능성도 남게 된다.

그러나 100표 이상의 표차로 패배하면 메이 총리의 정치적 리더십은 재기 불능 상태에 빠질 수 있다.

메이 총리 합의안을 지지하는 보수당 한 의원은 일간 가디언에 "합의안이 세 자릿수 표차로 패배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50∼100표 정도 예상한다"면서 "얼마나 많은 노동당 의원이 메이 총리 합의안을 지지할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일간 더타임스는 만약 표차가 150표 이상일 경우 영국 현대 역사에 있어 정부의 가장 큰 패배로 기록될 것이며, 메이의 미래도 의문에 빠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서 메이 총리는 지난달 열린 신임투표에서 승리하면서 당 대표 및 총리직을 계속 수행하고 있지만, 승인투표 패배 이후 다시 메이 총리에 대한 사퇴 압박이 커질 수 있다.

100표 이내일 경우 메이 총리가 EU와 브렉시트 합의안 수정을 시도한 뒤 다시 한번 승인투표를 실시할 것으로 분석했다.

가능성은 작지만 메이 총리가 승인투표에서 승리할 경우 이는 위대한 정치적 성공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pdhis959@yna.co.kr

댓글쓰기
에디터스 픽Editor's Picks

영상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