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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고 답하다] 이정민 국장 "나무 심기는 가장 평화적인 남북협력사업"

송고시간2019-01-2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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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산림 훼손 심각…매년 서울시 면적 조림해도 복원에 50년

금강산도 병해충 피해…'푸른 한반도' 가꾸기 국민운동 펼쳐야

'평화의 숲' 이정민 사무국장
'평화의 숲' 이정민 사무국장

(서울=연합뉴스) 전성옥 논설주간 = "북한지역 산림 황폐화가 심각합니다. 산림복원은 장기계획을 세워 지속해서 추진해나가야 할 사안입니다. 지금 우리가 하지 않으면 그 짐을 우리 후손이 짊어지게 됩니다. '푸른 한반도' 가꾸기는 미래 세대를 위한 사업이자 가장 평화적인 남북협력사업입니다."

'평화의 숲' 이정민 사무국장은 "북한의 산림 황폐화 면적은 서울시의 47배에 달해 매년 서울시 면적만큼 조림사업을 펼친다고 해도 복원에 50년 가까이 걸린다"면서 "온 국민이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평화의 숲'은 북한의 산림복원 사업에 집중하는 민간단체로 1999년 출범했다. 회원과 기업들의 기부금으로 운영되며 산림기술사협회·양묘협회·국립산림과학원 등 산림 관련 기관과 단체들의 지원도 받는다. 초대 이사장은 강영훈 전 대한적십자사 총재, 2대 이사장은 이세중 전 대한변협회장이며, 3대 현 이사장은 김중근 전 산림청장이 맡고 있다.

이 국장은 "5·24 대북조치가 내려진 2010년 이후 아직 민간단체의 산림 분야 남북협력은 복원되지 않고 있다"며 "교류가 재개되면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조림 협력 모델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특히 "정부와 민간단체의 역할이 다른데 문재인 정부 들어 정부만 일방적으로 앞서 나가고 있다"면서 "정부주도의 남북협력사업은 오히려 지속성과 효율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꼬집기도 했다.

-- 북한의 산림 훼손 실태와 원인은.

▲ 한마디로 심각하다. 국립산림과학원이 1999년과 2008년에 위성사진을 통해 북한의 산림 황폐화 면적을 산출해 냈다. 이 자료에 따르면 1999년 황폐화 면적이 163ha에서 10년 만에 283만 8천ha로 급증했다. 서울시 면적(6만500ha)의 47배다. 매년 서울시 면적만큼 조림해도 복원하려면 50년 가까이 걸린다는 얘기다. 90년대 중·후반 국제적 고립과 자연재해 등으로 극도의 경제적 어려움을 겪던 '고난의 행군' 시기 이후에도 산림 황폐화가 가중됐음을 보여준다.

황폐화 원인으로는 식량·에너지 문제로 인한 산지 개간과 땔감 채취가 가장 크다. 외화벌이를 위한 과도한 벌채, 산림 병해충 피해, 산불·자연재해도 한 요인이다.

-- 산림복원의 필요성은.

▲ 산림 황폐화는 식량난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산에 나무가 없으면 산지의 토사 유출이 심해진다. 쓸려간 토사는 하천의 바닥에 쌓이고 적은 비에도 하천이 범람하는 원인이 된다. 하천 범람으로 농경지가 물에 잠기면 수확이 줄어 식량난을 겪게 된다. 이를 타개하려고 산지를 개간해 농지를 늘리면 산림이 더 훼손된다. 산림 훼손과 식량난은 이런 악순환의 고리 속에 있다.

한민족 전체의 입장으로 보자면 산림복원은 통일을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통일 이후를 생각해서라도 북한 산지를 헐벗고 쓸모없는 땅으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 북한의 산림까지 우리가 관심을 기울여야 하느냐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북한의 산림복원은 우리가 지금 하지 않으면 그 짐을 고스란히 미래 세대가 져야 한다. 우리가 짊어져야 할 짐을 후손에게 떠미는 격이다.

대북협력사업 가운데 가장 장기적인 안목으로 추진해야 할 게 바로 산림 분야다. 한반도의 유기적 생태계를 복원하기 위한 조림은 미래 세대를 위한 사업이며 가장 평화적인 남북협력사업이다. '푸른 한반도'를 가꾸기 위한 국민운동이라도 펼쳐야 한다.

-- 그동안의 성과는.

▲ 양묘장과 밤나무 단지 조성이 가장 큰 성과다. '평화의 숲'이 북한에서 벌인 첫 현장 사업이 2003년도 '평양 순안 양묘장' 조성이다. 지금은 중앙양묘장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시범사업이라서 규모는 크지 않았다. 온실 3동에 태양광 발전 설비를 갖췄다. 양묘장 조성 이전에는 묘목이나 종자 등 물자 지원에 그쳤을 뿐이다.

본격적인 산림협력사업은 2004년에 착수해 이듬해 완공한 금강산 양묘장 조성이다. 남한에서 기술과 자재를 지원했고 북한은 땅과 인력을 제공했다. 금강산관광도로 변에 있다. 양묘 온실 3개 동(136㎡)과 노지 양묘장(2ha)에서 연간 80만 그루의 묘목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관리시설과 태양광 발전설비를 갖췄으며 북한 주민 15명이 관리한다. 양묘 온실은 금강산의 훼손된 소나무숲을 복원하기 위한 것이고, 노지 양묘장은 금강산 주변 고성군의 산림복원을 위한 것이다.

2005~2008년에는 금강산 입구에 130ha 규모의 대단위 밤나무 단지를 조성했다. 이 밤나무 단지는 북한 주민 45명이 관리한다. 북쪽에서도 성공적인 모델로 인정한 사업이다. 산림복원 이외에 식량난을 타개하기 위한 목적으로 구황작물인 밤나무를 택했다. 이곳 밤은 개량종으로, 재래종보다 크고 맛이 있으며 영양도 풍부하다. 단지 조성 3년째인 2009년도에 첫 수확을 했는데 생산량이 140t이었다. 7년째부터 생산량이 크게 는다. 현장 조사를 못 했지만 500t에 달할 것으로 추정한다.

밤나무 단지는 식량난 해결, 산림녹화의 목적이 있지만, 산불방지의 목적도 있다. 밤나무는 수확을 위해 4~6m 간격으로 듬성듬성 심어 불이 쉽게 옮겨붙지 못한다. 소방도로 역할을 하는 임도도 낸다. 금강산을 둘러싸는 밤나무 단지가 조성되면 산불이 금강산으로 번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밤나무 아래는 고구마를 심는다. 북한당국이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임농복합경영의 하나다. 밤과 고구마 수확량이 많아 북한 측이 밤나무 단지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

이밖에 산림 종자 758㎏과 묘목 46만 그루를 지원하고 신혼부부 100쌍과 수학여행단 나무 심기 등 다양하고 지속적인 식목 행사를 벌였다.

-- 금강산 소나무숲의 병해충 피해는.

▲ 제대로 현장 조사조차 되지 않았다. 외금강과 내금강 모두 피해가 심각하다. 금강산 양묘장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에 있는 신계사 주변만 해도 피해 면적이 10ha로 추정된다.

금강산은 김일성 주석의 교시 덕분에 보전이 잘됐다. '금강산은 민족의 명산이니 나무 하나 자갈 하나도 함부로 하지 마라'는 교시를 내렸다고 한다. 절대 보호지역인 금강산의 소나무숲이 망가진 것은 솔잎혹파리 때문이다. 솔잎혹파리는 2000년대에 남한에서 극성을 부렸다가 집중적인 방제 덕분에 더 이상의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솔잎혹파리는 소나무 가지 끝에서 수액을 빨아먹어 나무를 고사시킨다. 방제가 어렵다. 소나무에 일일이 구멍을 뚫고 약물을 주입해야 한다. 생육이 왕성한 봄과 여름에 방제를 마쳐야 한다. 7월을 넘기면 방제 효과가 뚝 떨어진다. 그나마 2010년 이후에는 남북교류가 끊기면서 방제 지원마저 할 수 없어 피해는 더 늘어났을 것으로 본다.

-- 앞으로 계획은

▲ 당장 해야 할 일은 교류 재개다. 산림 분야도 다른 대북협력사업과 마찬가지로 2000년대 중·후반이 가장 활발했다. 2010년 천안함 사건에 대응해 내려진 5·24 대북제재 조치 이후에는 산림 분야 협력 역시 끊긴 상태다. 북한 주민 접촉을 아예 차단하니까 재외동포를 통해 간헐적으로 묘목이나 종자 등을 지원해주는 정도였다.

교류가 재개되면 금강산 양묘장이나 밤나무 단지 등 2010년 이전에 조성했던 사업장들의 현황을 파악해보고 유지 보수해서 연속사업으로 추진해나갈 계획이다. 또 10년 정도의 기간을 정해 새로운 사업지를 선정해 정부-지자체-민간단체와 함께 양묘·조림·방제 등 종합적인 산림 관리 체계를 갖춘 조림 협력의 새로운 모델을 개발하려고 한다.

덧붙여 말하자면 문재인 정부 들어서 남북교류의 물꼬가 다시 트인 점은 높이 평가하나 정부가 너무 일방적으로 앞서 나가는 면이 있어서 아쉽다. 정부와 민간단체의 역할이 다른데 정부가 끌고 가려 하면 안 된다. 정부주도의 남북교류는 자칫 지속성과 효율성을 떨어뜨릴 우려가 있다.

※ '평화의 숲' 이정민(44) 사무국장은 산림자원학으로 학사·석사 학위를 받고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이 국장은 사막화 방지 사업을 하는 비정부기구(NGO)에서 자원봉사하다 학자의 길보다는 활동가가 적성에 맞는다고 판단해 2006년부터 '평화의 숲'에 본격적으로 참여했다. 북한 조림사업을 위해 그동안 30여 차례 방북했으며 이 사업을 자신의 소명으로 여기고 있다.

sungo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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