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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 한 갑 값 부담하면…경비원 감원 안 합니다"

송고시간2019-01-21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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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웅상신도시 푸르지오 아파트 주민 관리비 인상 선택 "경비원 아저씨 사랑합니다"

웅상 푸르지오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장면
웅상 푸르지오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장면

[아파트 관리사무소 제공]

(양산=연합뉴스) 정학구 기자 = "담배 한 갑 값이면 한 집의 가장을 살립니다"

"감원 절대 반댑니다. 경비원 아저씨 사랑합니다"

양산시 삼호동 웅상신도시 푸르지오 입주자대표회의가 최근 진행한 경비원과 환경미화원 감원 찬반투표에서 가슴 훈훈한 장면들이 이어졌다.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경비원을 감원할 것인가, 아니면 관리비를 인상하더라도 고용을 유지할 것인지를 묻는 투표가 진행됐다.

2019년 최저임금이 시급 7천530원에서 8천350원으로 인상되면 현행 관리비론 경비원 10명 가운데 4명을 감원해야 될 상황이었다. 고용을 유지하려면 각 가구에서 월 관리비를 4천93원 인상해야 할 판이었다.

전국적으로 최저임금 인상 여파로 아파트 단지에서는 관리비 인상 대신 경비원을 감원하거나 감원 대신 휴게시간을 늘려 임금 수준을 그대로 유지, 관리비 인상이 되지 않도록 하는 방법을 쓰기도 한다.

그런데 이 아파트 투표 결과는 뜻밖이었다.

양산 웅상 푸르지오 아파트 전경
양산 웅상 푸르지오 아파트 전경

[아파트 관리사무소 제공]

입주민 절대다수가 경비원과 환경미화원을 아파트 공동체의 일원으로 생각하고 감원 없이 기존 근무시간을 유지하기 위해 관리비 인상을 택한 것이다.

전체 987가구 가운데 806가구가 투표에 참여한 결과 무려 98%인 795가구가 경비원과 환경미화원 감원 대신 월 관리비 인상안을 받아들였다.

일부 주민들은 투표용지 귀퉁이에 '경비원 아저씨 사랑합니다' 등 사람 냄새 가득한 메모를 남겼다.

박진영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은 "관리비를 인상하더라도 이분들 모두 고용을 유지하자는 쪽으로 너무 많은 주민이 찬성해 놀랐다"며 "결과적으로 경비원과 환경미화원 19명의 근무 조건과 고용을 그대로 유지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일권 양산시장은 "이 아파트 주민들 사례가 시 전역으로 확산하길 기대한다"며 "해당 아파트에 대해선 공동주택관리지원사업 우선 지원 및 감사 면제와 같은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b94051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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