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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테크 플러스] '시각자극으로 트라우마 치료' 원리 밝혀냈다

송고시간2019-02-1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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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S 연구진 "트라우마 치료하는 뇌 회로 발견…정신적 외상 치료 기대"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국내 연구진이 시각자극을 이용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일명 트라우마)를 치료하는 심리치료법이 효과를 내는 원리를 처음으로 밝혀내고 공포기억을 관장하는 새로운 뇌 회로도 확인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 신희섭 단장 연구팀은 14일 '네이처'(Nature)에서 PTSD를 치료하는 심리치료 요법의 효과를 동물실험을 통해 처음으로 입증하고 이와 관련된 새로운 뇌 회로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현재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치료법의 하나로 환자가 공포기억을 회상하는 동안 눈동자를 좌우로 움직이게 시각적 자극을 주는 '안구운동 민감소실 및 재처리 요법'(EMDR)이 사용되고 있다.

양측성 자극을 사용한 공포기억 반응-감소의 원리
양측성 자극을 사용한 공포기억 반응-감소의 원리

기존의 공포기억 반응-감소 모델에서는 안전한 환경에서 공포기억을 유도하는 조건 자극(CS, 소리)을 반복적으로 제시, 공포기억을 억제하는 새로운 기억을 형성한다(왼쪽 위). 하지만 시간이 지나거나 변화된 환경에 놓이면 공포반응이 쉽게 재발한다(오른쪽 위).
반면 양측성 시각자극(ABS)을 이용한 공포기억 반응-감소 모델에서는 양측성 자극이 안구운동 및 주의집중을 담당하는 뇌 영역(상구)을 자극해 공포반응을 담당하는 편도체를 억제하는 새로운 신경회로가 활성화 된다(왼쪽 아래). 이 회로는 변화된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편도체를 억제해 공포반응의 재발을 줄이고 더 효과적인 정신적 외상 치료를 유도한다.(오른쪽 아래) [기초과학연구원 제공]

이 요법은 환자가 공포기억을 회상할 때 눈동자를 좌우로 움직이는 등 양측성 자극(ABS)을 주면 공포기억이 감소하는 것을 이용한 것으로, 그 원리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트라우마 치료효과가 있어 정신과 치료에 사용되고 있다.

연구진은 EMDR을 생쥐에게 적용한 실험을 통해 치료효과 원리를 밝혀내고, 광유전학 기법으로 뇌에서 안구운동·주의집중 등을 담당하는 상구(SC)와 상구에서 오는 신경신호를 받는 중앙 내측 시상핵(MD), 공포기억이 저장되는 편도체로 이어진 신경회로가 공포기억을 관장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생쥐에게 특정 소리와 함께 전기자극을 주면 그 소리에 대한 공포기억이 형성돼 그 소리만 들려도 몸이 굳는 공포반응을 보이게 된다. 하지만 소리를 들려주되 전기자극을 주지 않는 훈련을 반복하면 공포기억이 서서히 감소한다.

양측성 시각 자극을 사용한 공포기억 반응-감소의 효과
양측성 시각 자극을 사용한 공포기억 반응-감소의 효과

생쥐에게 반복적으로 소리(CS)와 전기자극을 함께 주면 공포기억이 형성된다. 전통적인 공포기억 반응-감소 과정에서는 전기자극 없이 소리를 반복해 공포반응을 서서히 감소시킨다(위:적색 CS그룹). 1주일 후, 공포기억 반응-감소가 이루어졌던 같은 장소에서(SR), 혹은 다른 환경에서 공포기억을 유도할 수 있는 소리를 다시 틀면 즉각 공포반응이 재발한다(아래:적색 CS그룹).
공포기억 반응-감소 과정에서 양측성 빛 자극을 함께 주면 공포기억 반응 감소 효과가 더 빠르게 나타나며(위: 청색 ABS+CS그룹), 공포반응 재발율도 크게 감소한다.(아래: 청색 ABS+CS그룹) [기초과학연구원 제공]

연구진은 생쥐가 소리에 공포반응을 보일 때 좌우로 반복해서 깜빡이는 LED 빛 자극(양측성 자극)을 주면 행동이 얼어붙는 공포반응이 자극이 없을 때보다 빠르게 감소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또 시간이 지난 뒤나 다른 장소에서 비슷한 상황에 부닥칠 때 공포반응이 재발하는 비율도 전통적 공포기억 제거 방법보다 훨씬 낮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는 사람의 트라우마 치료에 사용되는 EMDR의 치료효과가 생쥐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는 것을 보여준다.

상구-중앙 내측 시상핵으로 이어지는 새로운 신경회로
상구-중앙 내측 시상핵으로 이어지는 새로운 신경회로

광유전학 기법으로 새로운 신경회로 발견. 양측성 자극을 이용한 방식으로 공포기억 반응-감소 효과를 일으키고 동시에 상구-중앙 내측 시상핵으로 가는 신경 신호를 전달을 억제하자 공포반응이 재발했다(위). 또 양측성 자극 없이 광유전학으로 상구-중앙 내측 시상핵으로 이어진 신경회로를 자극하자 공포반응이 오랫동안 억제되었다(아래). 이는 상구-중앙 내측 시상핵으로 이어지는 신경회로의 활동이 양측성 자극의 효과를 매개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기초과학연구원 제공]

연구진은 행동·관찰 실험과 신경생리학 기법 등으로 생쥐의 공포반응 감소 효과가 시각적 자극을 받아들인 상구에서 시작해 중앙 내측 시상을 거쳐 편도체에 이르는 신경회로에 의해 조절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광유전학 기법으로 상구-중앙 내측 시상핵-편도체로 이어지는 신경회로를 강화하면 공포반응 감소 효과가 강하게 나타나지만, 반대로 이 회로를 억제하면 공포반응 감소효과가 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정신과에서 활용되는 심리치료법의 효과를 동물실험으로 재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경험적으로만 확인된 심리치료 기법의 효과를 동물실험으로 입증해 치료법의 과학적 원리를 밝혔다는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신희섭 인지 및 사회성연구단장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단 한 번의 트라우마로 발생하지만 약물과 심리치료에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며 "앞으로 공포기억 억제 회로를 조절하는 약물이나 기술을 개발하는 연구에 집중해 PTSD를 쉽게 치료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IBS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 신희섭 단장
IBS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 신희섭 단장

[기초과학연구원 제공]

scite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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