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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액티브] 안산은 요즘 갑자기 '까마귀 천국'

송고시간2019-02-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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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세연 인턴기자 = "까마귀 떼가 전깃줄을 완전히 장악했어요. 새똥이 하늘에서 뚝뚝 떨어져서 사람이 길을 가다가 맞기도 하고, 차량 전체가 새똥 범벅이 된 것도 여럿 봤습니다"

안산 일동 식물원사거리의 까마귀 떼
안산 일동 식물원사거리의 까마귀 떼

[독자 이응우씨 제공]

안산에 사는 이응우(48)씨는 지난 13일 까마귀들이 갑자기 무리 지어 출몰하는 탓에 안산 시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고 연합뉴스에 알려왔다. 이씨는 최근 며칠 동안 수많은 까마귀가 전깃줄에 앉아있거나 하늘을 날아다니는 장면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그는 "안산에 까마귀가 이렇게 많았던 적은 처음"이라며 "설 연휴부터 조금씩 보이더니 이제 사람들이 피해 다녀야 할 정도"라고 심각성을 전했다. 안산시청 '시민의 소리' 온라인 페이지에도 '분비물이 떨어져 피하느라 사람들과 부딪힐 정도이고 거리가 매우 더럽다'며 조치를 해달라는 민원이 올라왔다. '까마귀가 많아 불쾌한 것도 문제지만, 각종 질병 전염 등 위생 문제가 걱정된다'는 의견도 있었다.

안산시 보도블록에 떨어진 까마귀 배설물
안산시 보도블록에 떨어진 까마귀 배설물

[독자 이응우씨 제공]

안산시청은 사태를 파악하고 서둘러 대책을 세우는 중이다. 김종호 안산시청 환경정책과 주무관은 "주로 본오동 근처에 까마귀 떼가 출현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까마귀의 먹이가 있는 농경지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안산에 머무는 까마귀는 3천 마리 정도로 추정된다. 워낙 개체 수가 많다 보니 시민들이 불편을 겪는다는 것.

안산시는 레이저 퇴치기를 사용해 까마귀를 이동시키는 등 "할 수 있는 대처를 모두 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분비물 청소는 아직 해결방안을 찾지 못했다. 갑작스러운 일이라 예산을 미리 세워놓지 못했기 때문. 김 주무관은 "살수차를 이용해 청소할 방법을 생각했지만, 영하의 날씨에 물이 얼어 2차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추경(추가경정예산) 때 예산을 세울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2016년부터 까마귀 떼 출몰을 먼저 겪은 수원시는 기동퇴치반과 기동청소반을 운영하고 있다. 기동퇴치반은 레이저 퇴치기를 이용해 도심에서 까마귀를 인적이 드문 곳으로 이동시킨다. 기동청소반은 주로 아침에 까마귀 배설물로 지저분해진 거리를 청소한다. 까마귀가 밤사이 도심에 머물며 배설물과 깃털 등을 남기기 때문이다.

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은 "해당 까마귀의 종은 '떼까마귀'"라며 "원래 무리로 다니는 습성이 있는 종이라 까마귀가 한꺼번에 많이 나타났다고 해서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철새인 떼까마귀는 겨울을 나기 위해 러시아나 만주 지역에서 우리나라를 찾는다. 2월은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해 이동을 하는 시기. 매년 이맘때쯤 수원이나 화성 등 경기도 일대에 까마귀 떼가 나타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윤 이사장은 "까마귀들이 낮에 먹이활동을 하고 밤에 잠을 자러 도심의 전깃줄로 모여드는 것"이라며 "봄이 되어 이동을 마치면 사라질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공격성이 없는 종이고, 사람에게 질병이 전염되지는 않는다"며 시민들을 안심시켰다. 그는 바람에 날리는 비닐봉지나 빛이 반짝이는 전구를 나뭇가지 등에 걸어놓으면 까마귀를 퇴치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올해 이례적으로 안산에 떼까마귀가 나타난 것에 대해 강승구 국립생물자원관 동물자원과 박사는 "먹이를 찾아 안산까지 갔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떼까마귀가 왜 도심을 찾아 들어오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고 한다.

강 박사는 "떼까마귀가 겨우내 머무는 울산의 경우 주로 대나무 숲에서 잠을 자는데 경기도권의 떼까마귀는 특이하게 도심을 찾아 들어온다"며 "도심이 천적을 막아준다는 장점은 있지만, 특별히 안락하지도 않아 의문스러운 점"이라고 말했다.

앞으로도 매년 안산에 떼까마귀가 찾아올 가능성이 있다. 강 박사는 "수원은 2016년 이후로 꾸준히 떼까마귀가 찾아온다"며 "안산도 앞으로 떼까마귀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sey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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