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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폭정 종식했지만 '승리' 자신은 속단…재건 기반 충분

송고시간2019-03-23 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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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기 때 '영토' 英 면적과 비슷…테러조직 대명사로

'영토' 상실 후 무장조직으로 유지…게릴라 전술로 전환

"추종자·이념·자원은 여전"…"힘의 공백 생기면 단기간에 부활 가능"

영국 출신 IS 조직원 '지하드 존'이 등장한 IS 선전 영상
영국 출신 IS 조직원 '지하드 존'이 등장한 IS 선전 영상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전 세계를 테러 공포에 몰아넣은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 본진을 지도상에서 지우는 데 국제사회는 거의 5년을 매달렸다.

22일(다마스쿠스 현지시간) 백악관은 "칼리프국의 영토가 100% 제거됐다"고 발표, 사실상 IS 격퇴전 승리를 선언했다.

전선에서는 마지막 수색 작전이 진행 중인 단계로 '해방 선언'이 주말 중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요르단 출신의 살라피주의(이슬람 근본주의)자가 만든 극단조직에 뿌리를 둔 IS는 2000년대 초 알카에다 이라크지부로 활동하며 세력을 확장했고, 2006년 '이라크 이슬람국가'(ISI)로 이름을 바꾸며 국가 흉내를 내기 시작했다.

2010년부터 조직을 이끈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는 3년 후 '이라크·시리아 이슬람국가'(ISIS 또는 ISIL) 수립을 선언하고, 이어 2014년 6월 칼리프가 다스리는 이슬람 신정일치 국가, '이슬람국가'(IS) 수립을 선포했다.

국가를 참칭한 IS는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파죽지세로 확장하며, 한때 이라크와 시리아에 걸쳐 영국 면적과 비슷한 영역을 점령했다.

 IS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이라크 바그다드 북동부의 집단 매장지
IS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이라크 바그다드 북동부의 집단 매장지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IS는 점령지에서 이슬람 원리주의 교리를 강요하며 공포 지배로 주민을 억압했다.

야지디 등 소수종족을 집단 학살하고 성노예로 착취하는 등 반인륜 전쟁범죄를 자행했다.

특히 '비(非)무슬림' 외국인이나 시아파 등 이른바 이교도 인질과 국제동맹군 포로를 참수나 화형 방식으로 참혹하게 살해하고 이를 영상으로 제작해 유포하는 만행을 일삼아 악명을 떨쳤다.

국외에서는 파리 동시다발 테러(2015.11), 브뤼셀 공항·지하철역 테러(2016.3), 방글라데시 외교가 인질 살해(2016.6), 이스탄불 국제공항 폭탄공격(2016.6), 맨체스터 공연장 자폭공격(2017.5) 등 대형 테러를 직접 모의하거나 유도했다.

2016년 니스 트럭 돌진 테러 현장
2016년 니스 트럭 돌진 테러 현장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IS는 소셜미디어와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을 효과적으로 활용해 사이버 세계에서도 수많은 추종자를 끌어 모으며 공격을 선동했다.

종전 테러조직과 달리 반란 활동 수준에 머무르지 않고 국가를 자처하며 사이버 세계를 적극 활용해 IS는 전 세계 극단주의자들을 점령지로 빨아들였다.

이집트, 리비아, 필리핀 등에는 IS의 지부 조직이 급성장, 현지에서 납치와 테러로 안보를 위협했다.

2014년 6월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은 글로벌 안보위협으로 부상한 IS를 상대로 군사작전을 승인했다.

그해 9월에는 IS 격퇴 국제동맹군이 결성돼 최근까지 약 70개국이 동참했다.

IS 격퇴전에 투입돼 시리아로 비행하는 프랑스군 라팔전투기
IS 격퇴전에 투입돼 시리아로 비행하는 프랑스군 라팔전투기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IS 격퇴전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동맹국 내 IS 추종자들이 무방비 상태의 민간인, 즉 '소프트 타깃'을 노린 테러가 이어졌다.

국제동맹군은 2017년 7월 IS의 경제 중심지 모술을 탈환했고, 그해 10월에는 상징적 수도 락까에서도 IS를 몰아냈다.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주변과 유프라테스강 서안에서는 러시아군이 IS를 압박했다.

지상에서 쿠르드 주도 '시리아민주군'(SDF)을 앞세운 미군 주도 국제동맹군은 22일 데이르에즈조르주(州) 바구즈에서 IS의 마지막 영토를 장악, IS 격퇴작전 약 5년 만에 테러집단의 야만적 지배를 종식시켰다.

"칼리프국의 영토를 제거했다"는 백악관의 발표대로 국제동맹군은 이날 바구즈를 끝으로 IS의 점령지를 없애고 그 지배를 종식하는 성과를 거뒀다.

SDF, IS의 '수도' 시리아 락까 '해방'
SDF, IS의 '수도' 시리아 락까 '해방'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그러나 이를 IS 자체가 궤멸했다거나 IS를 무찔렀다고 보기는 섣부르다.

IS 격퇴전을 이끈 조지프 보텔 미군 중부사령부 사령관은 지난달 언론 인터뷰에서 "내가 'IS를 물리쳤다'고 말하려 한다면, IS가 미국이나 동맹을 상대로 직접 공격하거나 공격을 모의할 역량이 없다는 것을 확실히 하고 싶을 것"이라고 말해 "IS를 무찔렀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등의 선언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시각을 나타냈다.

국제동맹군 고위 인사와 극단주의 전문가들은 IS가 본거지 시리아·이라크에서 게릴라전술과 자폭공격 같은 무장활동을 계속하는 한편 해외에서 테러를 선동하며 재건 기회를 노리리라 전망했다.

영토라는 중요한 물리적 기반이 소멸했으나 시리아와 이라크 곳곳으로 도주한 조직원 '수만명'이 사막지대에 은신하거나 지역사회에 비활동 상태로 잠복한 것으로 추정된다.

시리아만 보더라도 중부 바디야 사막의 알수크나에서 잔당이 활동하고 있다.

리비아 등 국외 연계 조직이나 지부로도 조직원 상당수가 이미 빠져나간 것으로 보여 거기서 '후일'을 도모하리라 예상된다.

IS 선전매체 "차량으로 공격하라"
IS 선전매체 "차량으로 공격하라"

(이스탄불=연합뉴스) 2017년 3월, 영국 의사당 부근 차량·흉기 공격 하루 후 수니파 극단주의조직 '이슬람국가'(IS)가 공격 배후를 자처하며 IS 온라인 선전 매체 '루미야'에 차량 공격을 선동하는 기사를 실었다. 2017.3.23 [루미야 캡처=연합뉴스] photo@yna.co.kr

미국의 초당파 정책단체 '극단주의 대응 프로젝트' 등에 따르면 사이버 세계에서 IS의 영향력은 여전히 여타 극단주의조직의 추종을 불허한다.

IS의 물리적 기반이 사라졌어도 이데올로기는 여전히 강력한 탓이다.

보텔 사령관은 이달 5일 미국 상원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IS는 지휘관, 전투원, 조력자, 자원을 보유하고 이들을 움직이는 데 이용할 왜곡된 종교 이데올로기를 갖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 국방부 감사관(IG)실도 IS가 미군이 완전히 철수해 힘의 공백이 생기면 6∼12개월 만에 조직을 재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달 IS의 마지막 소굴에서 벗어난 민간인을 인터뷰한 AP통신 등은 IS 구성원 대부분은 조직의 패망에도 그 사상과 지도부에 강한 충성도를 드러냈다고 보도했다.

tr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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