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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생각하는 것은 결국 좋은 삶을 고민하는 일"

송고시간2019-02-19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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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과 사후세계 연구한 마이클 셔머의 '천국의 발명'

(서울=연합뉴스) 임형두 기자 = 메멘토 모리(죽음을 기억하라)!

시작이 있다면 반드시 끝이 있다. 삶이 있다면 죽음이 있음도 당연하다.

그래서 죽음은 괴로움이자 두려움이었다. 길고 짧음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결국 별 차이가 없었다. 중세의 메멘토 모리가 다음과 같은 말로 죄를 삼가고 선하게 살자고 권유하는 이유다.

"삶은 짧아서 머지않아 끝날 것이다. 죽음은 어느새 찾아오고 사람을 가리지 않는다. 죽음은 모든 것들을 파괴하고 동정 따위는 없다. 우리는 서둘러 죽음을 향하고 있으니 죄를 삼갈지어다."

죽음을 극복하기 위해 인간은 아득한 옛날에 천국을 발명해냈다. 이 발명품은 삶이 고달플수록 저버리기 힘든 달콤한 약속이 됐고, 특히 온갖 종교들은 천국에서의 완전무결하고 행복한 삶을 약속하며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게 했다. 영생, 부활, 영혼, 유산과 같은 불멸의 서사가 그 방편이었다.

하지만 보통 사람들이 곧이곧대로 소망하는 부활과 환생은 이뤄졌을까? 육신 부활과 같은 기적 속에 삶을 영속할 수 있었느냐는 거다.

사후 세계의 비전을 담은 19세기 화가 귀스타브 도레의 그림 '신의 최고천'
사후 세계의 비전을 담은 19세기 화가 귀스타브 도레의 그림 '신의 최고천'

심리학자이자 철학자인 마이클 셔머는 천국을 주제로 한 저서 '천국의 발명'을 펴내어 먼먼 과거부터 지금까지 인간들이 고안해내고 약속해온 '그곳'들로 다가간다. 천국을 믿고 싶은 사람들의 열망은 정말로 인류를 천국 가까이 인도했는가?

저자는 우리를 진실로 인간이게 하는 죽음이란 운명에 끈질기게 질문을 던진다. 그러면서 인문과 과학, 진중함과 날카로움을 넘나들며 '죽음 뒤 그곳'에서의 행복이 아니라 '지금, 이곳'에서 삶의 목적을 이뤄야 하는 과학적 근거를 제시한다.

육신에만 초점을 맞췄을 때 우리는 태어난 이상 죽음을 피할 수 없다. 기원전 5만 년 전부터 현재까지 지구에서 태어난 인간의 수는 1천80억 명이 넘는다. 지금 지구에 살아 있는 사람은 대략 75억 명. 하지만 5만 년 동안 왔다 간 선조들이 그러했듯이 우리도 육체적 죽음이라는 운명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지금까지 이 땅에 왔다가 사라져 간 1천5억 명 가운데 다시 돌아와 사후세계의 존재를 확인해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이것이 냉혹한 인간 조건의 현실! 최장수 기록은 122살이며 기대 수명은 공중위생 개선과 의학기술 발전으로 늘어났다고는 해도 고작 80살에 그친다. '메멘토 모리'를 마음 깊이 새겨야 하는 이유다.

책 '천국의 발명'의 원제목은 '지상의 천국들(Heavens on Earth)'이다. 저자가 천국을 복수형으로 한 이유는 사후세계와 영생에 대한 믿음이 다양하기 때문이란다. 이런 믿음이 지상에서 발생하고 존속해왔다는 건 그것이 인간의 본성과 문화에 뿌리를 두었음을 뜻한다. 즉 지상의 천국은 그것을 믿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존재한다.

저자는 심리학자와 인류학자 등을 두루 만나 죽음과 임종, 그리고 운명의 자각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들의 이론으로 알아봤다. 자신이 죽을 운명을 처음으로 자각한 사람이 누구이고, 이런 자각이 어떻게 신화와 종교의 창조로 이어졌는지 탐색했다.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를 통해 천국과 지옥, 육신과 영혼의 부활, 사후세계 등에 관한 유일신 개념을 살피고, 임사체험과 환생을 근거로 사후세계가 존재한다고 말하는 과학자들과 그 회의론자들도 만났다. 그리고 근본적 수명 연장, 노화의 최소화, 항노화 처치법, 인체냉동보존술, 트랜스 휴머니즘 생활 방식 등으로 영생을 추구하려는 비종교 철학자와 과학자들의 견해 또한 들어본다.

하지만 저자가 궁극적으로 말하려는 결론은 이렇다. 죽음을 생각하는 일은 결국 좋은 삶에 대해 고민하는 일이라는 것. 거꾸로 얘기하면 좋은 삶을 위해서는 죽음을 깊이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죽음을 그저 두려워하거나 외면하고 만다면 결코 좋은 삶이 될 수 없다.

저자는 죽을 운명을 타고난 우리가 죽음을 의연하고 건강하게 받아들일 가장 좋은 방법은 죽음에 대해 과학이 밝혀놓은 사실들을 명확히 이해하고 온전히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말한다. 목적을 자각하는 삶을 영위하는 종은 지구상에 우리 인간뿐이며 우리에게 허락된 시간만으로도 의미 있는 삶을 살기에 충분하다.

죽음을 외면하지 않고 직면할 때 진정한 행복은 다가온다. 천국은 하늘에 있지 않고 우리 내면에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건강한 태도와 단단한 이성으로 죽음이라는 운명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이를 통해 '지금, 여기'의 현재를 좋은 삶으로 만들어가자고 제안한다.

arte 펴냄. 김성훈 옮김. 468쪽. 2만8천원.

"죽음을 생각하는 것은 결국 좋은 삶을 고민하는 일" - 2

id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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