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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광둥·홍콩·마카오 연계 '중국판 실리콘밸리' 만든다

송고시간2019-02-19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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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6천800만명, GDP 1천600조원 한국 규모 '거대 경제권'

2035년까지 완성…"혁신역량 키울 R&D 인력 부족 해결이 과제"

홍콩 도심
홍콩 도심

[캐세이퍼시픽항공 제공=연합뉴스]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중국 정부가 광둥(廣東)성 9개 도시와 홍콩, 마카오를 묶어 미국의 실리콘 밸리와 같은 세계적인 혁신 경제권으로 개발하려는 야심 찬 계획을 내놓았다.

1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중화권 언론에 따르면 중국 국무원은 전날 '웨강아오 대만구(大灣區·Great Bay Area) 발전계획 요강'을 발표했다. 웨강아오는 광둥·홍콩·마카오 지역을 일컫는 말이다.

이는 홍콩, 마카오 그리고 선전(深천<土+川>), 광저우(廣州), 주하이(珠海) 등을 비롯한 주장(珠江) 삼각주 지역 9개 도시의 투자와 기업 환경을 글로벌 수준으로 끌어올려 새로운 개방형 경제체제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특별한 관심을 두는 것으로 알려진 대만구 경제권이 구축되면 총인구 6천800만 명, 국내총생산(GDP) 1천600조원의 거대 경제권이 형성된다. 이는 한국의 경제 규모에 상응하는 수준이다.

구체적으로 국무원은 오는 2022년까지 웨강아오 대만구의 기본적인 틀을 마련하고, 2035년까지 경제권 구축을 완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총 11장, 2만 자에 달하는 대만구 발전계획은 ▲글로벌기술 허브 조성 ▲인프라 연계 가속화 ▲홍콩과 본토 금융시스템 연계 ▲삶의 질과 관광환경 개선 ▲교육환경 개선 ▲광둥·홍콩·마카오 협력 강화 ▲환경보전 등이 핵심 내용이다.

특히 중국 정부는 웨강아오 대만구를 첨단기술의 중심지로 발전시켜 미국의 실리콘 밸리나 일본의 도쿄만과 같은 세계적인 경제권으로 육성하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중국 정부는 대만구 발전계획에서 "차세대 IT, 바이오기술, 프리미엄 장비, 신소재, 신형 디스플레이, 차세대 이동통신망 등을 주요 산업으로 육성하고, 신재생에너지와 친환경 자동차 등을 핵심으로 한 산업단지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홍콩은 국제금융·무역·물류·항공의 중심 도시로, 마카오는 관광 허브이자 브라질 등 포르투갈어 경제권과 교류 중심으로, 광저우는 대만구의 내륙 중심 도시, 선전은 혁신기술의 특별경제구역으로 각각 조성된다.

이들 도시의 연계 강화를 위해 '대만구 국제상업은행'이 설립될 예정이며, 광저우 난사(南沙)신구가 자유무역시험구로 중점적으로 개발될 계획이다.

홍콩과 상하이, 선전 거래소의 연계도 강화되며, 홍콩과 마카오의 금융사는 선전, 광저우, 주하이 등에 진출할 때 지원을 받게 된다. 홍콩과 마카오의 연구개발(R&D) 기업이 광저우에 거점을 마련해도 각종 정책 지원을 받는다.

홍콩과 마카오 주민은 중국 본토에 취업할 경우 교육, 의료, 노후 대비, 주택, 교통 지원 등에서 본토 주민과 같은 혜택을 누리게 된다.

웨강아오 대만구는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와도 연계돼 추진될 방침이다.

롄화산공원에서 바라본 선전 전경
롄화산공원에서 바라본 선전 전경

(선전=연합뉴스) 김진방 특파원 = 24일 중국 선전 롄화산공원에서 내려다 본 선전 도심 전경. 2018.8.26 chinakim@yna.co.kr

홍콩 행정 수반인 캐리람(林鄭月娥) 행정장관 등은 이번 발표에 즉각 환영의 뜻을 나타냈지만, 일부에서는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와 같은 홍콩의 고유한 차별성이 사라질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홍콩 야당인 민주당은 "중국 본토 도시와 경쟁하며 발전해온 홍콩이 대만구 계획을 통해 협력에만 치중한다면, 본토 도시들은 발전할 수 있을지 몰라도 홍콩의 장기적인 이익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의 실리콘밸리와 같은 혁신 경제권으로 성장에 필요한 R&D 인력의 부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리콘밸리의 성장을 뒷받침한 스탠퍼드대, 캘리포니아공대 등과 같은 세계적인 대학과 연구소가 이 지역에 부족하다는 얘기다.

특히 중국의 학문 발전을 주도하는 베이징대, 칭화(淸華)대, 상하이교통대, 푸단(復旦)대 등은 중국 북부와 동부에 몰려있으며, 중국 남부에는 상대적으로 명문 대학이 적은 편이다.

선전, 홍콩, 광저우 지역에서 발표되는 과학연구 논문의 수를 모두 합쳐도 상하이와 비슷한 수준이며, 베이징과 비교해서는 그 절반에 지나지 않는다.

선전의 싱크탱크인 중국발전연구소의 류궈훙 소장은 "중국 남부와 북부의 (학문) 격차는 크며, 창조적인 혁신역량의 부족이 대만구 발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과의 무역전쟁도 우려되는 사안 중 하나다.

선전에는 화웨이, 텐센트, ZTE, DJI, BYD 등 중국의 혁신기업이 몰려있지만, 이들은 미국 정부의 제재나 견제로 몸살을 앓는 실정이다.

SCMP는 "대이란 제재 등으로 미국 정부의 제재를 받았거나 제재받을 위험이 있는 화웨이와 ZTE를 비롯해 많은 기업이 중국 첨단업체의 부상을 우려하는 미국의 견제를 받는 것도 대만구 발전에 부정적인 요소로 꼽힌다"고 전했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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