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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n스토리] '극한재능' 펼치는 광주 광산경찰서 홍일점 형사

송고시간2019-03-0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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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도 세계선수권 금메달리스트에 외국어도 능통…정진희 순경

'금빛 발차기' 날리는 태권도 선수 시절의 정진희 형사
'금빛 발차기' 날리는 태권도 선수 시절의 정진희 형사

[광주 광산경찰서 정진희 형사 제공]

(광주=연합뉴스) 정회성 기자 =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낸 공인 6단의 태권도 내공.

오랜 무도 수련으로 체득한 끈기와 베트남 여자 태권도대표팀을 지도하며 다진 외국어 구사력.

광주 광산경찰서 외근 형사 가운데 홍일점인 정진희(33) 순경은 남다른 이력과 재능을 지녔다.

여경을 눈 씻고 찾아봐도 찾기 어려운 형사과에서 정 형사의 존재는 사회적 편견을 깨부수는 도구가 아닌 든든한 에너지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그는 거친 입담에 말보다 빠른 주먹으로 남성성을 되려 부각하는 영화나 드라마 속 '센 언니'가 아닌 '현실 캐릭터' 형사다.

정 형사는 지난해 11월 은행에서 대출받은 직후 길바닥에서 잃어버린 사업자금 수천만원을 찾아 주인에게 돌려줬다.

휴가까지 반납하며 밤샘 수사를 이어간 정 형사는 차량 블랙박스와 CCTV 영상에 나온 이동 경로를 따라 골목골목을 누볐다.

'내가 같은 실수를 저질렀다면 어땠을까.' '경찰이 아니면 누가 찾아줄까.'

소소한 단서를 잇달아 쫓아 엿새 만에 도달한 곳에서는 행인이 집어가서 보관해온 돈뭉치가 기다리고 있었다.

돈을 고스란히 돌려받은 주인은 경찰청 누리집에 감사 글을 남겼다.

가해자의 처지에 십분 공감하는 진중함과 섬세함은 광산경찰이 추구하는 제복 입은 시민의 본보기와도 가깝다.

광주 광산경찰서 정진희 형사(왼쪽)와 동료들
광주 광산경찰서 정진희 형사(왼쪽)와 동료들

[광주 광산경찰서 정진희 형사 제공]

지난해 6월 은행 현금출납기에 남겨진 5만원에 손을 댄 베트남 출신 결혼이주여성이 경찰서로 붙잡혀왔다.

8년 전 한국 남자와 결혼해 두 아이를 키우는 이 베트남 여성은 주기적인 체류 비자 연장으로 가정을 꾸려왔다.

누군가 두고 간 5만원을 챙겨 범죄 이력이 남는다면 비자 연장에 문제가 생겨 가족과 생이별 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정 형사는 베트남 대표팀을 지도하며 익혔던 베트남어로 이 여성의 딱한 처지를 헤아려 경미범죄심사위원회가 손 내밀도록 도왔다.

한글 읽고 쓰기가 서툰 이 여성이 국적 취득 시험에 통과하도록 구청이 제공하는 무상 교육프로그램을 안내했다.

새내기 형사였던 작년 초에는 태권도 경기 영상을 촬영할 때 썼던 캠코더를 활용해 아파트 윗집 대문에 상습적으로 오물을 묻힌 층간소음 호소 주민을 붙잡기도 했다.

그는 계속해서 같은 아파트에 살아가야 하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화해하도록 아파트관리소장, 이웃이 참여하는 간담회를 주선했다.

몇 달간 동네를 흉흉하게 했던 '대변 테러'는 훈훈한 미담으로 매듭지어졌다.

다행스럽게도 정 형사가 경찰에 입문한 뒤로 금빛 발차기 실력을 뽐낼 일은 지금껏 없었다.

정 형사는 3일 "제가 형사과에 막 배치됐을 때 과장님께서 아무나 발로 차지 말라고 당부하셨다"며 "사람을 때려잡으면 되겠느냐"라는 재치 있는 답변으로 응수했다.

h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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