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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 담판 결렬] 美전문가들 "준비부족 때문"…"재정비해 대화 이어가야"(종합)

송고시간2019-02-28 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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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서 기자
이준서기자

실무급 합의부족에 '워싱턴 드라마' 악재까지…文대통령 중재역할 주문도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후 기자회견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후 기자회견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TV 캡처]

(뉴욕·서울=연합뉴스) 이준서 특파원 임은진 기자 =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27∼28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정상회담이 합의 없이 마무리된 데 대해 "예상 밖"이라고 평가하면서 '준비 부족'을 배경으로 꼽았다.

실무단계에서 충분한 공감대를 마련하지 않은 상태에서 '톱다운 담판'에 들어갔다는 뜻이다.

'워싱턴의 드라마'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북미정상회담 기간 미국 워싱턴에서는 옛 개인 변호사였던 마이클 코언의 의회 청문회가 열린 데다, 국경장벽 건설을 위해 선포한 '국가비상사태'는 하원의 저지결의안으로 제동이 걸렸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북한의 비핵화를 끌어내기 위해 북미가 대화의 끈을 이어가는 게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준비 부족 탓 예정된 결론"

전문가들은 북한의 비핵화는 많은 단계를 거쳐야 하는 만큼 북미가 좀 더 시간을 두고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셉 윤 전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28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정상회담의 갑작스러운 결말은 '준비 부족'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는 "일반적으로 정상회담은 여러 단계의 작업을 포함하며 실제로 합의는 이미 예정된 결론"이라면서 "이번에 우리는 준비가 매우 덜 된 것을 봤고 나는 그 점을 우려했다"고 말했다.

미국 국방부 당국자 출신인 밴 잭슨은 CNN에 미국은 '비건 수준'(실무회담 수준)에서 진전이 있을 때까지 정상회담을 기다렸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는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김혁철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의 실무회담에서 비핵화 협상이 진전될 때까지 기다렸어야 한다는 의미다.

잭슨은 "이것이 정상회담을 실무회담에서 분리하면 안 되는 이유"라며 "행정부 기준에서는 성공이었다고 해도 최근 몇 달간 협상 테이블 위에 오르지 않았던 북한의 핵무기를 다루는 데는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회담은) 매우 낮게 설정된 기준도 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워싱턴의 정치 공방도 악재로 작용했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하노이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진행되는 동안 워싱턴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충복'이었다가 등을 돌린 옛 개인 변호사 마이클 코언의 하원 청문회가 열려 미국인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멕시코 국경장벽 건설을 위해 국가비상사태 선포라는 강수를 뒀으나, 민주당이 장악한 하원에서 비상사태 저지결의안이 통과하는 등 강력한 반발에 휘말렸다.

군사분석가인 애덤 마운트 미국과학자연맹(FAS) 선임연구원은 트위터에 "우리는 왜 정상회담이 실패했는지 안다. 북한은 즉각적인 무장해제 요구를 거부했고, 미국은 실제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않았다"며 "미국은 몇 달간 '장벽'에 갇혔다"고 지적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연합뉴스의 질의에 대한 논평에서 "북미 정상의 하노이 선언문을 예상했던 나로서는 꽤 놀라운 결과"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시기상조의 평화선언 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새로운 관계보다는 오랜 원칙(비핵화)을 강조했다"고 평가했다.

클링너 연구원은 "워싱턴은 초점은 비핵화에 맞춰져야 하고 유엔 결의안은 유지돼야 한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하노이에서 이것을 했다"고 덧붙였다.

유튜브로 보기

https://youtu.be/bnloR9wF1pw

◇"대화의 끈 유지 중요…文대통령 중재역할 필요"

미국 국익연구소(CNI)의 해리 카지아니스 국방연구소장은 연합뉴스에 보낸 논평에서 "하노이 회담은 역사적 실패로 끝난 것 같지만,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끌어내기 위해 계속 대화를 이어갈 기회는 있다"고 평가했다.

카지아니스 소장은 "북미 양쪽에 귀를 기울이고 협상교착을 끝내는 '진실한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문재인 대통령"이라며 "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또 다른 정상회담에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디에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김 위원장의 분명한 생각을 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영리재단 '플라우셰어스 펀드'의 톰 콜리나 정책국장도 연합뉴스의 논평 요청에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협상을) 리셋하고 다시 시도할 필요가 있다"면서 "북핵 위기를 해결하는 것은 너무 중요하다"고 밝혔다.

헤리티지재단 클링너 선임연구원도 연합뉴스에 "이번 하노이 회담의 결렬이 곧바로 한반도 위기로 이어질 것 같지는 않다"면서 "위협을 높이거나, 반대로 북미 간극을 줄이기 위해 더 많은 양보에 나서는 것까지 그런 성급한 행동에 나설 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데이비드 킴 스팀슨센터의 연구원은 AFP통신에 "(북미간 대화는) 실패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킴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관계는 한국 드라마처럼 생각한다"며 "우리는 긴 사랑 이야기가 펼쳐지는 것을 이제 막 보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드라마는) 흥미, 실망, 가슴앓이로 가득 차겠지만,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유대는 끝까지 유지될 것"이라며 "두 연인이 그들의 관계에 전념하는 한 우리는 좀 더 긍정적인 결과를 미래에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수 킴 전 미국 중앙정보국(CIA) 연구원은 AFP통신에 "이번 결과는 김정은 정권이 기대했던 것은 아닐 것"이라며 "북한이 다른 기회를 다시 잡을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대니얼 데이비스 '디펜스 프라이오리티'의 선임 연구원은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뭔가 정말 큰 것을 요구해 그가 다음에 지불해야 할 대가는 높아졌을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카드를 쥐고 있다"고 분석했다.

회담 결렬이 북미간 긴장국면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우드로 윌슨 센터의 진 리 연구원은 뉴욕타임스(NYT)에 "이번 결과는 우려스럽다"면서 "김정은 위원장이 체면을 차릴 여지는 적은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더 안 좋은 것은 긴장 국면인데 북한이 (핵)무기 프로그램을 진전하는 시간과 유인을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심각한 표정의 북미정상
심각한 표정의 북미정상

[EPAㆍAP=연합뉴스]

engi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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