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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최선희 "회담 계속해야하나"…'작심 인터뷰'로 미국 압박

송고시간2019-03-0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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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진 기자
이정진기자

최선희, 새벽 이어 오후에도 연합뉴스 등 만나 인터뷰

김정은 신년사의 '새로운 길'도 거론… '민수용 제재해제' 대미 압박

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최선희 외무성 부상
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최선희 외무성 부상

(서울=연합뉴스) 최재구 기자 =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1일 새벽(현지시간) 제2차 북미정상회담 북측 대표단 숙소인 베트남 하노이 멜리아호텔에서 전날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차 정상회담이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결렬된 것과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9.3.1 jjaeck9@yna.co.kr

(하노이=연합뉴스) 이정진 기자 =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2차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된 직후인 1일 새벽에 이어 이날 낮에 잇따라 기자들과 만나 "회담 자체에 대해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는 등 회담 회의론을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최 부상은 특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밝힌 '새로운 길'을 언급하며 김 위원장의 생각이 달라지는 느낌을 받았다고 밝혔다.

미국이 자신들의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협상이 아닌 '새로운 길'을 택할 수 있다는 노골적인 압박이라는 평가다.

최선희 부상은 이날 오후 베트남 하노이의 숙소인 멜리아호텔 로비에서 연합뉴스를 비롯한 일부 기자들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폐쇄적인 북한 체제 특성상 고위 관리가 인터뷰에 응했다는 것은 김정은 위원장의 재가를 받고 '할 말을 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최 부상 인터뷰가 진행된 7분여간 평소 같으면 적극적으로 제지했을 경호원들도 전혀 다가서지 않았고, 오히려 "우리 부상 동지와 대화 중이니 놔두라"라고 인터뷰가 원만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돕는 분위기였다.

리용호 외무상 등 주변에 있던 북한 간부들도 전혀 개입하지 않았다.

특히 최 부상은 이날 새벽 0시(현지시간·한국시간은 1일 오전 2시)를 조금 넘긴 시각에 이뤄진 리용호 외무상의 회견에 배석한 뒤 기자들의 질문을 받은 터여서 반나절만에 다시 기자들과 만나는 이례적인 상황이었다.

최 부상은 인터뷰 내내 미국과의 회담 필요성에 의문을 표시하는 발언을 작심한듯 잇따라 내놓았다.

그는 '미국이랑 계속 대화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지금으로선 (대화를) 하나 싶다"면서 "우리가 했던 그런 요구사항들이 해결된다면야 상황이 달라지겠죠"라고 말했다.

말 그대로 받아들이자면 북한이 제안한 영변 핵시설 폐기에 대해 미국이 '민수경제 및 인민생활 관련 제재 해제'로 응하지 않으면 협상에 나서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그는 그러면서 "이번에 회담하면서 보니까 이런 회담을 계속해야될 필요가 있을 것 같지 않다, 그런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최 부상은 또 '미국과의 협상에 여지가 없었느냐'는 질문에도 미국의 입장이 "사리가 맞지 않다"고 지적한 뒤 "회담에 계속 나가야 되겠는가하는 생각을 다시 해야되겠다, 그런 생각을 한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한국의 역할을 묻는 질문에도 "글쎄 역할이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겠다"면서 "(이번 회담에서 밝힌 입장이) 아무래도 최종적인 미국의 입장이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들기 때문에 우리도 지금 다시 입장을 좀 더 (검토)해보고 회담 자체에 대해 다시 생각해봐야된다"고 밝혔다.

이 역시 말 그대로 받아들이자면 미국의 입장이 확고하니 한국이 중재력을 발휘할 여지도 크지 않다는 취지로 해석됐다.

최 부상이 회담 회의론을 제기한 것은 북한이 취하려 하는 비핵화 조치(영변 핵시설 폐기)에 대해 미국이 제대로 평가해주지 않는다는 생각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그는 "우리가 제시한 영변 핵시설이라는 게 만만찮은 것"이라며 "아직까지 핵시설 전체를 폐기 대상으로 내놔본 역사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 15개월 중지, 핵실험 중지 등 두 사안들 가지고도 응당 프로세스가 돼야 할 유엔 제재 (해제) 결의들이 영변핵폐기를 해도 안된다는 얘기니까 이 회담 계산법이 나 자체도 혼돈이 오고, 어디에 기초한 회담 계산법인지, 그래서 우리가 지금 이런 회담에는 정말 의미를 둬야 되는지 좀 다시 신중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부상은 특히 "(김 위원장의)신년사로부터 시작해서 상응조치가 없으면 새로운 길 찾겠다는 입장을 표시했기 때문에 이제는 정말 뭔가 돼야 한다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이런 미국 측 반응을 보고 많은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1월 1일 신년사에서 "(미국이) 공화국에 대한 제재와 압박으로 나간다면…(중략)…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이룩하기 위한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게 될 수도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최 부상은 김정은 위원장이 "(미국의) 거래 계산법에 대해서 굉장히 의아함 느끼고 계시고 생각이 좀 달라지시는 그런 느낌을 (받았다)"고 전한 것도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있음을 시사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transi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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