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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3·1절 100주년에 더 안타까운 위안부 피해 할머니 별세

송고시간2019-03-03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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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3·1절 100주년 다음날인 2일 또 한 분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가 일본의 사과를 받지 못한 채 끝내 눈을 감았다. 광주·전남 지역의 유일한 생존 피해자였던 곽예분 할머니는 94세의 일기로 별세했다. 옛 일본군 만행을 세계에 알리는 데 앞장섰던 인권·평화 운동가 김복동 할머니가 영면한 지 33일 만이다. 이제 위안부 피해를 밝힌 할머니는 스물두 분만 생존해 있다. 위안부 피해자들이 평생의 고통과 한을 치유하지 못한 채 한 분 두 분 세상을 떠나는 것은 안타깝고 가슴 아프다.

100년 전 독립운동을 되돌아보고 평화와 번영의 새로운 100년을 열어야 할 이때 또다시 들려온 위안부 피해자 별세 소식은 제2차 세계대전 중 일본군의 여성인권유린과, 좀처럼 미래지향적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한일 관계를 되돌아보게 한다. 일본은 2015년 2·28 위안부 협정으로 이 문제가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 해결됐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 때 타결됐던 이 합의는 일본의 진정한 사과와 법적 책임 인정이 결여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무엇보다 피해자들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아 인권문제 해결의 최우선 원칙인 피해자 중심주의에 어긋났다.

2·28 합의에 따라 출범했던 위안부 화해 치유 재단은 이런 이유로 지난해 말 우리 정부에 의해 해산됐다. 일본은 국가 간 합의의 일방 파기 불가를 주장하며 반발하고 있다. 전적으로 이해하지 못할 입장은 아니나 위안부 문제는 정치·외교적 차원으로만 접근해서는 안 되는 인권 사안임을 깨달아야 한다. 일본은 위안부 문제를 계기로 전쟁 중에 발생하는 여성에 대한 성폭력 근절에 앞장서는 성숙한 모습을 보일 수 없는지 묻는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중에는 한국뿐 아니라 중국, 동남아시아, 호주, 네덜란드 등의 출신 여성도 있었다. 경제 대국인 일본이 인류 보편 가치인 인권을 드높임으로써 국제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면모를 보이길 촉구한다.

지금 한일은 위안부 문제뿐 아니라 여러 사안이 얽혀 관계가 악화해 있다. 일제 강점기 한국인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에 관한 대법원판결, 우리 군이 일본 자위대 초계기를 향해 레이더를 쐈다는 '레이더 갈등' 등으로 냉각된 양국 관계는 좀처럼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한국과 일본은 경제 교류가 긴밀한 이웃 국가로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숙명적 관계다. 문화를 공유하고, 인적 왕래가 활발하며, 북핵 해결을 협력해야 하는 사이다. 중국과 함께 동북아시아의 주요국으로서 국제 질서를 평화와 번영으로 이끌어야 할 책임을 같이 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3·1절 100주년 기념사에서 양국이 "굳건히 손잡을 때 평화의 시대가 성큼 다가올 것"이라며 "피해자들의 고통을 실질적으로 치유할 때 진정한 친구가 될 것"이라고 했다.

한국과 일본 국민의 대부분은 발전적, 미래지향적 양국 관계를 바라고 있다. 문제는 양국 정치권과 지도자들이다. 구체적이고 지혜로운 해법을 찾기 위해 노력해도 모자랄 판에 두 나라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입지 강화를 꾀하기도 한다. 한일 현안에 대한 강성 발언으로 지지율을 올리려고 하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대표적이다. 3·1절 100주년인 올해는 한국인에게 매우 뜻깊다. 위안부 문제 등 해묵은 과거사 갈등이 해결의 가닥을 잡아 한일 관계 또한 새로운 장을 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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