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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고사리손 잡고 발동동…"언제까지 하나" 엄마·아빠 분통(종합)

송고시간2019-03-04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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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수 유치원 버스 운영중단…출근 늦은 엄마·새벽일 놓친 아빠 울상

보육 프로그램 공개 안 한 유치원, 구청장 방문 막기도

유치원 개학연기 현장 확인하는 교육청 관계자
유치원 개학연기 현장 확인하는 교육청 관계자

(부산=연합뉴스) 손형주 기자 = 일부 유치원이 개학연기를 강행한 4일 오전 부산에 있는 한 유치원에서 교육청 관계자가 현장확인을 하고 있다. 2019.3.4 handbrother@yna.co.kr

(부산=연합뉴스) 오수희 차근호 손형주 기자 = 7살 딸을 둔 직장인 A(35·여)씨는 4일 제때 출근하지 못했다.

딸이 다니는 부산 해운대 모 유치원이 이날 개학을 연기하는 바람에 아이 맡길 곳을 찾아다니느라 1시간 이상 허비했기 때문이다.

A씨는 결국 딸이 다니는 유치원이 자체 운영하는 돌봄교실에 아이를 맡기고서야 회사로 향했다.

A씨는 "어쩔 수 없이 돌봄교실에 아이를 맡기고 나오긴 했는데, 특별한 프로그램 없이 말 그대로 아이를 봐주기만 하는 것으로 보여 찜찜하다"고 말했다.

지난주 토요일 부산 연제구 한 유치원에 아이를 입학시킨 B(32·여)씨도 등원 첫날부터 유치원이 문을 닫아 막막했다.

B씨는 "입학식 때 4일 유치원을 운영하지 않는다는 얘기를 듣긴 했지만, 그 후로는 연락을 받지 못했고 막상 개학연기가 현실화해 아이를 보낼 곳이 없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치원에 전화했는데 개학연기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려주지 않아 막막하다"고 했다.

한 학부모는 "유치원 개학연기로 사흘간 황금연휴를 망쳤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아이가 낯선 환경에서 지내는 것에 불안감을 나타냈기 때문이다.

그는 "어쩔 수 없이 자체 돌봄교실에 아이를 보냈다"며 "유치원에 찾아가 개학연기 철회하고 한유총 탈퇴하고 연휴 망친 것도 배상하라고 항의했다"고 했다.

통학버스 멈춘 유치원
통학버스 멈춘 유치원

(부산=연합뉴스) 손형주 기자 = 일부 유치원이 개학연기를 강행한 4일 오전 부산에 있는 한 유치원에서 통학버스가 운행하지 않자 한 학부모가 승용차로 자녀를 등원시키고 있다. 이날 개학을 연기한 일부 유치원들은 통학버스를 운행하지 않거나 정상수업을 진행하지 않고 돌봄서비스만 운영했다. 2019.3.4 handbrother@yna.co.kr

이날 개학연기를 통보한 부산 사립유치원 곳곳에서 혼란스러운 장면이 연출됐다.

통학 차량이 운영을 중단해 학부모가 직접 아이를 등원시켜야 하자 출근 복장을 한 직장인 여성들이 아이를 등원시킨 뒤 허겁지겁 뛰어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5세 아동 학부모는 "보통 때는 오전 8시 40분 아파트에서 출발하는 유치원 첫 버스로 등원시키는데 오늘은 직접 데려다줘야 해 아침에 일찍 일어나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다"면서 "지금도 직장 출근시각을 조금 넘긴 상태라 상사에게 양해를 구했고 서둘러 가야 할 것 같다"며 종종걸음 했다.

6세 쌍둥이를 수산물 배달 차량으로 직접 등원시킨 아빠 김모(38)씨는 "맞벌이 부부인데 아내가 연차가 낮아 출근 시간 늦는다고 말을 못 해 제가 오늘 새벽 근무를 다 날리고 아이들을 직접 등원시켜야 했다"면서 "새벽 4시부터 배달작업이 이뤄지는데 지금 시각은 오늘 일당을 절반 정도 날린 것이나 다름없다"며 울상을 지었다.

개학연기 시정명령서 부착하는 교육청 장학사
개학연기 시정명령서 부착하는 교육청 장학사

[연합뉴스]

입학연기나 긴급돌봄 서비스가 언제까지 지속할지 몰라 불안해하는 학부모 문의도 빗발쳤다.

한 학부모는 "유치원에 물어봐도 제대로 된 답을 듣지 못했고 자신들도 어쩔 수 없다는 말밖에 안 돌아온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한 유치원에서는 취재진과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기자가 유치원 측에 긴급 돌봄서비스가 어떻게 운영되는지를 묻자 "우리가 이런 것들을 밝혀야 할 이유가 없다"는 유치원 관계자의 날 선 답변이 돌아왔다.

이 유치원은 이날 오전 8시 담당 공무원으로부터 시정명령서를 전달받은 상태다.

해당 유치원의 다른 관계자는 "유치원에서 원래 9개 반을 운영하는데 선생님들이 모두 정상 출근해 아이들을 맞이하고 있다"면서 "한유총과 국민 분노 사이에 일선 유치원이 낀 형국이라 관리자분들은 민감할 수밖에 없어 이해해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해당 유치원 학부모 최모(32)씨는 "긴급돌봄 프로그램이 어떤 것인지 별도 안내는 받지 못했는데 다른 학부모들에게 들으니 거의 정상수업과 다름없는 수준으로 운영한다고 들었다"면서 "한유총 눈치에 모양새는 긴급돌봄을 취하더라도 실속은 교육적 내용으로 운영해 학부모 분노도 유발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것으로 들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유치원에서는 긴급돌봄 현장을 둘러본 구청장의 방문을 막는 일도 있었다.

해당 유치원에서는 "원장 선생님이 없다"는 이유로 아동들을 제외한 모든 방문객의 방문을 제한했다.

한 공무원은 "시정명령서에 원장이 서명하지 않으려고 일부러 부재중인 상황은 아닌지 의심된다"고 전했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가 개학연기를 강행한 4일 부산에서 개학을 연기한 사립유치원은 35곳으로 확인되고 있다.

또 사립유치원 32곳은 개학연기 여부를 밝히지 않아 부산에서는 개학을 연기한 유치원이 최대 67곳으로 확대될 개연성이 있다.

rea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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