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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공권력에 물대포로 도전한 러 선주·선원…징역형(종합)

송고시간2019-03-12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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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호 기자
김선호기자

작년 8월 5천100t급 선박 몰고 야반도주하다 추격 해경에 극렬저항

해경, 위험한 도주에 예광탄 경고 사격 후 특공대 투입 겨우 제압

당국, 당시 외교 문제 우려 비공개…재판서 전모 뒤늦게 밝혀져

해경 경비정에 물대포 쏘는 러시아 선박
해경 경비정에 물대포 쏘는 러시아 선박

[남해해경청 제공]

(부산=연합뉴스) 김선호 김재홍 기자 = 2018년 8월 28일 오전 0시 40분께 부산 남외항 N-3 묘박지에 정박 중이던 러시아 선적 화물선 P호(5천191t)가 몰래 엔진을 가동했다.

P호 선주 A(57)씨는 부산항 관제센터에 다른 묘박지로 이동하겠다고 교신했다.

거짓말이었다.

P호는 곧 선박 자동식별장치(AIS)를 끈 채 일본 영해를 향해 전속력으로 내달렸다.

P호 운항은 관할 당국에 신고하지 않은 무단 출항이었다.

P호와 교신이 끊겼다는 관제센터 신고를 받은 해경은 특공대, 경비정, 구조정, 헬리콥터를 출동시켜 P호를 뒤쫓았다.

도주 선박을 발견한 해경은 조명을 비추며 정선 명령을 내렸지만 P호는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A씨와 선장 B(48)씨, 선원들은 P호에 접근하는 해경 경비정에 화재 진압용 소화 장비로 물대포를 쏘며 격렬하게 저항했다.

P호는 지그재그로 운항하며 해경 접근도 방해했다.

해경은 공해까지 추격하다 예광탄으로 경고 사격을 하고 P호에 특공대를 투입해 2시간여 만에 A씨와 선장, 선원 등 6명을 검거했다.

[남해해경청 제공]

유튜브로 보기

https://youtu.be/x0MHAyJsGI0

해경은 나포 과정에서 엔진을 꺼 부유하던 중 일본 영해로 진입한 P호를 부산항으로 예인했다.

지난해 5월 부산항에 입항해 선박을 고친 P호는 수리비 지급 문제로 한 차례 선박이 가압류되자 공탁금 3억여원을 내고 풀려났다.

섬광폭음탄 투척 후 도주 선박에 헬기 레펠로 진입하는 해경 특공대
섬광폭음탄 투척 후 도주 선박에 헬기 레펠로 진입하는 해경 특공대

[남해해경청 제공]

하지만 기름 유출로 인한 벌금 300만원 미납으로 출항이 정지된 상황에서 다른 조선소에 줄 수리비(13만4천달러)를 내지 않아 다시 선박이 가압류될 처지에 이르자 러시아로 돌아가려고 야반도주를 한 것이었다.

P호 선주 A씨는 선박 가압류를 피하려고 P호를 끌고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돌아오라고 명령했으나 선장 B씨가 거부하자 한국에 입국해 직접 배를 무단 출항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일본 영해로 진입하면 한국 해경이 검거하지 못할 것으로 생각했지만 그 전에 붙잡혔다.

부산지법 형사17단독 김용중 부장판사는 특수공무집행방해, 강제집행면탈, 출입국관리법·해양경비법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2년 6개월과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고 12일 밝혔다.

또 같은 혐의로 기소된 선장 B씨에게 징역 1년과 벌금 200만원, 기관장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과 벌금 300만원을, 해경에 물대포를 쏜 선원 3명에게 각각 징역 10개월을 선고했다.

김 판사는 "수리비 지급을 면하려고 P호를 무단출항시켰고 추격하는 해경과 경비정 등에 물대포를 쏴 정당한 공무를 집행하는 해경 경찰관을 위험에 빠트렸다"며 "피고인들의 범행은 대한민국 공권력을 무시하고 정면으로 도전하는 것이어서 죄질이 매우 나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A씨 측 변호인은 일본 영해에서 선박 검거가 이뤄졌다고 주장했지만 김 판사는 "공해상에서 선박을 검거했고 해경 공무 수행은 적법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당시 해경은 결과적으로 일본 영해를 침범하고 P호에 경고 사격을 한 점이 일본·러시아와의 외교 문제로 비화될 것을 우려해 P호 사건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이번 1심 선고로 뒤늦게 알려지게 됐다.

도주 선박에 서치라이트 비추는 해경
도주 선박에 서치라이트 비추는 해경

[남해해경청 제공]

win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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