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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스타에서 첫 여자 대회…3라운드 중 최종일만 코스 열어준다

송고시간2019-03-2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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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전 선수 72명 가운데 컷 통과 30여명만 오거스타에서 경기

연습 라운드는 전원에게

마스터스 골프 대회에 몰린 관객.[AFP=연합뉴스]

마스터스 골프 대회에 몰린 관객.[AFP=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권훈 기자 =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시즌 첫번째 메이저대회 마스터스를 주최하는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은 오랜 세월 동안 미국 남부의 백인 우월주의의 상징이었다.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 설립자이자 미국 골프에서 '구성(球聖)'으로 추앙하는 보비 존슨은 "골퍼는 백인, 캐디는 흑인이어야 한다"는 말을 남길 만큼 뼛속까지 인종차별주의자였다.

1997년 유색인 타이거 우즈(미국)가 마스터스에서 우승한 사건은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의 뿌리 깊은 인종차별 유산에 종지부를 찍은 사건으로 꼽는 이유다.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이 흑인 회원을 받아들인 게 우즈가 마스터스를 제패하기 고작 7년 전이었기 때문이다.

유색인만 차별 대상이 아니었다.

여성 역시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철저한 차별의 대상으로 남았다.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이 여성을 회원으로 받아들인 게 불과 7년 전인 2012년이다. 그나마 여성 운동 단체가 '금녀 정책'을 공개적으로 비난하며 10년 동안 끈질긴 투쟁을 벌인 결과다.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은 오는 4월4일(이하 한국시간)부터 나흘 동안 오거스타 내셔널 여자 아마추어 골프 대회를 개최한다.

대회 기간은 나흘이지만 1, 2라운드 후 하루는 쉰 뒤 최종 라운드를 치르기 때문에 대회는 54홀 스트로크 플레이 방식이다.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이 여자 대회에 문호를 개방하는 건 1933년 골프장 문을 연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 이 대회 개최를 발표하자 불과 10년 전만 해도 노골적인 여성차별 정책을 고수한 사실을 고려하면 천지개벽할 일이라는 반응이 줄을 이었다.

오거스타 내셔널은 전임 빌리 페인 회장 때부터 보수적이고 폐쇄적이라는 이미지를 벗어나려는 일련의 정책을 추진해왔다.

마스터스를 앞두고 어린이들에게 코스를 개방해 골프를 체험하는 '드라이브, 칩 앤드 퍼트' 행사를 개최하는가 하면 마스터스 관람객에게 어린 자녀를 무료 동반할 수 있게 했다.

마스터스 TV 중계 때 전반 9개 홀은 보여주지 않던 오랜 관행도 폐지했다.

특히 아시아 태평양 지역과 라틴 아메리카 지역 아마추어 선수들에게 마스터스 출전 기회를 부여했다.'

마침내 여자 대회까지 치르게 됐지만 '여자 프로 대회를 열어야 한다'는 압력을 피하려는 절충안이라는 말도 듣고 있다.

페인 전 회장은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은 마스터스 대회를 치르는데 전력을 모두 쏟아야 하기에 연간 프로 대회 2개 개최는 힘겹다고 하소연한 바 있다.

그는 "마스터스를 준비하느라 회원들도 1년에 5개월은 라운드를 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만약 여자 프로 대회를 연다면 최상의 코스 컨디션을 보장하려고 문을 닫는 기간이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아닌 게 아니라 이번에 여는 여자 아마추어 대회도 3라운드 모두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치르는 게 아니다.

1, 2라운드는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 인근 챔피언십 리트리트 골프코스에서 연다. 컷을 통과한 선수만 최종 라운드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치른다.

72명의 출전 선수 가운데 30여명만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의 코스를 밟아볼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출전 선수 전원에게 최종 라운드 전날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연습 라운드를 해볼 기회는 제공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처음 열리는 여자 대회에는 어떤 선수가 출전할까.

마스터스처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은 출전 자격 기준을 까다롭게 정했다.

미국, 영국, 아시아-태평양 등 주요 지역 아마추어 선수권대회 여자부 우승자와 미국 아마추어 랭킹 30위 이내 선수에 우선으로 출전권을 줬다.

여기에 대회 조직위원회가 '출전할 자격이 있다'고 인정한 선수가 추가됐다.

미국 아마추어 최강이라는 제니퍼 컵쵸(미국)와 태국의 골프 신동 아타야 티티쿨(태국), 필리핀 여자프로골프투어에서 세계랭킹 1위 박성현(26)을 맞아 우승 경쟁을 벌여 깊은 인상을 남긴 유카 사소(필리핀) 등이 출전한다.

한국 선수로는 올해 US아마추어선수권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전지원(21)과 국가대표 권서연(18)도 초대장을 받았다.

이 대회가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첫번째 메이저대회 ANA 인스퍼레이션과 같은 기간에 열리면서 ANA 인스퍼레이션에 초청을 받은 아마추어 선수들은 두 대회를 놓고 고민에 빠지기도 했다.

미국 아마추어 최강 컵쵸는 오랫동안 꿈꿨던 LPGA투어 메이저대회 대신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을 선택했다.

프로 전향을 이미 결심한 그는 "LPGA투어 메이저대회는 앞으로 출전 기회가 있겠지만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을 밟아보는 건 영영 다시 오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오거스타 내셔널 출전권을 사양하고 대신 ANA 인스퍼레이션에 출전하는 아마추어 강자도 4명이나 있다.

미국 아마추어 랭킹 11위 레이철 헥(미국)은 "당장 프로로 전향할 게 아니라서 오거스타는 다음에 갈 수 있다고 본다"며 ANA 인스퍼레이션을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대학 진학 대신 프로 무대 도전을 선언한 기대주 노예림(17)은 ANA 인스퍼레이션과 오거스타 내셔널 양쪽 초청장을 모두 포기했다.

노예림은 이미 대만여자오픈에 프로 자격으로 출전했기에 아마추어 선수에게만 주어지는 두 대회 출전 자격을 반납했다.

kh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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