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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에 대만카드 흔든 트럼프…차이잉원 해외순방마다 '美 경유'

송고시간2019-03-23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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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해협 '항행의 자유' 작전 이어 F-16·전차 등 무기 판매까지

시진핑 '무력불사' 발언 여진 속 대선 앞둔 차이잉원에 힘 싣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왼쪽), 차이잉원 총통(가운데), 시진핑 주석(오른쪽)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왼쪽), 차이잉원 총통(가운데), 시진핑 주석(오른쪽)

[AP·EPA=연합뉴스]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이 해외 순방 때마다 '경유'라는 명목으로 미국을 방문하는 공식이 굳어지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무역 외에도 외교·군사·인권 등 다양한 분야에서 첨예한 갈등을 빚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이 매우 민감하게 여기는 대만 문제를 적극적으로 카드화해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차이 총통은 지난 21일부터 남태평양 섬나라인 팔라우, 나우루, 마셜 제도 등 3개국 국빈 방문 일정을 진행 중이다.

이들 나라는 대만을 외교적으로 고사시키려는 중국의 거센 압박 속에서 몇 남지 않은 대만의 수교국이다.

중국이 '대만 단교' 노력을 집요하게 기울이는 가운데 차이 총통으로서는 이들 우방과의 관계 유지가 매우 중요한 외교적 과제다.

그렇지만 이들 섬나라 방문보다 순방 마지막 날 미국 '경유'의 외교적 함의가 훨씬 크다.

차이 총통은 3개국을 방문하고 마지막으로 27일 하와이에 들렀다가 귀국길에 오를 예정이다.

공식적으로는 '경유'로 발표됐지만 동선으로 봤을 때 굳이 먼 태평양 동쪽으로 더 날아가 하와이를 방문하는 것이어서 실질적으로는 미국까지 포함한 4개국을 방문하는 것에 가깝다.

'하나의 중국' 원칙을 고수하는 중국을 고려해 대만과 미국이 합의하에 '경유' 형식을 택했음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차이 총통이 해외 순방 때 미국 땅을 '경유' 형식으로 밟는 것은 관례가 돼가고 있다.

작년 8월 차이 총통은 중남미 국가들을 순방하면서 가는 길에는 로스앤젤레스를, 돌아오는 길에는 휴스턴에 각각 들렀다.

로스앤젤레스에서 '국가 원수' 자격으로 1천명의 화교들 앞에서 공개 연설을 하고, 휴스턴에서는 미국 정부의 배려로 대만 총통으로서는 최초로 미국 항공우주국(NASA)를 방문하는 등 단순 '경유'가 아닌 공식 방문에 가까운 일정을 소화했다.

차이잉원 총통의 작년 8월 NASA 방문 모습
차이잉원 총통의 작년 8월 NASA 방문 모습

[EPA=연합뉴스]

아직 이번 하와이 일정이 자세히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차이 총통이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 거점인 하와이를 방문하는 점도 의미심장하다.

하와이에는 태평양부터 인도양에 이르는 미군의 작전을 총지휘하는 인도태평양사령부 본부가 있다.

차이 총통이 비록 군 시설을 직접 방문하지 않더라도 그가 이런 전략적 의미를 갖는 하와이를 방문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유사시 미국의 대만 수호 의지를 드러내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차이 총통의 미국 방문 시점도 상당히 미묘하다.

내년 1월 대만 차기 총통 선거가 예고된 가운데 대만에서는 집권 민주진보당과 제1야당인 중국국민당의 대선 후보 경선 열기가 점차 고조되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연초 '대만 무력통일 불사' 발언으로 대만에서 심각한 안보 위기감이 고조된 가운데 차이 총통의 이번 미국 방문 성사는 재선 성공이 불투명한 차이 총통을 비롯한 집권 민진당 쪽에 힘을 실어줄 가능성이 농후하다.

지난 2016년 독립 성향의 차이 총통 집권 이후 중국의 대만을 향한 압력이 거세진 가운데 미국은 양안 관계(중국 본토와 대만 간 관계)의 현상적 균형이 깨지지 않도록 대만을 다양한 형태로 지원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런 경향은 2017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 이후 더욱 노골화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과 동시에 기존 미국 행정부와는 다른 과감한 대만 정책을 예고했다.

2016년 12월 당선인 신분으로 차이 총통과 전화 통화를 하는 파격을 연출한 것이 대표적이다. 미국 대통령이나 당선인이 대만 총통과 통화를 한 것은 1979년 양국 수교가 끊어진 이후 37년 만에 처음 이어서 당시 중국의 강력한 반발을 샀다.

이후 미국 해군은 중국이 '앞바다'로 여기는 대만해협에 수시로 군함을 투입해 지나게 하는 '항행의 자유' 작전을 벌이면서 중국의 반발을 샀다.

또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F-16 전투기 60대 이상과 최신형 전차 등 무기를 대량 구매하겠다는 대만 정부의 요청을 암묵적으로 승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블룸버그 통신은 대만으로의 무기 수출에 적극적인 트럼프 행정부의 행보는 과거 미국 정부의 정책을 뒤집는 것으로 가뜩이나 무역 전쟁으로 심기가 불편한 중국의 화를 돋울 수 있는 조치라고 진단했다. 직전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지난 2011년 중국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대만의 비슷한 요청을 거부한 바 있다.

가뜩이나 미중 무역 전쟁으로 고전 중인 중국은 트럼프 행정부가 대만을 중국 압박용 카드로 활용하는 것에 강한 거부감을 표출하고 있다.

웨이펑허(魏鳳和) 중국 국방부장이 작년 11월 워싱턴에서 열린 미중 외교안보 대화를 마치고 기자들 앞에서 "대만이 중국으로부터 분열되면 미국이 남북전쟁 때 그랬듯이 모든 대가를 감수하고서라도 조국 통일을 수호할 것"이라며 초강경 입장을 천명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중국이 미국과 전면적인 무력 충돌을 감수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데다가 대만 문제와 관련해서는 당장은 중국보다 미국이 가진 패가 더 다양하다는 점에서 중국의 고민이 깊다.

외교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결심에 따라 미국이 추가 첨단 무기 수출, 대만 총통의 워싱턴DC 방문 허용, 대만해협 항공모함 투입 등 다양한 카드를 활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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