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연합뉴스 최신기사
뉴스 검색어 입력 양식

[SNS 세상] 카톡에 '가통'까지…불나는 학기초 학부모 휴대전화

송고시간2019-03-24 05:00

이 뉴스 공유하기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본문 글자 크기 조정

학부모 "디지털 시대 맞춰 '불통의 가통' 개선했으면"

(서울=연합뉴스) 조성미 기자 = "반 단체 카톡방 확인하랴 가통(가정통신문) 보랴 확인할 게 뭐 이리 많은지 자녀가 초등학생 되면 부모가 바쁘다고 듣긴 했는데 정말 정신이 없네요." (네이버 카페 '레몬테라스' 이용자 아이디 러브러***)

입영통지서도 카톡으로 날아오는 시대에 학교도 예외는 아니다. 가정통신문도 앱을 통해 공지되고 학부모 단톡방에서 오가는 정보도 놓쳐선 안 된다. 스마트폰 없인 학부모 노릇을 하기 힘든 세상에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학기 초인 3월은 입학식이다, 학부모 총회다 해서 그야말로 학부모들의 휴대전화가 '불이 나는' 시기.

스마트폰을 쓰다 보면 원치 않는 정보나 알림까지 어쩔 수 없이 받아봐야 하는 게 현대인의 운명이지만 학부모들이 학기 초 겪는 정보홍수로 인한 고충은 좀 더 심각하다.

스마트폰 이용
스마트폰 이용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음 [연합뉴스TV 제공]

올해 아들을 초등학교에 입학시킨 한모(40ㆍ서울 마포구)씨는 "학교에 아이를 보낸 순간부터 학부모는 '절대 을'이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며 "아이를 맡기고 있는 '죄'로 세세한 정보까지 놓칠세라 촉각을 곤두세워야 하는 반면 학교는 정보 제공에 그다지 친절하지 않은 편"이라고 아쉬워했다.

단체 카톡방과 함께 학기 초 학부모들이 신경 써서 챙겨봐야 하는 것은 가정통신문을 받아볼 수 있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일명 '가통 앱'이다. 종이에 인쇄해 학생 편에 집으로 보내던 가정통신문을 학부모가 스마트폰 앱으로 열람할 수 있도록 한 것. 종이도 아끼고 학교-학부모 간 의사소통도 더욱 원활히 하자는 좋은 목적으로 개발돼 널리 쓰이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가정통신문을 올리는 학교측이 정보 수요자인 학부모의 편의를 고려하지 않은 채 '묻지마 발송'을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

서울 강남구 'ㅇ'초등학교에 아들을 입학시킨 김모(43ㆍ서울 서초구)씨는 "학교가 온갖 공고를 가정통신문이라고 마구 보내는 느낌을 받는다"며 "최근에 '주민참여예산지역회의 위원 공개모집 공고'라는 것도 가통으로 들어왔는데 도대체 이것을 학부모가 왜 봐야 하냐 싶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앱이다 보니 스마트폰으로 열어보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문서를 모두 한글파일 문서(HWP)로 작성해 첨부하는 것도 시대착오적인 것 같다"며 "스마트폰 앱이라는 형식을 쓰고 있지만 내용은 정보 수요자보다는 공급자 중심에 가깝고 피드백 경로도 막혀 있어 예전 '문교부' 때와 별반 달라진 것이 없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서울 강남구 한 초등학교에서 발송한 가정통신문
서울 강남구 한 초등학교에서 발송한 가정통신문

[독자 제공]

성남시 분당구에서 초등학생 아들을 키우는 손모(44)씨도 "내 자녀에게 해당하는 내용만 받아보고 싶은데 무차별로 모든 내용이 오니까 정작 중요한 정보를 빠트리는 경우도 많다"면서 "반 대표 학부모가 단체 카톡방을 개설해서 공지사항 같은 정보를 전달해 주는데 가정통신문이 제 역할을 잘 하면 그런 수고를 할 필요가 있겠나"라고 지적했다.

손씨는 "학부모라고 해서 모르는 사람들과 잔뜩 모여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단톡방에 참여하고 싶어서 하는 게 아니다"면서 "학교가 정보를 학부모에게 일목요연하고 효율적으로 전달하지 못하고 종이 가정통신문, 가통 앱, 학교 홈페이지 게시판 등으로 산발적으로 단순 통지하다 보니 학부모가 단톡방 활동까지 해야 하는 것"이라고 혀를 찼다.

학교-학부모 간 일상적 소통은 일선 학교의 재량에 맡겨져 있어 교육 당국이 지침을 내리거나 특별히 관리하지 않는 형편이고, 학부모들은 아이에게 혹여나 불이익이 갈까 봐 학교의 일방적 소통 방식에 불만이 있어도 적극적으로 이의를 제기하지 못하는 상황.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에 근무하는 교사 임모씨는 "학교 입장에서는 부모에게 알릴 필요가 있는 내용이라 판단해서 통신문을 보내는 것"이라며 "아이들 편에 종이로 보내면 분실 우려도 있고 인쇄에도 적잖은 시간과 자원이 드는데 앱으로 알리면 그런 우려가 없는 장점도 존재한다"고 학교 측의 입장을 설명했다.

가정통신문 앱을 서비스하는 A업체 관계자는 "아무래도 학교다 보니 공문서 양식으로 한글파일을 사용하는데 미리 한글 뷰어를 스마트폰에 깔아놓으면 일일이 파일을 열어보지 않아도 내용이 보이고, 지나치게 많은 내용이 들어와 번거로우면 알림 설정을 변경할 수 있다"면서 "학교가 학부모와 좀 더 소통할 목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시스템인 만큼 서로 이해가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csm@yna.co.kr

댓글쓰기
에디터스 픽Editor's Picks

영상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