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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단횡단에 걸린 어머니, 신원조회로 28년만에 아들 극적상봉

송고시간2019-03-25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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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신원조회서 실종신고 내용 발견…보호조치 후 가족에 인도

아들 "처음에 보이스피싱인줄 알아"…잃었던 혈육상봉에 감격

28년만에 만난 모자
28년만에 만난 모자

[경기 수원남부경찰서 인계파출소 제공]

(수원=연합뉴스) 권준우 기자 = 지난 24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인계파출소.

한쪽 구석에 앉은 A(64) 씨는 연신 출입문을 두리번거리며 마주 잡은 양 손가락을 초조한 듯 비벼댔다.

대부분 빠져버린 머리카락을 어색하게 가린 가발과 몇 개 남지 않은 치아, 깡마른 체구가 A씨의 고단했던 삶을 짐작케했다.

A씨는 이날 오후 2시 50분께 수원시 인계동의 한 도로에서 무단횡단을 하다 순찰 중이던 경찰에 적발됐다. 가사도우미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인력사무소를 찾아다니던 중이었다.

운 없는 하루가 될 뻔한 날이었지만, 이 일이 28년 전 헤어진 아들을 만나게 해 줄 거라곤 A씨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1992년 2월 집을 나와 가족들에 의해 실종신고가 접수된 상태였다.

당시 남편의 사업실패로 찾아온 경제적 위기와 이어진 남편의 죽음 등으로 조울증 증세를 보이던 A씨는 정신 치료를 받던 오산의 한 병원에서 퇴원한 뒤 그대로 자취를 감췄다.

가족들은 사라진 A씨를 찾기 위해 집 주변과 자주 찾던 곳, 심지어 지금은 사라진 지명인 '수원구'로 적힌 A씨의 옛 주소지까지 샅샅이 뒤졌지만 결국 허사였다.

10여 년 세월이 흐르는 동안 병원 기록 하나도 조회가 되지 않자 가족들은 A씨가 죽은 줄로 알고 체념하며 살아왔다.

그러나 A씨는 이날 경찰에 발견될 때까지 입주 가사도우미 생활로 주소지를 이리저리 옮겨가며 어렵사리 삶을 이어오고 있었다.

가족들이 자신을 찾고 있는 줄은 몰라 집으로 돌아갈 생각은 못 했지만, 매일 밤 잠들기 전 자식들의 안녕을 빌 정도로 가족들이 그리웠고 A씨는 설명했다.

아들을 만나기 위해 파출소에 도착한 A씨
아들을 만나기 위해 파출소에 도착한 A씨

[경기 수원남부경찰서 인계파출소 제공]

신원조회를 통해 이 사실을 알게 된 수원남부경찰서 인계파출소 조은식 순경과 이영일 순경은 A씨를 파출소로 데려온 뒤 인적 사항을 파악해 수원에 살고 있던 A씨의 아들 B(40) 씨를 찾아 곧바로 소식을 전했다.

믿기지 않는 소식에 처음엔 보이스피싱을 의심하던 B씨는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A씨의 목소리를 듣고서 한달음에 파출소로 달려왔다.

우여곡절 끝에 28년 만에 만난 모자는 "그동안 얼굴이 왜 이렇게 상했냐"며 서로를 어루만지며 울먹였다.

B씨는 "얼마 전 수원으로 주거지를 옮겼는데 지척에 어머니가 계신 줄도 모르고 돌아가신 줄만 알았다"며 "어머니를 찾아 보호해주고 만남까지 주선해 준 경찰의 배려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sto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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