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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술 취했다' 착각하고 간음…"준강간 미수로 처벌"

송고시간2019-03-28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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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성립 안 해도 위험성 인정되면 '불능미수'로 처벌"…징역2년 확정

대법원, 준강간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준강간 전원합의체 판결

(서울=연합뉴스) 최재구 기자 = 김명수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28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피해자가 만취하여 항거불
능의 상태에 있다고 오인함으로써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하여 강간하려다가 미수에 그친 혐의를 준강간죄의 불능미수에 해당하는지를 판결하기 위한 전원합의체 판결에 참석하고 있다. 2019.3.28 jjaeck9@yna.co.kr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피해자가 술에 만취한 것으로 착각한 상태에서 억지로 성관계를 가졌다면 준강간은 아니지만, 준강간 미수죄로 처벌해야 한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결이 나왔다.

피해자가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준강간죄로 볼 수는 없지만 그런 범행이 발생할 위험이 있었다고 평가되는 만큼 미수죄로는 다스릴 수 있다는 판단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8일 준강간 미수 혐의로 기소된 박 모(25)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하고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취업제한 5년을 명령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항거불능 상태에 있다고 인식하고 이를 이용해 간음할 의사를 가지고 간음했지만 실행의 착수 당시부터 피해자가 실제로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지 않았다면, 실행의 수단 또는 대상의 착오로 처음부터 준강간죄의 기수에 이를 가능성이 처음부터 없는 경우로서 준강간죄의 미수범이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범죄 구성요건의 충족은 불가능하지만, 그 행위의 위험성이 있으면 불능미수로 처벌해야 한다"며 "박씨의 행위에 준강간 범행이 발생할 위험성도 인정할 수 있으므로 준강간죄의 불능미수가 성립한다"고 밝혔다.

형법은 범죄를 실행하는 수단이나 대상을 잘못 선택해 범죄 발생이 불가능하더라도 위험성이 있는 때에는 불능미수범으로 처벌하도록 한다.

상근예비역으로 근무 중인 박씨는 2017년 4월 자신의 집에서 함께 새벽까지 술을 마시다 안방에 들어가 잠든 피해자가 술에 취해 항거불능 상태에 빠진 것으로 착각한 채 간음한 혐의로 기소됐다.

군검찰은 당초 박씨가 피해자를 성폭행한 것으로 봐 강간 혐의로 기소했다가, 1심 재판 과정에서 공소장을 변경해 준강간 혐의를 추가했다.

강간은 가해자가 폭행 또는 협박 등으로 피해자를 항거 불능 상태로 만들고 성관계를 갖는 것이고, 준강간은 심신상실 등 다른 원인으로 피해자가 항거 불능 상태라는 점을 이용해 성관계를 했을 때 적용된다.

1심은 강간죄는 무죄를 선고하고, 준강간 혐의에 대해서만 유죄를 인정해 징역 3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가 사실은 술에 취하지 않은 상태였다는 점이 밝혀지자 군 검찰은 다시 한번 공소장을 변경해 준강간 미수 혐의를 추가했다.

피해자가 항거불능 상태에 있지 않아 애초에 준강간 범행이 이뤄질 수 없는 상황이었어도, 박씨가 준강간을 한다고 인식했다면 준강간 불능미수로 처벌해야 한다는 이유였다.

2심은 군검찰의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여 이번에는 준강간 혐의를 무죄로 인정하고, 대신 준강간 미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2년을 선고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도 2심 판단이 옳다며 준강간 미수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h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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