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연합뉴스 최신기사
뉴스 검색어 입력 양식

승부사 모디 vs 황태자 간디 '리턴 매치'…인도 총선 D-10

송고시간2019-04-01 06:00

이 뉴스 공유하기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본문 글자 크기 조정

유권자 9억명, 11일부터 6주간 선거 돌입…5월 23일 개표

모디, 파키스탄 공습 후 지지↑…간디, 反모디 세력 결집해 정권교체 도전

2019년 3월 30일 인도 아루나찰프라데시주에서 연설하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AP=연합뉴스]

2019년 3월 30일 인도 아루나찰프라데시주에서 연설하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AP=연합뉴스]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거리를 떠돌던 '승부사'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 명문가 출신 '황태자' 라훌 간디가 5년 만에 인도 총리 자리를 놓고 다시 맞붙는다.

5년 전에는 '거지'라는 폄하까지 받았던 모디 총리가 압승을 거뒀다.

이번에도 그는 '인도판 북풍(北風)'으로 여겨지는 안보 승부수를 띄워 팽팽했던 선거판을 한 번에 휘어잡았다.

총리를 3명이나 배출한 정치 명문가 출신으로 '왕자'에 비유되는 라훌 간디 인도국민회의(INC) 총재는 이런 분위기에 맞서 반(反)모디 세력 결집에 총력을 기울이는 중이다.

지구촌 최대 민주주의 축제라고 불리는 인도 총선이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중국에 이어 세계 2위의 인구 대국(13억5천만명)인 인도의 이번 총선 유권자는 9억명에 달한다.

어마어마한 수가 선거에 임하다 보니 총선은 6주에 걸쳐 진행된다. 역시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선거 대장정이다.

4월 11일 우타르프라데시, 웨스트벵골, 마하라슈트라 등 주요 주를 시작으로 5월 19일까지 전국 29개 주를 돌며 7차례 투표가 이어진다.

개표는 5월 23일 하루에 진행되며 이날 결과의 윤곽도 나온다.

언어, 민족이 매우 다양한 인도는 마하라슈트라, 웨스트벵골, 델리, 타밀나두, 안드라프라데시 등 지역 정당이 장악한 주가 많지만 결국 전체 판세는 연방의회 집권 인도국민당(BJP)과 INC의 대결로 압축된다.

양 당이 각 지역 정당과 연대해 각각 국민민주연합(NDA)과 통일진보연합(UPA)으로 세력 대결을 펼치기 때문이다.

의원내각제를 채택한 인도에서는 하원에서 과반을 차지한 세력이 총리를 내세워 정권을 잡는다.

이번 총선 선거구는 543개로 272석 이상이 과반이다. 현재 NDA가 하원 545석(대통령 지명 2석 포함) 가운데 340여석을 장악하고 있다.

2019년 3월 30일 인도 구자라트주 암다바드 총선 유세 현장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2019년 3월 30일 인도 구자라트주 암다바드 총선 유세 현장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 모디, 거리서 차(茶) 팔다가 총리까지…'안보 승부수'로 재선 청신호

모디 총리는 재선을 노린다.

지난해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2014년에 버금가는 압승이 무난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불과 두세달 전부터 전망이 불투명해졌다.

경제성장률이 둔화했고 제조업 중심의 정책에 실망한 농민이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인도의 실업률이 45년 만에 최고치인 6.1%를 기록했다는 소식까지 겹쳤다.

BJP는 결국 지난해 12월 '텃밭'으로 꼽힌 마디아프라데시 등 3곳의 주 의회 선거에서 참패했다. 정권교체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와중에 지난 2월 14일 분쟁지인 인도령 카슈미르(잠무-카슈미르주) 지역에서 자살 폭탄 공격으로 인도 경찰관 40여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모디 총리는 파키스탄을 배후로 지목하면서 전례 없는 '보복'에 나섰다. 같은 달 26일 파키스탄령 공습을 단행한 것이다.

다음 날 양국은 공중전까지 벌이며 전면전 위기까지 치달았다.

군사 긴장이 고조되자 안보 이슈가 선거판 이슈를 모두 집어삼켰다.

정부에 대한 불만은 잦아들었고 모디 총리는 48년 만에 파키스탄 공습을 단행한 결단력 있는 지도자로 주목받았다.

주춤했던 지지율도 치솟았다.

지난달 초 여론조사에서는 NDA가 연정을 통해 무난히 재집권하리라는 결과가 나왔다.

인구가 가장 많아 하원의석수만 80석에 달하는 우타르프라데시주에서 야당 단일 전선이 형성되지 않는다면 NDA의 총 의석수는 다른 정당과 추가 연대 없이도 최대 307석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분석됐다.

화폐 개혁, 상품서비스세(GST) 전격 실시, 세계 최대 공공 의료지원 프로그램(AB-NHPM) 도입 등 고비 때마다 승부수를 던진 모디 총리의 전략이 이번에도 먹힌 것이다.

모디 총리가 재선에 성공하면 신분제 질서가 강한 인도 사회에서 또 다른 신화를 쓰게 된다.

차(茶) 행상을 하는 부모 밑에서 태어난 모디 총리는 기차와 거리를 떠돌며 차를 파는 등 가난한 환경에서 자랐다.

이처럼 카스트 신분제 하위 계급인 '간치'(상인) 출신임에도 구자라트주 총리 등을 거쳐 10년간 연방정부 총리 자리를 지킬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2019년 3월 7일 인도 히마찰 프라데시주에서 지지자에게 손을 흔드는 라훌 간디 INC 총재. [EPA=연합뉴스]

2019년 3월 7일 인도 히마찰 프라데시주에서 지지자에게 손을 흔드는 라훌 간디 INC 총재. [EPA=연합뉴스]

◇ 간디, '가문의 영광' 다시 한번…농민·저소득층 공략으로 역전 노려

간디 INC 총재는 모디 총리와 거의 모든 면에서 대척점에 선 인물이다.

힌두 민족주의 성향의 BJP를 이끌며 제조업, 대기업 중심 정책을 폈다는 평가를 받는 모디 총리와 달리 간디 총재의 INC는 '세속주의' 정치철학에 뿌리를 두고 있다.

세속주의는 모든 신앙을 존중하고 정치가 종교의 영향을 받지 말아야 한다는 신념이 토대다. 이에 INC는 BJP와 달리 이슬람, 기독교 등 소수 집단과 하층 계층 등에서 강력한 지지를 받는다.

특히 간디 총재는 자와할랄 네루 초대 총리의 증손자로 인도 정치명문가인 '네루-간디 가문' 출신이라는 점에서 모디 총리와 대비된다.

'네루-간디 가문'이 이끈 INC는 지난 70여년간 인도 정치를 좌지우지했다.

네루 초대 총리의 딸 인디라 간디, 그녀의 아들 라지브 간디 등 총리 세 명이 이 가문에서 나왔다. 2004년 총선에서도 라지브 간디의 부인 소냐 간디가 INC를 이끌고 승리했다.

하지만 INC의 집권이 이어지는 가운데 부정부패가 끝없이 불거졌다. 여기에 경제난까지 겹치자 '가문 정치'에 염증을 느낀 인도 국민은 등을 돌렸다.

결국 간디 총재는 2014년 총선에서 INC 총리 후보로 나섰지만 모디 총리에 완패했다. 연방하원 543석 가운데 역대 최저인 44석을 얻는 수모를 당했다.

간디 총재는 당시 '존재감 없는 정치명문가 도련님'이라는 비아냥까지 받았지만, 작년 12월 주 의회 선거 이후 야권을 대표하는 거물급 지도자로 급부상했다.

최근에는 모디 총리로 쏠린 선거판의 흐름을 되돌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분위기다.

'빈곤층 월 10만원 기본소득 보장'이라는 파격적 총선 공약을 내세워 안보에 쏠린 세간의 관심을 돌리려 하고 있다.

아울러 방산 비리, 농촌 저소득 문제, 일자리 창출 실패 등 BJP의 약점을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INC의 집권보다는 모디 총리의 재선을 막는 게 더 중요하다며 반모디 세력을 결집하는 중이다.

이와 함께 간디 총재의 동생인 프리양카 간디 바드라까지 최근 정치에 입문, 네루-간디 가문은 이번 총선에 총력전을 펼치는 모양새다.

cool@yna.co.kr

댓글쓰기
에디터스 픽Editor's Picks

영상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