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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세상] "빈자리라 잠깐 댔는데 왜?" 적반하장 장애인구역 불법주차

송고시간2019-04-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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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상서 기자 = A씨는 지난달 말 자신이 사는 아파트 장애인 주차 구역에 불법 주차한 차량을 스마트폰 단속 앱을 이용해 신고했다. 그러자 해당 차주는 '(신고하기 위해 사진 찍는 모습이) 차량 블랙박스에 다 찍혔습니다. 연락 없으시면 경찰서 갈 겁니다'라고 쓴 종이를 아파트 단지 곳곳에 붙여놨다.

A씨는 자신의 트위터에 "장애인 주차 구역에 일반 차량을 대는 행위는 엄연한 불법인데도 이를 신고하니 '양심도 없다', '이웃끼리 그러는 거 아니다'라는 비난이 돌아온 것"이라고 혀를 찼다.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

[연합뉴스TV 제공]

1999년 6월 장애인 전용 주차 구역에 주차한 차주에게 과태료를 물리는 제도가 시행된 지 올해로 꼭 20년이 됐지만 개선이 요원하다. 최근엔 '적반하장' 식의 반응을 보이는 '얌체 주차족'을 고발하는 게시글이 SNS상에서 종종 발견된다. 신고자에게 되레 역정을 내거나 현장에서 적발되더라도 모르쇠로 일관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내용이다.

◇ 불법 주차한 차주에게 빼달라 해도 "지금 안 돼"

자동차 커뮤니티 사이트인 '보배드림'에서는 이런 반응을 성토하는 글이 꾸준히 올라온다. 경기도 화성시의 한 아파트 주민이라고 밝힌 B씨는 단지 내 게시판에 붙은 글을 최근 공개했다.

'장애인 주차장에 차를 대놨더니 누군가 스마트폰 앱으로 신고해 과태료를 물었다. 이런 일이 발생하니까 이웃끼리 다툼이 생기는 것이다. 그렇게 살지 말라'는 내용이었다.

장애인 주차 구역 과태료 고지서를 받았다고 밝힌 C씨는 이 커뮤니티에 올린 글에서 "이웃끼리 말로 해결하면 될 일을 굳이 신고까지 하면서 서로 불신감을 조성할 필요가 있는지 묻고 싶다"며 "신고자의 신상을 알아낸 뒤 아파트 주민들에게 공개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임모(38)씨는 지난해 말 뇌병변 장애를 앓고 있는 어머니와 함께 고속도로 휴게소를 들렀다 낭패를 본 경험을 털어놨다. 다섯 곳 정도 되는 장애인 주차장이 일반 차량으로 채워져 있었기 때문이다. 차주에게 잠시 차를 빼달라고 전화를 해도 "지금은 힘들다"는 대답이 돌아올 뿐이었다.

결국 일반 주차장에 차를 세운 뒤, 주위 사람에게 어머니를 함께 부축해 줄 것을 요청해 화장실로 이동했다. 임씨는 "거동이 불편한 어머니를 위해 화장실과 가까운 장애인 주차장에 차를 세워야 했는데 댈 곳이 없었다"며 "휴게소를 들를 때면 심심치 않게 겪는 일"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장애인구역에 주차한 승용차
장애인구역에 주차한 승용차

[연합뉴스 자료사진]

복지부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 불법 주·정차 위반 건수는 매년 크게 늘고 있다. 2013년 단속 건수가 5만2천여건이었지만, 2015년에는 15만2천여건으로 3배가량 늘었다. 2017년에는 집계 후 처음으로 30만건을 넘어섰다. 과태료 부과 액수도 2013년 47억여원에서 2017년 322억2천300만원으로 훌쩍 늘었다.

◇ "장애인 주차장은 생존권과 직결된 문제"

당사자들은 장애인 주차장이 특혜가 아니라 이동권과 직결된 부분이라고 호소한다. 경기도의 한 장애인 시설에서 사회복지사로 10년째 일하는 박현수(37)씨는 "보행이 불편한 장애인의 경우, (폭이 좁은) 일반 주차장에 차를 대면 내리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며 "이럴 경우 주차 전에 차를 통행 구역 한복판에 잠시 세운 뒤, 장애인을 먼저 하차시키는 위험을 감수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씨는 "장애인 주차장은 단순히 권리가 아닌 장애인의 생활과 직결되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임재경 한국교통연구원 연구위원은 "비장애인 운전자는 장애인 주차장이 아니더라도 댈 수 있는 곳이 있지만 장애인은 아니다. 장애인 주차장 말고는 다른 선택권이 없다"며 "교통 약자들의 이동권 보장을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과 달리 교통 선진국은 장애인 운전자가 차로 이동할 때 어려움을 최소화하는 법적 기반을 갖춰 놓았다. 독일은 거리교통명령 제46조 1항에 따라 장애인 운전자는 장애 정도에 따라 장애인 주차장은 물론이고 집과 근무지 근처의 일반 주차장도 예약을 해서 따로 사용이 가능할 수 있도록 해놨고, 영국은 지난해 7월 보행이 불편한 장애인뿐만 아니라 자폐증 등 정신 건강 문제로 보이지 않는 장애를 가진 이들에게도 장애인 주차증인 '블루 배지' 발급을 확대했다.

shlamaz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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