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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대 본처 살해한 70대 후처 할머니…"항소심서 감형은 없었다"

송고시간2019-04-03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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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년 기구한 인연 살인으로 비극적 결말…1심과 같은 징역 6년

노인 손
노인 손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춘천=연합뉴스) 이재현 기자 = 남편이 세상을 떠난 후 17년간 같은 집에서 함께 생활한 80대 본처를 둔기로 때려 숨지게 한 70대 후처 할머니가 항소심에서 원심과 같은 징역 6년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춘천재판부(김복형 부장판사)는 3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A(73·여)씨에게 원심과 같은 징역 6년을 선고했다.

A 할머니는 "원심 형량이 무거워 부당하다"며, 검찰은 "오히려 형량이 가볍다"며 서로 항소했으나 법원의 판단은 1심과 같았다.

농아인 A 할머니는 지난해 9월 7일 오전 2∼4시 사이 함께 사는 B(89) 할머니의 얼굴을 둔기로 때려 숨지게 한 혐의(살인)로 재판에 넘겨졌다.

하나의 남편을 둔 A 할머니와 B 할머니의 기구한 인연은 50여년 전인 196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남편의 본처인 B 할머니가 자녀를 낳지 못하자 후처로 들어온 A 할머니는 2남 1녀를 출산했다.

그러나 농아인 A 할머니는 가난으로 학교 교육도 받지 못하고 수화도 정식으로 배우지 못해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많았다.

법적으로 자녀들의 어머니는 B 할머니로 등재됐고, 자신이 낳은 자녀들로부터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 못했다.

비교적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던 딸도 지병으로 먼저 세상을 떠났고, 이듬해인 2001년에는 남편마저 사망했다.

장성한 자녀들이 집을 떠나자 집안일은 A 할머니가 도맡았다. 그렇게 17년을 B 할머니와 함께 단둘이 생활했다.

그러다 두 할머니 사이에 오해가 생겼다. A 할머니가 식당 주방일을 하면서 저축한 1천만원을 B 할머니가 숨겨뒀다고 여긴 것이다.

평소 자신은 식사와 빨래 등 집안일을 전담하는 반면 B 할머니는 주로 외부로 놀러 다니기만 한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B 할머니가 술을 마시고 귀가하면 잠을 자는 자신을 흔들어 깨워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어 불만이 컸지만 속으로 삭인 채 생활했다.

사건 당일에도 술을 마시고 귀가한 B 할머니가 평소 술버릇처럼 자신을 수차례 흔들면서 잠을 못 자게 하자 A 할머니는 순간 분노가 치밀어 B 할머니의 얼굴을 둔기로 수차례 내리쳐 숨지게 했다.

결국 같은 남편을 두고 50여년 이어진 두 할머니의 기구한 삶은 살인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으로 파국을 맞았다.

1심 재판부는 A 할머니에게 양형 가중 요소와 감경 요소를 고려, 권고형의 범위인 징역 7년∼12년보다 낮은 징역 6년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순간적인 분노가 폭발해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점, 자녀와 친족이 선처를 바라는 점은 유리한 정황"이라며 "그러나 잠을 자는 피해자를 잔혹하게 살해한 점, 범행 동기가 쉽게 납득할 수 없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원심의 형량이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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