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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연준이사 지명 두고 "거수기 심기" 뒷말

송고시간2019-04-05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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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성파 케인·무어 논란…인준 청문회 격전 예고

금본위제 주장 이색경력…역사학자 "부정직한 정치적 인물들"

트럼프 계속되는 연준의장 공격…"당신과 어쩔 수 없이 함께하는 게 싫다"[EPA=연합뉴스 자료사진]

트럼프 계속되는 연준의장 공격…"당신과 어쩔 수 없이 함께하는 게 싫다"[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이사 후보로 내세운 허먼 케인(74), 스티븐 무어(59)를 둘러싸고 뒷말이 무성하게 쏟아지고 있다.

이들이 트럼프 대통령을 정치적으로 지지해온 데다가 현재 연준 정책을 비난해온 까닭에 트럼프 대통령의 거수기로서 미국 통화정책에 개입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무어를 지명한 데 이어 케인의 지명 방침을 밝힘에 따라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격전이 예고됐다고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연준 이사는 대통령 지명에 이어 상원의 인준을 받아 선임되지만 취임 후에는 중립성을 지니는 중앙은행의 핵심 구성원으로서 독립적으로 통화정책을 결정한다.

무어, 케인을 둘러싼 우려의 골자는 중앙은행의 중립성을 해칠 수 있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깊은 충성심과 통화정책 입안자로서 전문성이다.

케인은 1992년부터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의 이사직을 맡아 1995년부터 1996년까지 의장도 지냈다.

그는 1986년부터 1996년까지 피자 체인 '갓파더스'의 최고경영자를 지내다가 전미요식업협회 회장도 맡았다.

케인은 2012년 공화당 대선 경선에 나온 이후 정치에 깊이 관여해오다가 최근 친트럼프 성향을 노출했다.

특히 그는 올해 1월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한 부정적 보도와 맞서 싸운다며 정치자금후원회 '반격하는 미국'을 만들어 TV 광고에 올해만 2만 달러(약 2천300만원)를 지출했다.

후원회는 국경장벽을 둘러싼 트럼프 대통령의 국가비상사태 선언에 반대하는 공화당 상원의원 12명을 '반역자'로 규정하는 이메일을 발송하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준 이사로 지명하려고 하는 허만 케인[AP=연합뉴스 자료사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준 이사로 지명하려고 하는 허만 케인[AP=연합뉴스 자료사진]

케인은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의 지지를 받고 있다. 커들로는 연준이 즉시 금리를 0.5%포인트 내려야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지론을 구체화하고 있다.

무어는 2016년 미국 대선 선거운동 기간에 트럼프 대선 캠프의 경제고문으로 활동했다.

보수성향 헤리티지재단의 연구원을 맡아 작년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정책을 지지하는 내용의 저서를 출간했다.

무어는 지난달 WSJ 기고문에서 연준이 미국 경제성장을 위협한다고 역설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 글을 읽고 격찬과 함께 무어에게 연준 이사직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간 트럼프 대통령은 기준금리 인상과 보유자산 축소와 같은 연준의 긴축정책을 극도로 꺼리며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수차례 비난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에도 주요 회의에서 파월 의장 때문에 주가, 경제성장, 재정적자가 악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나아가 파월 의장과 전화통화에서 "어쩔 수 없이 함께 지낸다"며 연준이 사실상 독립기관이어서 의장을 해임하지 못한다는 점을 아쉬워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배경을 고려할 때 무어와 케인에 대한 지명은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 내부에 자신의 지지세력을 심으려는 시도가 아니냐는 지적이 자연스럽게 뒤따른다.

WSJ은 "이들이 연준 이사가 되려면 상원 인준을 거쳐야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들을 선택한 것 자체가 파월 의장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불만을 잘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무어와 케인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뿐만 아니라 통화정책과 관련한 독특한 신념 때문에도 주목을 받는다.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정책에 찬사를 보낸 책을 저술한 보수성향 경제학자로서 트럼프 대통령에게서 연준 이사로 지명된 스티븐 무어[스티븐 무어 트위터 캡처]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정책에 찬사를 보낸 책을 저술한 보수성향 경제학자로서 트럼프 대통령에게서 연준 이사로 지명된 스티븐 무어[스티븐 무어 트위터 캡처]

과거에 무어와 케인은 통화가치와 금 일정량의 가치를 같도록 유지하는 금본위제 복원을 주장한 인물들이다.

금본위제는 19세기 영국을 중심으로 발전해 1차 세계대전 전까지 광범위하게 운용됐으나 영국에서 1931년, 미국에서 1971년 중단된 바 있다.

WSJ은 금본위제를 운용하면 금 보유량이 줄어드는 중앙은행은 물가하락과 경기침체를 촉발하더라도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금본위제는 이런 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바라는 완화적 통화정책과 배치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무어와 케인은 이제 태도를 바꿔 트럼프 대통령과 똑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연준 역사학자인 마크 스핀들은 "통화정책에 대한 이들의 과거 이데올로기와 선언은 트럼프가 원하는 것과는 반대"라고 지적했다.

스핀들은 "이 사람들이 틀린 게 아니면 부정직한 것"이라며 "지금은 그간 주장하던 걸 모두 버려 지나치게 정치적"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다른 지명자들이 이데올로기에서 자유롭고 실용적인 정책의 전문가로서 중앙은행계의 존중을 받고 있으나 무어와 케인은 선임 절차가 정치화하면서 연준의 신뢰도를 위협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투자은행 JP모건의 제임스 다이먼 최고경영자는 미국 뉴욕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상원의원들이 할 일을 하길 바란다"며 "무어와 케인은 그 자리에 걸맞은 인물이 아니다"고 진단했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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